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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평 남짓 공간 지킬 힘없어 퇴거로 내몰리는 양동 쪽방 주민들
양동 쪽방, ‘건물주 협박 회유’로 2018년 472명→올해 3월 376명… 100명 떠나
쪽방 주민들 “서울시가 주민들 권리 보장하고, 이주·주거 대책 마련해야”
등록일 [ 2020년03월25일 15시30분 ]

2020홈리스주거팀은 25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동 쪽방주민 퇴거 대책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양동 쪽방 주민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그나마 이 작은 쪽방에서 겨우 주민들과 살아갈 수 있게 됐는데, 개발과 돈놀이에 우리가 쫓겨나야 한다는 사실에 너무 화가 납니다. 우리는 그저 살고 있는 곳에서 살게 해달라고 하는 것뿐입니다. 왜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주민들과 뿔뿔이 흩어져야 합니까? 조금씩 사람답게 살아가는데 왜 다시 부수려고 하는 겁니까?” - 허정식 양동 개발지역 쪽방(아래 양동 쪽방) 주민

 

양동 쪽방 주민들이 서울시 개발에 따른 이주·주거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2020홈리스주거팀(아래 홈리스주거팀)은 25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동 쪽방주민 퇴거 대책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지난 1월 16일 서울시는 ‘양동 도시정비형 재개발구역 정비계획’을 고시했다. 이에 따라 남대문경찰서 뒤편 쪽방촌 일대는 각각 소단위 정비지구(11지구, 남대문로5가 580번지 일대)와 소단위 관리지구(12지구, 남대문로5가 620번지 일대)로 지정됐다. 소단위 정비지구는 도시정비법상 사업시행인가 절차에 의해, 소단위 관리지구는 행위허가절차(건축심의→허가→착공)에 의해 개발될 예정이다.

 

홈리스주거팀은 “해당 지역은 공원이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쪽방입지’, ‘저층주거 다수밀집’을 이유로 소단위 정비형으로 변경된 것”이라며 “그런 만큼 해당 지역의 개발은 쪽방 주민에 대한 대책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양동 쪽방 주민들에 대한 이주·주거 대책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오히려 개발을 앞두고 삶의 터전에서 내쫓기고 있는 상황이다. 2018년 기준 510개 쪽방에 472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지만, 올해 3월 기준 쪽방 431개에 376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사이 100명의 주민이 양동 지역 쪽방을 떠났다. 기자회견에서는 “이는 자연 감소가 아니라 개발에 앞선 예비조치로 기존 입주민들을 퇴거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지난주 토요일에 소위 덩치라고 하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주민들을 위협했다고 한다. 쪽방은 덩치 큰 사람들이 버티고 서 있으면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좁다. 문을 막으면 아무도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 수 없는데 어디선가는 뺨을 때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고 한다”며 “주민 100여 명이 이런 위협과 사탕발림으로 양동 쪽방을 떠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반파된 양동 개발지역 쪽방 건물(왼쪽). 리모델링을 이유로 입주민 퇴거를 요구하는 건물주의 공고문. 전입신고 여부에 따라 퇴거일을 달리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2020홈리스주거팀
 

지적한 대로 양동 쪽방에서는 현재 이른바 ‘사전퇴거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건물주들이 주민들에게 개발에 대해 알리지 않고, 건물 안전진단을 핑계로 쪽방 주민들을 퇴거시키는 것이다.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지만, 이미 양동 개발지역 총 21개 건물 중 5개가 폐쇄됐다. 영업 중인 3개 쪽방에서는 퇴거가 진행되고 있다. 쪽방 한 곳에서는 계약이 4월에 만료되면서 퇴거가 닥친 상황이다.

 

윤용주 동자동사랑방 운영위원은 “그동안 건물주들이 쪽방 주민들의 세를 받으며 부를 축적했는데 이제는 회유와 협박으로 주민들을 내몰고 있는 행태가 가증스럽다”며 “쪽방 주민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그나마 이웃과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이 터전을 또 빼앗기면 각각 흩어져서 사회에 적응하지도 못하고 끝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 토로했다.

 

양동 쪽방 주민들의 평균 거주기간은 12년에 달한다. 10년 이상 거주한 이들이 원치 않는 이주를 해야 할 때는 이주비용 보상과 향후 주거대책 마련 등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지만, 그동안 쪽방 주민들은 이주 보상이나 세입자로서의 권리를 누리지 못했다. 현재 양동 쪽방 주민들도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윤애숙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10년을 넘게 살아온 정든 터전에서 강제로 내쫓기는 이들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대책조차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은 뻔뻔함을 넘어 악질적이기까지 하다”며 “이처럼 뻔뻔하고 악질적인 이윤추구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은 공공의 개입뿐이다. 개발 사업의 책임자로서 서울시가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지난해 서울시가 내놓은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연계 쪽방촌 정비방안’은 대안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업에 따르면, 서울시는 양동 쪽방 주민들을 동자동, 후암동 등지 6개 건물로 분산시킬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약 33억 원의 예산 편성을 계획했고, 이주 건물의 운영을 사업시행자에게 맡기고 용적률 인센티브까지 책정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이 내용의 일부가 후암동 주민들에게 알려지자 주민들은 이주대상 건물 앞에서 매일 오후 쪽방촌 이전 반대 집회를 열었다. 결국 정비방안은 사업시행자의 이익만 챙겨주고 주민들 간 갈등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홈리스주거팀은 양동 쪽방에도 쪽방 주민의 주거권과 재정착을 보장하는 영등포 쪽방 모델 도입을 제시했다. 기자회견 후 양동 쪽방 주민들은 서울시에 서울시장 면담요청서를 제출했다.

 

2020홈리스주거팀은 25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양동 쪽방주민 퇴거 대책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사진 허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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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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