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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계, ‘선거법 위반’ 무릅쓰고 ‘장애인 비하·혐오’한 정치인들 인권위에 진정
황교안·주호영·박용찬 미래통합당 후보들 잇따라 진정 당해
“비난하거나 잘못 지적할 때 ‘장애’ 빗대어 말하는 것은 장애인 비하”
등록일 [ 2020년04월13일 13시27분 ]

기자회견에 참가한 한 장애인이 코로나19 방지를 위해 비닐로 된 캡모자를 얼굴 아래까지 내려썼다. 비닐로 된 캡모자에는 “장애인 비하, 차별 발언 아웃(OUT)”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사진 강혜민
 

‘선거법 위반’을 무릅쓰고 장애인 비하 발언을 일삼은 정치인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선포한 장애계가 이번엔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진정에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는 13일 오전 11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총선에서 지역구 후보자들로 출마한 ‘장애인 비하 발언 정치인들’을 인권위에 진정한다고 알렸다.

 

또한, 이들은 정치인의 막말이 끊이지 않는 것은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한 인권위 각하 결정과 관련 있다고 보고, 인권위의 강력한 시정 권고를 촉구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해 국회의장에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권고하면서도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어 조사 대상이 아니라며 각하 결정을 내렸다.

 

이날 전장연 등이 피진정인으로 지목한 ‘장애인 비하 발언 정치인’은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서울 종로구),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대구 수성갑), 박용찬 미래통합당 후보(서울 영등포구을)로 총 세 명이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서울 종로구)는 지난해 8월에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수출 규제에는 국무회의 생중계까지 하더니 북한 미사일 도발에는 ‘벙어리’가 돼 버렸다”라며 언어장애인을 비하하여 장애계에 의해 인권위에 진정 당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 선거 유세에서 또다시 “키 작은 사람은 비례투표용지를 자기 손으로 들지도 못한다”며 ‘저신장 장애인’에 대한 비하 발언을 반복하였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후보(대구 수성갑)는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해 “그런 상태로 총리가 된다면 이것은 절름발이 총리이고 후유증이 엄청난 것이죠”라며 장애인 혐오 발언을 했다. 

 

박용찬 미래통합당 후보(서울 영등포구을)는 올해 1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한 논평에서 “몸이 불편한 사람이 장애인이 아니다. 삐뚤어진 마음과 그릇된 생각을 가진 사람이야말로 장애인이다”라며 장애인 혐오 발언을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13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자들로 출마한 ‘장애인 비하 발언 정치인들’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사진 강혜민

 

이날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은 참담함과 분노를 쏟아냈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장애를 갖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비하 발언을 들을 때마다 참을 수 없는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낀다”라면서 “우리는 그동안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며, 이는 사회가 함께 풀어갈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그 문제를 함께 풀어갈 정치인들이 앞장서서 장애인 비하 발언을 일삼고 있다”고 규탄했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이러한 발언이 왜 장애인 비하 발언인지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종이 길이가 짧다는 걸 이야기하면서 키 작은 사람은 마치 종이도 들 수 없는 사람, 무능력자인 것처럼 말한다. 총리의 부적절함을 이야기할 때는 ‘절름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정치적으로 권력만 쫓아가는 사람을 이야기할 때도 눈먼 사람(시각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정치인들은 자주 빗대어 말한다”라면서 “이처럼 누군가를 비난하고 잘못된 것을 말하고 싶을 때 계속해서 장애인을 빗대어 이야기하는 데 이는 명백한 장애인 비하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실수라고 하기엔 너무나 의도적이며, 장애에 대한 개념과 감수성이 턱없이 빈약하다”면서 “이 정도 되면 정치인들은 장애인을 국민의 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조차 없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김 사무국장은 “이러한 발언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명백한 장애인 차별 행위임을 알 수 있도록 인권위의 강력한 시정권고가 필요하다”면서 “선거 이후에도 지속해서 지켜볼 것이다. 국민을 대변한다는 사람들이 어떤 말로 자신의 의사표현을 해야 하는지 알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날 사회를 본 박철균 전장연 활동가는 “장애인 비하 발언 문제로 인권위를 찾아온 게 오늘로 벌써 네 번째다. 장애인 비하 발언을 제재해달라고 인권위에 재차 요청했으나 인권위는 제대로 하지 않았고, 그 결과 정치인들의 장애인 비하와 혐오, 차별 발언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재 정치인들은 세월호 유가족, 성소수자 혐오 발언도 계속하고 있다. 장애인 비하 발언을 멈추게 하지 않는다면 장애인을 넘어 이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혐오·비하 발언은 계속될 것이다”라며 인권위에 엄중한 결정을 촉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 기간 중에 단체 명의로 후보자 이름을 거론하며 지지·낙선 운동을 하는 것은 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재차 경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활동가는 “장애인을 차별·비하하지 말라는 목소리는 선거법 위반이라며 처벌하겠다는데, 지금까지 후보자들이 선거 유세뿐만 아니라 선거 전후로 장애인을 차별·혐오·비하하는 것은 언제 처벌하고 제지할 것인가”라며 항변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들은 광화문까지 ‘장애인 비하 발언 정치인 아웃(OUT)’을 촉구하며, 코로나19로 인한 물리적 거리두기 행진을 이어 나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13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15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자들로 출마한 ‘장애인 비하 발언 정치인들’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사진 강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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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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