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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책에서 배제된 빈곤층, 어떻게 개선될 수 있나
코로나19 이전부터 사회적 위험에 노출된 장애인, 노숙인, 저임금 노동자, 이민자들
“불평등한 사회, 역전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 모색해야” 체질 개선 촉구
등록일 [ 2020년05월13일 14시17분 ]

14일, 대구 중구의 카페에서 ‘빈곤층의 생존권 보장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뉴스민 유튜브채널 캡처
 

감염병은 얼마나 손쉽게 사회를 위험에 빠뜨리는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은 전염병 이전에도 사회적 위험에 이미 노출되었던 장애인, 노숙인, 저임금 노동자, 이민자들이다. 코로나19의 첫 사망자가 폐쇄병동에서 20년간 수용됐던 정신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은 하나의 상징과도 같다. 가난한 사람들은 가장 먼저 죽거나 주거지에서 쫓겨나고, 가장 먼저 일터에서 해고당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빈곤층의 생존권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코로나19 재난 대책에서도 가장 먼저 배제되고 있었다.

 

14일, 대구 중구의 카페에서 ‘빈곤층의 생존권 보장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자들은 현재 정부의 코로나19 재난대책이 한시적이고, 사각지대가 넓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앞으로의 재난에 대비해 우리나라 사회보장제도의 선별적·한시적·제한적 성격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제시됐다.

 

- 재난 대책에서도 드러난 깊고 넓은 복지 사각지대

 

정부는 지난 3월 17일 1차 추가경정예산(아래 추경예산)에 긴급복지지원제도(아래 긴급복지)와 저소득층한시지원(아래 한시지원) 예산을 편성했다. 이 중 긴급복지는 한 해 예산(1,600억 원)보다 많은 2,000억 원이 편성됐다. 긴급복지는 기존에 있던 제도로, 최대 6개월간 생계지원과 주거비,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코로나19의 상황을 고려해 7월 31일까지는 재산과 지원횟수 등을 완화했다. 그러나 예산 확대와 기준 완화에도 긴급복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긴급복지지원법 시행령에 따른 위기사유의 범위가 좁고, 기준중위소득 75%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금융재산은 500만 원이 넘어도 신청할 수 없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청약이나 적립식보험 등을 모두 합한 금융재산이 500만 원을 초과하면 긴급복지를 신청조차 할 수 없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감염에 가장 쉽게 노출되고 있는 홈리스의 경우 가장 먼저 주거지 등이 제공되어야 하지만 6개월 이상 거리생활을 한 홈리스는 긴급지원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거비를 3개월 체납한 경우, 1년 이내에 실직한 사람에 한해서 지원된다. 따라서 더 오랫동안 어려움에 처한 사람은 오히려 긴급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다.

 

한시지원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차상위계층, 아동수당 대상 수급자에게 지역상품권을 발행하는 제도다. 생계·의료급여 수급자는 1인가구 52만 원을, 주거·교육급여 수급자와 차상위계층, 아동수당 대상 수급자는 1인가구 40만 원을 지급한다. 그러나 김윤영 사무국장은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먼저 지원한다는 것에서 제도적 합리성이 있지만, 기존 복지사각지대는 아우르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이 발제하고 있다. 사진 뉴스민 유튜브채널 캡처
 

- 긴급재난지원금… 주민등록 없는 주민은 어떻게?

 

