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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계속된 장애인 차별
130여 건, 장애인 차별사례 접수… 발달장애인 투표보조 내용 삭제로 투표 못 하기도
장추련 등 참정권 대응팀 “중앙선관위원장 15일까지 답변 달라” 면담 요청
등록일 [ 2020년05월07일 17시39분 ]

- 체격이 왜소하여 일반 기표소에서의 기표가 어렵기에 지역 선관위에 높낮이 조절이 되는 기표소가 있는지 문의하였으나 없다고 했어요. 활동보조인 도움을 받아 기표할 수 있냐고 물었는데 잘 모른다고 했어요. 이러한 지원이 모두 다 되어야 하는데 직원이 모르고 있으며 준비도 안 되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지체·뇌병변 장애인 유권자)

 

- 활동지원사와 함께 투표소에 가서 시각장애인이라고 하자 점자용지로 된 투표를 하라고 했어요. 점자 사용을 못 한다고 하자 ‘시각장애인이면 점자 다 아는 거 아니냐’며 면박을 줬어요. 확대경을 요구하자 없다고 해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선거지원은 없냐고 물었지만, 답변하지 않았어요. (시각장애인 유권자)

 

- 투표하러 가서 선관위 직원에게 수어통역 지원을 요청했는데 그런 지원은 없다고 답을 하기에 정말 화가 났어요. 영상통화 안내를 할 수 있음에도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청각장애인 유권자)

 

- 이전처럼 투표지원이 되는 줄 알고 발달장애인 딸과 투표소에 갔는데 선관위 직원들이 “같이 들어가면 안 돼요”라고 소리를 질렀어요. 주변 사람들이 다 쳐다보니 불편했어요. 딸이 손이 불편해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니 그래도 안 된다며 직원들이 도와주겠고 하기에 먼저 기표하고 나왔는데,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딸 혼자 기표소에서 기표를 제대로 못 하고 투표용지를 떨어뜨렸어요. 그래서 항의했더니 도와주는 거에 대해서 참관인들에게 물어보고 있었다고 했어요. 결국 딸의 표는 사표가 되었어요. (발달장애인 유권자의 어머니)

 

장애계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장애인 차별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아래 중앙선관위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나섰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대응팀’은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130여 건의 장애인 차별 사항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참정권 대응팀은 “2010년 지방자치단체 선거 때부터 장애인 참정권 모니터링을 진행했는데, 이번 선거에도 장애인 차별이 계속 확인됐다”며 “장애인 참정권 개선을 위해 나서야 할 중앙선관위원장에 공식 면담을 요청하고, 오는 15일까지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4·15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10일,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대응팀’은 사전투표소가 있는 청운동효자동 종로장애인복지관 앞에서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강혜민

 

장애인들은 선거에서 크고 작은 차별에 부딪혀 참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사전투표 제도가 시행됐지만, 투표소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었다. 장추련 등 참정권 대응팀은 이러한 불상사를 막고자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관위와 사전 협의를 하고, 공직선거법에 담지 못한 장애인 참정권 보장을 위한 구체적 내용을 점검하고 협의했다. 이번 선거가 치러지기 전 중앙선관위는 지난 2018년 개정된 ‘이동약자의 투표소 접근성 편의보장’에 따라 사전투표소 대부분을 1층에 마련하고, 장애인 투표소 접근이 93% 이상 가능하다고 답변해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개별 차별 사례와 접수 건수만 봐도 선거에서 장애인 차별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보조 지침이 삭제되어 발달장애인의 참정권이 침해됐다. 어머니와 함께 투표장을 찾은 발달장애인들이 가족관계증명서를 요구받기도 했고, 끝내 투표를 하지 못 하는 일도 발생했다.

 

공직선거법상 시각장애인 또는 신체장애인은 가족, 당사자가 지명한 2명이 투표보조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국회의원 선거, 2017년 대통령 선거, 2018년 지방자치단체 선거에서는 투표관리 매뉴얼에 신체장애(지적·자폐성 장애 포함)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한 지적·자폐성 장애인의 경우에도 신체장애(손 떨림 등)가 있을 시 투표보조가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는 ‘신체장애(지적·자폐성 장애 포함)’ 문구가 삭제되고, 상지절단·근육마비 등 신체장애인으로 범위가 축소되었다. 손 떨림 등에 대한 문구도 삭제되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가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만든 선거 안내 책자에는 투표보조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어 혼란을 가중했다.

 

장추련은 “이번 선거도 지난 선거와 같은 차별사례가 반복됐고, 특히 갑작스러운 투표관리 매뉴얼 변경으로 발달장애인이 실제 투표를 하지 못한 상황까지 발생했다”며 “이러한 참정권 배제는 장애인의 권리를 반영하는 정책과 제도로부터도 배제되는 악순환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기본권인 참정권이 장애인에게도 동등하게 부여할 수 있도록 중앙선관위 차원에서 차별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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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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