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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사망한 미신고시설, 개인운영시설과 ‘한 지붕 아래’에 있다
개인운영시설 운영자가 미신고시설 평강타운 임대업자
“문제시설에서 긴급조치된 15명, 피해 회복과 자립생활 지원해야”
등록일 [ 2020년05월29일 16시07분 ]

장애인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신고시설 평강타운과 개인운영시설 사랑의집이 파란색 한 지붕 아래 있는 모습. 사진 박승원

장애인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신고시설 평강타운과 개인운영시설 사랑의집이 파란색 한 지붕 아래 있는 모습. 그 옆에는 커다란 송전탑 하나가 세워져 있다. 사진 박승원
 

장애인이 사망한 미신고시설 평강타운에 비마이너가 직접 찾아가 확인한 결과, 개인운영시설 ‘사랑의 집’과 한 지붕 아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랑의 집을 운영하는 김아무개 씨는 미신고시설인 평강타운 임대업자이다.


- 사랑의 집과 평강타운, ‘한 지붕 아래’에 있는데 관련이 없다?

 

지난 3월 19일 중증 지적·지체장애인 ㄱ 씨(39세)가 평택의 미신고시설에서 활동지원사 ㄴ 씨(36세)에게 폭행당해 사망했다. ㄱ 씨는 개인운영시설 ‘사랑의 집’에 2011년에 입소했으나 사망 당시에는 바로 옆 ‘평강타운’에서 지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마이너가 28일, 현장 확인 결과 사랑의 집과 평강타운은 한 지붕 아래 건물이 붙어 있어 사실상 ‘하나의 건물’로 보였다. 그러나 사랑의 집과 평강타운은 물리적으로만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다.

 

평택시에 따르면, 장애인거주시설(개인운영시설) ‘사랑의 집’ 운영자 김 아무개(62) 씨는 평강타운 임대업자이다. 김 씨는 평강타운에서 사망 사건이 발생하자 ‘거주인 한 사람당 50만 원씩 임대료를 받았다’라면서 자신은 임대자일 뿐 평강타운과는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랑의집 정문. 사택이라고 적힌 문 옆에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사랑의 교회’와 ‘장애인 시설 사랑의 집’이라고 적힌 간판이 붙어있다. 사진 박승원

 

현행 장애인복지법에 따르면, 장애인거주시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자체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평강타운은 이러한 신고를 하지 않은 ‘미신고시설’이다. 즉, 그곳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시설 거주자’로 분류되지 않기에 사망한 장애인 ㄱ 씨는 현행법상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장애계는 평강타운 측이 바로 이 점을 파고들어 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해 만들어진 활동지원제도를 악용하여, 활동지원사를 미신고시설 직원처럼 이용했다고 보고 있다. 경기장차연은 ‘사랑의 집’ 운영자인 김 씨를 평강타운의 실질적인 운영자라고 지적하면서 “활동지원사에게 가는 급여가 사실상 시설 직원에게 월급을 주는 방식으로 지급”됐다고 분노했다.

 

장애계는 지난 20여 년간 미신고시설에 대해 줄곧 문제제기를 해왔다. 그로 인해 지난 2002년에 복지부는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을 통해 미신고시설을 조건부신고시설로의 전환에 63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여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장애계는 인권침해 문제가 지속될 위험이 있다며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해왔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올해에도 복지부와 지자체는 ‘미신고시설에 관한 상시 관리 및 보고체계를 수립하겠다’면서, 기초생활수급자의 주소지를 검색하여 동일 주소지에 동일 보장가구원이 아닌 자가 5인 이상 거주하는 가구를 수시로 조사하기에 제도상 미신고시설은 존재할 수 없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이처럼 미신고시설은 버젓이 운영되고 있었다.

 

사건 후, 장애계의 거센 문제제기에 보건복지부는 5월 14일 17개 시·도 지자체에 미신고 시설 전수조사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전국 지자체는 6월 12일까지 조사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미신고 시설로 적발되더라도 관련 법에 따라 불법시설로 간주되어 행정처분과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그칠 뿐이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한 활동가가 ‘미신고시설 폐쇄 및 개인운영시설 인권실태 전수조사하라'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투쟁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박승원


- 장애계, 거주인 15명 전원 탈시설-자립생활 지원 촉구
 

이번 사건에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경기장차연) 등 5개 장애인단체는 29일 오전 11시 경기도청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 장애인 미신고시설 전수조사 및 장애인 탈시설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장애계는 미신고시설에 대한 문제와 함께 거주인 15명의 피해 회복과 탈시설-자립생활 지원을 촉구했다. 애초에 거주인은 14명으로 알려졌으나 시설 내 있던 활동지원사 1명도 장애인으로 확인되어 경기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거주 인원을 총 15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 중 7명은 장애인쉼터로, 5명은 단기보호시설로, 3명은 다른 장애인거주시설로 전원조치 됐다. 그러나 장애인쉼터나 단기보호시설은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이 1~3달로 제한되어 있어 별도의 탈시설 정책이 없는 한, 이들은 다시 장애인거주시설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경기장차연은 “실질적인 탈시설 지원 계획이 이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다시 시설로 돌아가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라면서 “정부가 ‘탈시설 및 자립생활 욕구가 있는 장애인’에 관해 탈시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주택 및 서비스 정책, 예산은 책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꼬집었다.


  김희선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가 발언을 마치고 자리로 돌아가는 모습. 김 활동가는 “시설에 있는 사람이 나와서 지낼 수 있도록 탈시설 정착금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서비스를 공고히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 높였다. 사진 박승원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희선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는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장애인복지시설 신애원에서 탈시설한 이야기를 전했다. 시설에서 23년간 살다 나온 김 활동가는 “아직도 시설에 있던 때를 생각하면 두려움이 엄습하고 눈물이 난다”라면서 “지금은 시설에서 나와 자유롭게 살고 있다. 야학에 다니며 공부도 하고 권익옹호활동가로 지내고 있다. 아직도 시설에 있는 사람들이 나와서 지낼 수 있도록 탈시설 정착금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서비스를 공고히 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건 발생 후, 평택시는 경기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조사를 요청하면서 △평강타운 폐쇄 △활동지원 중개기관과 시설 간의 관련성에 대한 조사 요청 △평택시 장애인복지시설 전수 조사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에 경기장차연 측은 경기도와 평택시에 △사랑의 집 즉각 폐쇄 △전원조치한 장애인 전원에 관한 탈시설지원계획 올해 6월 안에 수립 △경기도 관할 미신고시설 폐쇄 및 개인운영시설 인권실태 전수조사·탈시설지원계획 수립 △경기도 관할 장애인거주시설 10년 안에 모두 폐쇄 및 지역사회 기반 주거서비스로의 전환 등 더 강력한 대책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이러한 요구안을 경기도 측에 전달하며 면담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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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원 기자 wony@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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