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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장애인의 탈시설’을 반대하는 이유
처음에 화내던 가족들도 지원서비스 설명 듣고는 누그러져
탈시설, 가족과 시민이 함께 완성해나가야 할 과제
등록일 [ 2020년04월07일 14시52분 ]

과거 가평 꽃동네 '희망의 집'에 거주하는 선우(가명) 씨와 친구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 ‘시설에서 잘 살고 있는 그를 왜 꼬드겼냐?’

 

노들장애인야학 학생이었던 선우(가명)는 2008년 건강 악화로 지역사회에서 생활이 불가하다는 가족의 판단으로 물 좋고, 공기 좋은 경기도 한 장애인거주시설로 입소하게 되었다. 본인의 의견은 묻지 않은 오롯한 가족의 판단으로 그는 난생처음으로 감옥 같은 삶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선우가 시설에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찾아간 노들야학 교사들에게 본인의 탈시설 의사를 전달하였다.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그의 건강은 그사이 매우 악화하였고, 명절 때면 찾아오던 가족의 방문도 거의 끊겼지만 여전히 그의 자립을 반대하는 가족이 있었기에 시설은 그의 탈시설을 매우 완강히 반대하였다. 첫 외출을 감행하기 위해 단단히 준비하고 간 노들야학 교사들은 면회조차도 반대하는 종사자들과 싸웠어야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의 가족이 노들야학에 찾아왔다. (▷ 관련 기사 : 꽃동네 거주인 J 씨의 ‘외출 프로젝트’)

 

평소에도 장애인 동생을 두들겨 패던 형의 인상은 무서웠고, 날이 선 누나들의 태도도 만만치 않았다. 그의 가족은 우리를 만나자마자 ‘시설에서 잘 살고 있던 그를 왜 꼬드겼냐’고 따져 물었다. 맞다. 자립해서 살 수 없다는 가족의 판단에 맞서 우리는 그에게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다고 꼬셨다. 왜냐하면 그가 시설에서 있었던 십여 년의 시간 동안 우리의 투쟁으로 활동지원시간도 많이 늘었고, 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을 위한 주거서비스도 생겼기에 우리에게는 선우와 그의 가족에게 ‘중증장애인도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우리가 열 페이지 남짓한 탈시설 자립지원계획을 설명할 때만 해도 가족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아무리 이런 것들이 있어도 그가 나오면 가족의 일상에 영향을 미칠 게 자명하니 우리의 설명은 그들에게 번지르르한 이야기로만 들렸을 것이다. 그런 가족에게 선우가 탈시설 하면 나오게 될 집을 구경시켜 드리자 표정이 바뀌기 시작했다. 정말 여기서 살 수 있냐, 그리고 정말 당신들이 그를 책임질 수 있냐고 묻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렇다고 대답했고, 가족은 ‘본인들은 책임질 수 없으니 우리에게 알아서 하라’고 했다. 더 이상의 가족에게 선우의 자립을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 자립지원서비스를 설명하자 달라졌던 가족의 반응

 

2017년 8월, 탈시설 10년 차를 맞이한 노들야학 학생 탄진·애경은 그들이 ‘탈출한’ 장애인거주시설을 방문했다. 10년 전 그들과 함께 살던 거주인 대부분이 여전히 그곳에서 살고 있었고, 시설도 그대로였다. 바뀐 것이라고는 원장이 늙어 그의 딸이 사무국장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것뿐이었다. 거주인 희수(가명)는 많은 고민 끝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여전히 가끔씩 연락하는 가족이 있었고, 나가겠다고 했을 때 시설 눈치는 물론 부모님의 반대는 큰 벽이었다.


시설에서 희수를 만나고 온 다음 날 바로 그의 부모님이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들이닥쳤다. 엄청나게 화가 난 상태였고, 그의 부모도 선우 가족과 똑같은 말을 했다. ‘잘 살고 있는 그를 왜 꼬드겼냐’고 따져 물었다. 맞다. 우리는 또 그를 꼬셨고 그에게 자립할 수 있다는 용기를 줬다. 선우 가족에게 했던 것처럼 또 탈시설-자립지원서비스에 대해 설명했다.


그런데 희수 부모는 선우 가족의 반응과는 달랐다. 이런 정보는 처음 듣는다고 했고, 어느 누구도 본인들에게 그런 설명을 해준 적이 없었다고 했고, 우리가 말한 것처럼 그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본인들이 왜 마음 아프게 자녀를 시설을 맡겼냐고 물으며 우리에게 거짓말하는 것은 아닌지 물었다.