전 국민에게 지급되는 정부긴급재난지원금(아래 재난지원금)도 가구당 지원과 신청주의라는 기존 복지제도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지급대상여부 확인을 위해서는 공인인증서가 필요하고, 온라인 신청에서는 휴대폰 인증, 신용카드 등이 필요하다. 오프라인 신청에서도 주민등록증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홈리스나 주거지가 불확실한 경우에는 이마저도 어렵다. 지역상품권은 월세나 공과금을 낼 수 없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못 한다. 또한 가구구성에 묶여 본인이 신청할 수 없거나, 장애인수용시설에 있는 장애인처럼 받더라도 본인이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서울역 인근 ‘노숙인 등’ 중에서 재난지원금 현금지급(생계급여,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수급자) 대상자를 제외한 10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77.5%가 재난지원금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신청하지 않은 이유는 주소지가 멀어서(27%), 신청 방법을 몰라서(26%), 거주불명등록자라서(23%) 순이었다. 또한 서울시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이들 응답자 중 40%가량은 주민등록상의 주소가 부산, 전남, 제주 등이었다. 31.3%는 거주불명이었다. 다른 지역이나 거주불명자들은 온라인이 아니면 재난지원금 신청이 불가능하다. 지역상품권을 수령한다고 해도 생활기반이 서울이라서 쓸 수 없다. 김윤영 사무국장은 “모든 국민에게 지급된다고 하는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없는 사람들을 고려해 공무원들이 서울역 등을 찾아 직접 현금을 주는 적극적인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별로 상이한 재난긴급생계비도 문제로 지적됐다. 경기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가 중위소득 50~100% 이하 등으로 지원대상을 소득으로 선별하고, 지원액수도 천양지차다. 일부 지자체는 일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강원은 소상공인·실직자, 부산은 소상공인, 전북은 학원 등 시설에 재난긴급생계비를 지급하고 있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는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목적으로 대부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있는데, 주거비, 공과금 등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외국인, 이주민들은 대부분 지자체 재난긴급생계비를 받을 수 없었다. 경기도, 서울시, 부산시 연제구·강서구·사하구·수영구, 전라북도 익산시 완주군·군산시 정도가 결혼 이민자 또는 영주권자에게 재난긴급생계비를 지급하고 있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난민과 인도적 체류자, 미등록이주노동자, 중국 동포 등 사회적 소수자인 이주민들의 소외에 대한 지자체의 적극적인 검토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 발제하고 있다. 사진 뉴스민 유튜브채널 캡처
 

- 사회적 배제 코로나19에서 더 큰 배제로 돌아와

 

장애인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사회적 지원에서 배제되기 일쑤였는데, 다시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장애인의 가족도 곤란을 겪고 있다. 그나마 존재했던 사회적 지원이 사회복지시설 무기한 휴관, 학교의 개학 연장 등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돌봄의 책임이 가족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상황에서 제주도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자살을 했고, 울산에서는 새벽에 일을 간 부모가 없는 사이 뇌병변장애인 동생(9)과 동생을 돌보던 형(18)이 화재로 사망했다. 지난 3월 장애인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지만, 두 달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은 전무하다. 코로나19 재난 대책이 있지만 비장애인 중심으로 짜여 장애인 확진자와 자가격리 지원책으로는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기 힘들다.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재난 상황에서 희망자에 한해서 활동지원사를 제공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재난을 대비하기 위해 장애인가구 대상으로 한 긴급생계비, 장애인연금의 장애등급제 전면 폐지 등 사회복지제도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시했다.

 

고용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와 자영업자 등 1,300만 명의 노동자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고용유지지원제도(아래 고용유지)는 고용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사업주가 휴업, 휴직 등 고용유지를 하는 경우,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휴업수당(평균임금의 70%)에 대해 정부가 고용보험에서 기업규모에 따라 2/3(대기업은 1/2~2/3)를 보존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그런데 파견, 용역업체 등은 제도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

 

이길우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본부장은 “고용유지는 고용유지를 하는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기에 철저하게 기업의 여건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고용유지를 하는 기업에 대한 우회적 지원이 아니라 저임금, 특수고용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취약노동자,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직접 생계 위험에 놓인 노동자에 대한 우선 지원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난 시기에 모든 해고를 금지하고, 전 국민 고용보험제도를 도입해 사회안전망을 전면 확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 현재 ‘정상가족’ 중심으로 이뤄지는 선별적·한시적 사회보장제도 벗어나야

 

김윤영 사무국장은 정부 재난대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언급이 전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본적으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중심, 기존 복지의 한계를 벗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신청기준인 주소지, 관할 지자체, 가구 기준, 신청주의 등 선별적으로 이뤄지는 사회복지제도 자체를 개선하지 않으면 재난 대책에서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어렵다”며 “부양의무자 기준의 기초가 되는 이른바 ‘정상가족’ 중심의 사회보장제도가 아닌, 가구구성의 유연함이 요구된다”고 제시했다.

 

김 사무국장은 미첼 바첼렛 유엔 인권최고대표의 말을 빌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에서 인권이 가장 앞에, 그리고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이미 경제적으로 간신히 생존하고 있었던 이들은 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해 채택된 조치에 의해 너무도 쉽게 궁지에 내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 “한국의 방역이 세계적 모범이라는 찬사에 취해 있는 사이 불평등한 재난의 양상이 감춰지고 있는 건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며 “몇 가지 소득지원제도가 아니라 불평등한 사회의 고리를 역전할 수 있는, 기존의 사회문법을 뒤집을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인권에 기초한 연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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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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