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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장애인 일자리에 고용장려금 주는 것은 중복지원”, 장애계는 분노
장애계 “‘중복·부정수급’으로 위장해 정부가 중증장애인 노동권 빼앗고 있다”
“장애인고용촉진법 시행령 개정안은 개악안, 반드시 철회해야”
등록일 [ 2020년06월04일 17시36분 ]

지난 4월 10일 국무조정실과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장애인 고용장려금 집행실태’ 점검결과 발표 보도자료 내용 중, 중복지원 제한 및 부정수급 방지 관련 제도개선 방안. 보도자료 캡처

 

정부가 ‘장애인 일자리’를 수행하는 기관에 ‘고용장려금’을 지급하는 것은 중복 지원이라며 이를 개정하려 하자, 장애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장애계는 열악한 장애인의 노동환경을 더욱 악화할 ‘고용장려금 시행령 개정안’은 개악안이라며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고용노동부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아래 장애인고용촉진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제29조제4호 및 제5호)을 공고했다. 개정안에는 장애인 근로자가 재정지원 대상이 되는 경우, 장애인 고용장려금 지급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개정안이 나온 배경에는 지난 4월 10일 국무조정실과 고용노동부의 ‘장애인 고용장려금 집행실태 점검결과 발표’가 있다. 당시 자료에서 정부는 ‘타 보조금과 고용장려금의 중복 수령을 총 22건(4,200만 원 상당) 적발했다’면서 “장애인 근로자의 급여를 지자체로부터 전액 지원받는 위탁기관에 고용장려금까지 지급하고 있다”는 것을 문제로 삼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시정조치 및 환수를 통보하고, 나아가 장애인고용촉진법 시행령 개정을 주문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4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장려금 시행령 개정안’ 철회와 중증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을 촉구했다. 사진 허현덕

 

- ‘장애인 일자리’ 수행하는 민간위탁기관, 운영비도 안 주면서 고용장려금까지?

 

그러나 이에 대해 장애계는 “부정수급이라고 판단한 국무조정실과 고용노동부의 주장은 장애인의 노동환경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분노하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장애인 고용장려금은 장애인고용촉진법에 근거해 의무고용률(민간 3.1%, 공공 3.4%)을 초과하여 장애인을 고용한 사업주에게 지원하는 것이다. 의무고용률 3.1%를 초과해 고용한 곳은 장애인 한 명당 장애 정도와 성별에 따라 월 30~80만 원을 지원받는다.

 

반면, 재정지원 장애인 일자리는 장애인고용촉진법이 아닌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하고 있다.  올해 기준 ‘재정지원 장애인 일자리’ 대상자는 22,396명으로 △일반형일자리 8,315명(전일제 6,195명, 시간제 2,125명) △복지형일자리 12,444명 △특화형일자리 1,637명(시각장애인안마사 파견사업 836명, 발달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일자리 777명) 등이다.

 

장애인 일자리는 시군구의 재정지원으로 민간위탁기관이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인건비만 지급될 뿐, 민간위탁기관에 별도의 운영비는 지원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민간위탁기관 입장에서는 장애인 일자리를 통해 받는 고용장려금이 운영비를 대신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고용장려금을 받지 못하면, 민간위탁기관에서는 자연스럽게 중증장애인고용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치로 장애계가 중증장애인의 노동권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이유다.

 

기자회견에 참가함 김명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가 ‘중증장애인의 평등한 노동환경을 보장하라!’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 장애계 “중증장애인 노동권 더 악화될 것… 개악안 철회하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는 4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정안 철회와 중증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을 촉구했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서울시가 7월부터 중앙정부가 시도하지도 않은 지역맞춤형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를 시행하는데, 이때도 위탁기관은 운영비를 고용장려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내년이면 고용장려금을 받을 수 없으니 누가 이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겠는가?”라며 “중앙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지자체가 대신 하겠다고 했을 때, 정부는 방해라도 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과거 박근혜정부의 ‘사회보장 정비방안’으로 지자체 활동지원 시간이 깎일 때처럼 참담한 심정이다”라고 성토했다.

 

박현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활동가는 “설요한 동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동료지원가 사업은 다행히 실적에 따른 수당제이기에 중복 지급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내년 장애계의 요구대로 월급제로 전환되는 순간 위탁기관에는 고용장려금이 지급되지 않을 것이다”라며 “정부는 잘못된 정책과 행정에 대한 책임을 중증장애인에게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들은 이러한 개악안 추진 배경에는 뿌리 깊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추경진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 활동가는 “문재인정부 초기에 71만 개의 청년일자리를 만든다고 했을 때, 그중에서 장애인 일자리는 없었다”며 “여전히 중증장애인의 72.7%가 비경제활동인구라고 한다. 장애인들이 겨우 투쟁으로 일궈놓은 장애인 일자리를 중복·부정이라며 지원을 줄이려고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전장연 대표단은 국무조정실과 면담을 했다. 전장연은 최중증장애인의 고용과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해 장애인 일자리와 고용장려금은 중복 지원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에 국무조정실 측에서는 ‘중복 지원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설사 중복 지원이라도 사회안전망에 필요한 복지의 요소라면 중복 지원도 가능하다는 것을 고용노동부 측에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고용노동부 측에서도 입법예고 기간에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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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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