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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단체 “코로나19, 혐오 타고 번진다” 혐오 거둔 대책 촉구
이태원 클럽 둘러싼 언론 보도, 지자체의 행정 조치에 깊은 우려
“방역 대책, 권리 침해의 근거가 아니라 권리 보장의 이유여야”
등록일 [ 2020년05월14일 16시40분 ]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14일 오전 11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와 웅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활동가가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시민사회단체가 ‘이태원 클럽’과 관련한 언론보도와 지자체의 행정조치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혐오와 차별을 거둘 것을 촉구했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아래 코로나19 인권대응) 등 시민사회단체는 14일 오전 11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과 혐오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 방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기본적 인권을 존중하는 방역 대책, 사람에 대한 존엄, 평등,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7일, 이태원 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국민일보의 보도 이후 많은 언론사들이 ‘게이클럽’, ‘블랙 수면방’ 등 특정 단어를 쓰며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정부가 나서 “특정 커뮤니티에 대한 비난은 방역의 관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지만, 일부 언론은 마치 성정체성 때문에 코로나19가 확산했다는 듯한 보도를 계속 내보내고 있다.
 
노영란 매체비평 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지난 12일 보도된 머니투데이의 ‘커튼만 쳐진 컴컴한 방, 5년 전 차마 못쓴 블랙수면방 취재기’를 비판했다. 그는 “머니투데이는 5년 전 취재했던 내용을 ‘현재도 그러할 것이다’라는 추측만으로 기사를 썼다. 이런 기사를 쓰는 것이 코로나19 확산과 진정에 이바지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는 진전되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다. 이런 부적절한 보도와 편견을 가질 수 있는 자극적인 보도를 멈추고 ‘감염병보도준칙’에 철저히 준한 보도를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28일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과학기자협회는 ‘감염병보도준칙’을 제정한 바 있다. 이미 코로나19 정부 브리핑과 보도자료 등에 주요 내용이 첨부되어 있다.

 

지난 14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유흥시설 집합금지, 감염검사, 대인접촉 금지 명령 등을 정리해 배포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보도자료 캡처
 

확진자를 특정할 수 있을 정도의 과도한 지자체의 긴급재난문자, 강력한 행정집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15개 시·도에는 유흥시설 집합금지, 11개 시·도에는 감염검사 시행, 9개 시·도에는 대인접촉 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졌다. 특히 경기도는 지난 10일 이태원 클럽 출입자에 대해 감염검사·대인접촉금지 긴급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위반 시 최고 징역 2년 또는 벌금 2천만 원에 처해질 수 있고, 명령위반으로 감염이 확산된 경우 관련 방역비용이 구상 청구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역학조사(18조 3항), 건강진단(46조), 격리 및 대인접촉 금지(47조)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지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활동가는 “바로 어제까지도 확진자의 방문지, 상호명, 지역, 나이, 방문 시간대별로 동선을 공개하며, 검진대상자를 공포에 빠뜨리고 있다. 성별과 나이가 코로나19 검사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감염검사에 대해 행정명령을 내렸는데, 검진대상자를 예비 범죄자처럼 취급하고 있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지난 12일 경찰청과 통신사의 협조를 통해 이태원 클럽 접속자 10,905명의 명단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또한 신용카드 이용자 494명의 명단 확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지난 13일,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이태원 클럽 방문자에 대해 △신용카드 사용 내역 조회 △기지국 접속자 파악 △경찰과의 협조 등을 동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기자회견에서는 통신사 기지국 접속자 명단 제출 요구는 기본권을 침해하고,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공권력 행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서채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통신사 기지국 명단 제출 요구는 현행법을 위반한 강제조치다. 감염예방법상에 법적 근거의 존재 여부도 불투명하며, 기지국 접속자 전부를 감염병 의심자 또는 처벌 대상자로 가정하여 정보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한 정보 수집”이라며 “기지국 명단 제출 요구는 엄밀한 요건 아래서만 가능한데, 헌법재판소와 우리 사회가 세워놓은 원칙을 지자체장이 무참히 무너뜨렸다”고 성토했다. 이어 “감염확진자, 검진대상자는 모두 피해자다.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이들의 권리가 존중될 수 있도록 정부의 신중한 조치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14일 오전 11시,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허현덕
 

특정 집단의 차별과 혐오가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을 어떻게 더 키울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인권위원장은 “차별과 혐오를 퍼부어서 눈곱만큼이라도 코로나19 종식에 도움이 된다면 이 자리에 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최 인권위원장은 “앞서 중국인이나 신천지 교인들에 대한 혐오가 퍼졌을 때 그들이 얼마나 두려워하면서, 큰 결심을 하고 선별진료소를 찾았는지 경험했다. 그런데 이제는 그보다 더 심한 혐오가 성소수자에게 가해지고 있다. 이를 조장하는 언론은 코로나19 종식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라며 “코로나19는 혐오를 타고 번진다. 혐오와 낙인이 무서워 검사를 받지 못 하게 하는 환경은 수백 수천 명의 검사를 놓치는 것이다. 검사자의 인권보호와 존중만이 코로나19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인권대응은 “감염병 위기에서 방역 대책이 권리 침해의 근거가 아니라, 권리 보장의 이유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이고, 사실에 근거한 보도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다”라며 “확진자를 포함한 사회 구성원 모두가 존엄한 인간임을 기억할 때 모두 안전해질 수 있다. 혐오와 배제를 넘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등과 연대고, 이는 곧 우리가 존엄한 이유”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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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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