그 자리에 동석한 탄진·애경이 본인들의 활동지원사를 소개하면서 이들의 지원을 받아 결혼도 하고 잘 살고 있다고 말하니 부모님의 눈빛은 바뀌기 시작했다. 그 틈을 타 노들야학을 소개했다. 시설에서 나오면 야학에 다니며 공부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비장애인처럼 평범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교실 벽에 붙은 신문기사를 천천히 둘러보신 부모는 집으로 돌아가면서 우리에게 당신들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자신들이 못한 희수의 탈시설을 지원해달라고 부탁했다. 부모님의 눈가는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 탈시설, 가족과 시민이 함께 완성해나가야 할 과제

 

현재 서울시 내 장애인거주시설 루디아의집 인권침해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계 활동가들은 문제시설의 폐쇄와 거주인들의 즉각적인 자립지원을 외치고 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시설비리와 인권침해가 발생한 루디아의집에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설폐쇄를 권고하고 서울시와 관할 구청도 해당 시설의 폐쇄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은 거주인의 자립지원 준비가 아닌 거주인 부모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보호자연대의 시설폐쇄 반대’라는 점이다.

 

지난 3월 5일, 서울시청 정문에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롯한 장애단체는 문제시설 루디아의집 시설거주인의 전원 탈시설지원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허현덕
 

이상하다. 이제까지 내가 만난 보호자와 가족들은 이렇게들 말했다. 어쩔 수 없었다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없었기 때문에, 가족의 삶도 있기에 오롯이 가족이 중증장애인 자녀를 돌볼 수 없었기에 시설에 그를 맡겼다고 했다. 그래서 나와서 살 수 있다면 최대한 빨리 그가 나와서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지금까지 시설에서 살게 한 것만으로도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데 루디아의집 보호자들은 아직 지역사회 준비가 덜 되었다고, 본인들의 자녀는 자립을 판단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또 무엇보다 시설이 폐쇄되면 시설종사자들이 대량해고되기에 시설을 폐쇄하면 안 된다고 한다. 자신의 자녀들에게 말을 듣지 않는다고 와사비를 탄 물을 강제로 먹이고, 때린 종사자들이 지금 반성하고 있으니 그들을 믿고 본인 자녀를 계속 시설에 맡기겠다는 것인데, 나는 믿어지지가 않는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벌써 여러 차례 시설비리, 인권침해가 발생한 문제시설이다. 이곳에 어떻게 자녀를 더 이상 맡길 수 있는가?

 

중증발달장애인 보호자들은 본인의 자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2~3세 수준의 아이’라고 말한다. 앞서 자립한 신체장애인처럼 스스로 자립을 판단할 수도 없고, 자립 후에도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판단이 어렵기에 시설에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누가 정했을까? 그 시설은 누가 만들었는가?

 

장애인거주시설은 지역사회에 아무런 자원이 없었을 때 어쩔 수 없이, 싼 비용으로 장애인을 한곳에 모아둔 감옥과 같은 수용시설일 뿐이다. 그것은 대한민국 정부가 가난했던 시절에 어쩔 수 없이 생겨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11위의 국가이다. 물론 장애인복지 예산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이지만 OECD 평균 장애인복지 예산이 확보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중증장애인의 지역사회 완전한 사회통합과 자립생활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일반논평5(19조 자립생활과 지역사회에의 참여) 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역사적으로 장애인들은 그들의 삶의 모든 영역에서 자기 선택권과 결정권을 부정당했다. 많은 장애인들은 그 자신이 선택한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아예 없거나 수용시설 같은 특정 삶의 방식과 연계되어 있었고, 지역사회의 기반 시설은 모두를 포용하는 형태로 고안되지 않았다. 자원은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투자되기보다는 시설에 투자됐다. 결국 장애인들은 가족들에게 의존하거나 버려지거나, 시설에 수용되고, 고립되고, 분리되었다.” 

 

그리고 중증장애인의 독립생활(자립)이란 “장애인이 자신의 삶을 선택과 통제하고 자신의 삶에 관한 모든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제공받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정부는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통제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제공할 의무 이행만 남았다. 이를 위해 정부와 탈시설을 외치는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가의 노력뿐 아니라 이를 지지하고 연대할 가족과 시민의 힘이 필요한 시점이다.

 

탈시설-자립생활제도 초석을 닦은 지 10년이 지난 지금, 탈시설은 반대할 문제가 아닌 함께 이행하고 완성해야 할 우리사회의 문제다. 그 과정에서 루디아의집 시설이용자 보호자연대에게 ‘시설폐쇄 반대’가 아닌, 문제시설을 폐쇄하고 중증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을 완성하자는 목소리로 우리와 연대할 것을 제안한다. 루디아의집 보호자들이 그런 무시무시한 시설에 자녀를 맡길 용기가 있다면 중증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완전한 통합과 자립을 완성할 수 있도록 우리와 함께 투쟁할 용기를 가지길, 장애인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가지길 부디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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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순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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