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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고려병원 정신장애인 사망에 인권위 “개인 일탈 행위 강해”
22년 전, 해당 병원에서 가혹행위로 환자 15명 집단 탈출하기도
장애계, 인권위에 진정하며 전수조사 요구했지만 인권위 “어렵다” 답해
등록일 [ 2020년05월18일 18시09분 ]

경남 ‘합천고려병원’ 정신장애인 구타 사망사건에 관해 장애계가 18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앞에 모여 진상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박승원
 

경남 합천고려병원 정신장애인 사망 사건에 관해 장애계가 18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 촉구와 함께 이번 사건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 11개의 장애인단체는 ‘정신병원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고 판단하고 인권위에 전수조사 등 강력한 대책을 촉구했지만, 인권위는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 행위가 강하다”고 일축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4월 20일, 합천고려병원에 입원 중이던 정신장애인 ㄱ 씨(55세)는 ‘취침 시간에 병실에 들어가지 않았다’라는 이유로 간호사 ㄴ 씨(47세)에게 폭행당하고 8일 후 사망했다. 피해자는 합천고려병원에 17년간 입원해 있던 장기입원환자였다.
 
유족에 따르면 해당 병원은 사건 직후 ‘환자가 스스로 넘어져서 다쳤다’라고 적힌 허위 근무일지를 제시했다. 하지만 유족 측이 CCTV 확인을 요구하자 뒤늦게서야 ‘간호사 강압으로 부상이 생겼다’라며 말을 바꿨다. 이와 관련해 관련자는 사건 은폐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중이며, 간호사 ㄴ 씨 또한 폭행치사 혐의로 입건되어 조사 중이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발언하는 모습. 염 변호사는 “경상남도가 민관합동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규명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진 박승원


합천고려병원에서의 정신장애인 사망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8년 1월 27일에는 해당 병원에서 입원 치료받던 정신장애인 15명이 가혹행위로 집단 탈출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집단 탈출을 조사 중이던 경찰은 ‘직원들의 폭행으로 환자가 숨진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1998년 2월 12일 부산일보에 실린 탈출 환자들의 증언은 보다 구체적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병원 간호사와 보호사는 환자가 말을 듣지 않으면 쇠파이프를 휘두르기도 하고, 일부 환자들에게는 며칠씩 식사는 물론 물조차 주지 않고 감금 수용했다고 한다. 또한, 환자가 폭행으로 숨질 경우엔 유족에게 허위 사망진단서를 발급하고 병원장이 진료기록을 허위로 작성해 거액의 의료보험비를 착복한 혐의도 받았다. 

 

그러나 당시 사건에 대해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합천군과 경상남도는 뾰족한 대책과 조사 없이 사건을 무마했다”라면서 “이번만큼은 정신병원에 대한 인허가 권한을 가진 경상남도가 민관합동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규명에 즉각 나설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따라서 진상규명과 함께 △합천고려병원 즉각 폐쇄 및 책임자 처벌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하여 도내 정신병원·정신요양원 전수조사 △정신장애인 탈원화와 지역사회 자립 지원체계 마련 △정신장애인 인권 보장을 위한 대책 마련 등을 강력히 요구했다.

 

실제 정신병원에서의 인권침해 문제는 합천고려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6년에도 서울의 한 정신병원에서 10대 환자가 장시간 강박과 진정제 과다 투여로 사망했으며, 또 다른 서울의 정신병원에서도 27세 환자가 치료 명목으로 35시간 강박되어 있다가 사망한 일이 있었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청도대남병원을 통해 정신과 폐쇄병동의 열악함이 낱낱이 드러난 상황에서 장애계는 이를 개인의 과실이 아니라 정신병원 폐쇄성이 갖는 ‘구조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한 장애인 인권단체 활동가들은 최낙영 인권위 장애차별조사 1과장과 권미진 조사관과 면담도 이어갔다. 가운데 자리에서 왼쪽이 최 과장, 오른쪽이 권 조사관이다. 사진 박승원
 

- 인권위 “이번 사건은 개인 일탈 행위 강해…  인력 문제로 전수조사는 어려워”

 

하지만 인권위의 입장은 달랐다. 기자회견 후 이어진 인권위 면담에서 인권위 측은 “이번 사건은 개인의 일탈 행위가 강하다”면서 전수조사 또한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기자회견 후 참가자들은 최낙영 인권위 장애차별조사1과장, 권미진 조사관과 면담을 했다.  인권위는 합천고려병원 정신장애인 사망사건 관련 기사가 나온 후 직권조사 여부 판단을 위해 지난 12일 기초조사를 다녀온 차였다. 

 

최 과장은 “코로나19로 현장조사를 바로 하지는 못하고 12일 해당 병원을 찾아갔다”라면서 “의료진 6명과 입원환자 10명, 총 16명을 대상으로 대면조사 했다. 우리가 주목한 것은 해당 병원이 (사건이 발생한) 야간 시간에 환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다른 피해 환자가 있는지였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최 과장은 “환자들에게 야간시간에 자지 않으면 병원이 어떻게 하는지, 수면제를 먹이는지, 폭행과 욕설하는 사람이 있는지 등을 물었지만, 부정적인 답변은 듣지 못했다”면서 “구조적 문제로 계속 이런 일이 일어나긴 하나, 이번 사건은 개인 일탈 행위가 강하다”고 밝혔다. 간호사 ㄴ 씨가 새로 업무 배치를 받아 환자 상태를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처 방법을 몰라 실랑이하는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신석철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소장은 “믿지 못하겠다”라면서 환자들이 불이익에 대한 우려로 병원 실태를 솔직하게 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꼬집었다.

 

인권위는 인력의 한계로 전수조사도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최 과장은 “청도대남병원 사태로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원 실태조사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몇 곳을 지정해 추가 조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러한 인권위 입장에 대해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인권위가 빠르게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다녀온 점은 바람직하나, 고작 10명 조사한 것으로 인권침해 실태가 드러날 리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인권위 조사관은 전수조사가 어렵다고 하나, 하지 않으면 상황을 알 수 없다. 조사는 단순히 내용 파악뿐 아니라 그 자체로 인권침해를 막는 압력이 될 수 있다”면서 “인권위가 전수조사하려면 많은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니 지자체가 전수조사하도록 정책권고를 내려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인권위에 ‘경남 합천고려병원 정신장애인 구타 사망사건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 박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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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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