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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는 따로 사는데… 부모님 수입이 왜 내 수입으로 잡히죠?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한 공모전 수상작
등록일 [ 2020년06월02일 16시55분 ]

누구에게나 가족이 따뜻한 공간은 아닙니다. 빈곤층에게 가족은 때로 부담이 되기도 하며, 특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은 가난한 이들의 인간다운 삶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은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위한 수기공모전 ‘가족, 짐이 아닌 동반자로’를 진행했습니다. 공모전 수상작 중 세 편을 당사자와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작은 모형 집 앞에 열쇠가 놓여 있다. ⓒ언스플래시

 

2017년 8월 나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매일 되는 야근과 주말 근무로 노동환경이 좋지 못한 탓이었다. 나는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2018년이 되고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올린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으로 2018년 최저임금이 대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사장님은 사정이 어려워 더 이상 고용이 어렵다고 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일자리를 잃게 되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어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단기 아르바이트에도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고 경쟁이 치열했다. 나는 스펙과 경력에서 항상 밀렸고 4개월가량을 의도치 않게 백수로 지내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월세와 공과금이 밀려 집에서 쫓겨날 판이었다. 하루하루가 숨 막히고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불안감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다. 집에서 쫓겨날까 두려웠고 이런 생활이 계속될까 막막했다.

 

밀린 월세와 공과금을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몇 년째 병원에 있는 아버지를 돌보는 오빠는 병원비만으로도 벅찼고, 엄마는 버는 족족 카드빚과 대출을 갚아야 했다. 가족들도 도움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나를 보며 친구는 주민센터에 가보라고 말했다. 월세가 밀렸을 때 받을 수 있는 긴급지원복지가 있다고 했다. 그게 아니라도 가서 상담을 받고 받을 수 있는 복지가 있는지 물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나의 어려운 얘기를 하면서 도움을 구걸해야 하는 것이 자존심 상했다.

 

하루 정도 고민한 끝에 나는 다음날 주민센터에 찾아갔다. 당장 급한 불부터 끄자는 생각이었다. 사람들이 꽤 많았고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나는 그중 한 남자 직원에게 나의 이야기를 했다. “취업이 되지 않아 월세와 공과금이 4개월째 밀려있어 집에서 쫓겨나기 직전이에요. 가족들에게는 도움을 받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제가 지원받을 수 있는 복지나 돈을 빌려주는 제도가 없나요?”라고 물었다. 직원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귀찮은 듯한 말투로 부모님에 관해서 물어보았다. 나는 부모님이 일은 하시는데 빚이 있어서 그쪽으로 돈이 다 들어가 도움을 받기가 어렵고 같이 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직원은 부모님 주소가 다른 지역으로 되어 있으면 그쪽 주민센터로 가서 상담을 받으라고 했다. 나는 이 지역으로 주소가 되어있는데 이곳에서는 받을 수 없는 것인지, 거기서 상담을 받더라도 내가 받을 수 있는 복지가 있는지 물어봤다. 직원은 부모님이 살고 계신 지역 주민센터로 가서 상담받으라는 말만 반복하며 자기 할 일을 했다.

 

기분이 나빴다. 나는 정말 도움이 필요해서 찾아온 것인데 제대로 이야기를 들을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런 태도에 자존심이 상했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하면서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를 보면서 직원은 내가 수입이 없더라도 부모님의 수입이 일정 금액이 넘어가면 지원받지 못한다고 했다. 나는 그 이야기를 끝으로 주민센터에서 나왔다. 집으로 돌아와서 인터넷을 뒤졌다. 부모님이 버는 돈이 내 돈도 아닌데 왜 수입을 같이 본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찾아보니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었다. 만 30세 미만의 미혼자녀는 세대 분리 여부를 떠나 가구원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확실히 안된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앞이 깜깜했다. 며칠 동안 불안감에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제는 돈을 빌리는 방법밖에 없었다. 남자친구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런 부탁을 한다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몇몇 사람에게 조금씩 돈을 빌렸고 공과금과 월세를 조금씩 납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집주인에게 찾아가 사정을 얘기하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집주인은 고민 끝에 믿고 기다려 주겠다고 했다. 나는 계속 구직활동을 했고 약 두 달 후쯤 취업에 성공했다. 취업해서 빌린 돈과 밀린 월세, 공과금 등을 하나씩 갚아 나갔다.

 

나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한 기분이 든다. 도움이 필요해도 받을 수 없다는 것이 절망적이었다. 지금도 인터넷에 찾아보면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혜택을 받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혜택이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찬성한다. 우리가 모두 필요한 혜택과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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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경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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