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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혐오 부추기는 악의적인 언론 보도에 시민단체들 ‘분노’
주요 언론사, 확진자 신상·동선 공개하며 성소수자 혐오 보도 쏟아내
“낙인 불안·공포감 조성하는 혐오 보도… 방역에 악영향만”
등록일 [ 2020년05월08일 14시33분 ]

국민일보 5월 8일 자 기사 화면 갈무리. 기사 제목에 ‘이태원 클럽 방문자 코로나19 확진… 동성애자들의 생각은?’이라고 적혀있다. 국민일보는 7일, 경기도 용인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등장하자 ‘[단독]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라는 제목으로 방역과 무관한 정보를 담은 기사를 내보내 성소수자에 대한 악의적 보도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에 국민일보는 해당 기사 제목에서 ‘게이클럽’을 ‘클럽’으로 수정했지만 다음 날(8일) 해당 확진자의 클럽 방문에 대한 동성애자들의 생각을 묻는 후속 기사를 내보냈다.
 

최근 경기도 용인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방역과 상관없는 확진자의 신상이 노출됐다. 이를 두고 특정 언론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를 잇달아 내보내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일보는 지난 7일, 두 차례나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단독]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 <“저의 잘못, 이태원 클럽 호기심에 방문했다”…코로나19 확진자 해명>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국민일보는 ‘악의적인 보도’라는 지적이 쏟아져 나오자, 당일 오후 기사 제목 중 ‘게이클럽’을 ‘유명 클럽’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국민일보는 다음날인 8일, 후속 기사에 <이태원 클럽 방문자 코로나19 확진…동성애자들의 생각은?>이라며 다시 ‘동성애자’를 강조하는 제목을 달았다. 이는 확진자가 ‘게이클럽’을 방문했음을 추측하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해당 기사에서는 남성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 오간 의견 중 일부를 발췌해 확진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더욱 부각했다.

 

SBS도 7일 오후 보도한 뉴스에서 “A 씨(확진자)가 전전한 이태원의 클럽은 성소수자들이 주로 다니는 ‘게이클럽’으로 잘 알려져 있다”라면서 코로나19 감염 예방과 무관한 성소수자에 대한 정보를 내보냈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비롯한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뉴스1 등 주요 언론사들도 ‘게이클럽’을 강조하는 기사 제목 또는 내용을 앞 다퉈 다뤘다.

 

이러한 성소수자에 대한 악의적인 보도행태를 두고 시민단체들은 ‘코로나19 예방과 관련 없는 성소수자 혐오를 멈춰달라’며 일제히 성명서를 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아래 행성인)는 7일, 성명을 통해 언론에 질병 예방을 저해하는 혐오 선동을 멈추기를 촉구했다. 행성인은 7일 오전부터 많은 언론사가 확진자의 나이, 지역, 동선뿐 아니라 직장의 위치와 직종을 공개했으며, 지자체가 공개하지 않은 정보를 단독취재인 것처럼 보도하면서 확진자의 동선을 전시하고 아웃팅했다고 지적했다. 행성인은 코로나19로 인해 다중 이용장소 방문을 통한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있는 점에 공감하지만, 경쟁적으로 확진자의 정보를 노출하는 태도에 대해 “절대로 질병의 예방과 방역을 위하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아래 친구사이)도 7일, 성명을 통해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언론의 보도 형태를 규탄한다”면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언론보도가 오히려 공중보건에 ‘해악’이 된다고 비판했다. 친구사이는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언론 보도행태는 결국 아웃팅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조성해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을 위축시키고 방역망 밖으로 숨어들게 할 뿐”이라며 “국민일보의 보도가 2차 감염 예방을 위한 방역망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고 질타했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아래 코로나인권대응)도 8일, 성명을 통해 “지금 필요한 것은 혐오와 차별의 조장이 아니라 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연대”라며 언론사뿐 아니라 지자체의 과도한 정보·명단 공개 요청을 지적했다. 코로나인권대응에 따르면 인천시는 이번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인권단체에 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명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기자협회 등은 4월부터 ‘감염병보도준칙’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해당 준칙에서는 감염인에 대한 취재만으로도 차별과 낙인이 발생할 수 있어 감염인은 물론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지난 3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과도한 사생활 침해와 이로 인해 혐오의 대상이 되는 2차 피해를 우려하면서, 보건당국에 확진환자의 정보 공개에 대한 세부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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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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