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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제공 못 받은 채 면접시험 응시, 면접위원들은 자꾸 장애 질문만… 결국 ‘탈락’
“청각장애 이유로 탈락했다” 공무원 임용 불합격 처분 취소 항소심
면접시험 보조요원 증인 신문 열려 ‘당일 요청 받아 지원’한 것으로 확인
등록일 [ 2020년06월08일 17시11분 ]

청각장애인이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청각장애를 이유로 탈락했다며 경기도 여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불합격 처분 취소’ 항소심이 열렸다.

 

원고 류아무개 씨는 청각장애 2급이다. 그는 구어(상대방 입술을 읽고 입으로 말하는 것)를 사용하며, 주로 필담으로 의사소통한다. 류 씨는 2018년 경기도 여주시 지방공무원 공개경쟁임용시험 9급 일반행정 장애인 구분모집에 지원했다. 그는 최종 두 명을 선발하는 장애인 구분모집의 유일한 필기시험 합격자였다.

 

그러나 면접시험 일정을 알리는 홈페이지 게시물에는 편의제공에 관한 안내가 없었고, 일정이 다가오도록 이에 대한 별도의 안내는 오지 않았다. 결국 류 씨의 어머니가 여주시 측에 전화하여 아들의 장애를 알리고 필담을 요청했다. 그 결과, 면접시험에서 노트북과 문자통역 보조인만이 겨우 배치되었다. 그러나 이후 류 씨는 추가 면접을 또다시 치러야 했다. 하지만 이때도 별도 안내나 추가 조치 없이 노트북과 보조인만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당시 류 씨는 면접시험 최종등급에서 ‘보통’ 등급을 받으면 합격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면접위원 세 명 전원에게 ‘의사표현의 정확성과 논리성’ 영역에서 ‘하(下)’를 받았고, 추가 면접시험에서도 ‘하’를 받으면서 결국 ‘미흡’ 등급으로 필기시험 성적과 관계없이 탈락했다. 면접시험 전체 응시자 61명 가운데 ‘미흡’ 등급을 받아 탈락한 사람은 류 씨뿐이다.

 

이에 류 씨는 장애인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사전에 안내받지 못하는 등 절차상 위법하기에 불합격 처분도 취소되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2019년 9월, 1심에서 그는 패소했다. 재판부가 ‘피고 여주시가 편의제공 의무를 위반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을 모두 기각한 것이다.

 

수원고등법원. 사진 강혜민

 

류 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하였고, 지난 3일 수원고등법원에서 두 번째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날은 면접시험 당시 류 씨의 전담보조요원으로 참여했던 여주시 공무원 두 사람에 대한 증인 신문과 원고 류 씨에 대한 당사자 신문이 진행됐다.

 

이날 법정 원고석에 앉은 류 씨 앞에는 모니터 하나와 노트북 한 대가 놓였다. 재판부는 류 씨 앞 모니터에 속기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문자통역을 지원했다. 류 씨는 이를 통해 판사와 변호사들의 음성언어를 문자로 전달받을 수 있었다. 또한 당사자 신문에서 원고의 응답이 필요한 경우, 류 씨는 자신 앞에 놓인 노트북을 이용해 답변할 수 있었다. 이 노트북 화면은 법정에 설치된 스크린에 공개되어서 판사를 비롯해 재판에 참여한 사람 모두가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변론기일은 증인 신문에 각각 1시간씩, 그리고 원고 신문에 약 2시간가량이 소요되어 장장 4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 면접시험 보조요원들, 당일 요청 받아 류 씨 지원… 제대로 이뤄졌을까?

 

이날 증인 신문에는 1차 면접을 보조했던 이아무개, 이후 추가 면접을 보조했던 여아무개 씨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원고 소송대리인들은 류 씨의 장애 정도와 상태에 따른 편의제공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집중해서 물었다. 그러나 두 사람 대부분의 질문에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두 사람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들은 여주시 인사팀의 업무 요청으로 면접시험 당일에야 류 씨에 대한 지원을 알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두 사람은 당일 “교육을 받았다”고 했으나, 이 씨의 증언에 따르면 류 씨를 면접대기 장소로 안내하고, 필담 소통 지원, 면접 시 문자통역 지원 등 기본적 정보 전달에 불과했다.

 

면접시험 당시 류 씨가 문자통역으로 면접위원의 질문을 비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전달받았는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속기사 자격증이 없다. 이 씨는 “면접위원이 말하는 것을 빠짐없이 속기했는가”라는 원고 측의 질문에 “그렇진 않다. 그러나 제가 질문의 요지를 적었고 면접위원도 그걸 보고 있었다”며 자신의 문자통역이 문제없었음을 밝혔다. 하지만 “(요지를 적었다는 말은) 증인이 질문을 듣고 추려서 적었다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추렸다’는 기준에 대해 변호사가 재차 묻자 이 씨는 “‘어, 저기’ 같은 쓸모없는 미사여구는 다 없애고 질문에 대한 내용만 적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판사가 “동일 시간에 본인과 속기사가 전달할 수 있는 양이 같다고 생각하나”, “지금 내가 하는 말을 다 적을 수 있는가”라고 물었고, 이 씨는 “다르다”, “다 적을 수 없다”고 답했다. 두 사람 모두 “청각장애인과 근무해 본 경험이 없다”고 답해 청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도에도 의구심을 들게 했다. 또한, 1차 면접 때와 추가 면접 때의 전담보조요원은 달랐으나, 둘 사이에 인수인계는 없었다.

 

- “장애인 모집 응시자인데 자꾸 장애에 관해 물어 위축감 들었다”

 

이어 류 씨에 대한 본인 신문이 진행됐다. 류 씨는 “여주시 홈페이지 면접시험 공고에 ‘편의제공을 신청할 수 있다’는 안내가 없어서 신청 사실을 몰랐으며, 공고에 전화번호 밖에 나와 있지 않아서 시청에 직접 문의할 방법도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아들의 면접시험을 걱정한 류 씨 어머니가 여주시에 직접 전화하여 확인하였고, 류 씨는 어머니를 통해서만 관련 정보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면접시험 전에 어머니가 아닌 여주시로부터 직접 편의제공 등에 대한 안내는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여주시의 안내는 면접 당일에도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면접위원들은 류 씨에게 수어를 배우지 않은 이유, 동료들과 어떻게 의사소통할 것인지, SNS를 사용할 줄 모르는 민원인들과는 어떻게 의사소통할 것인지 등 업무 능력에 관한 질문이 아닌 장애에 관해 재차 물었다. 이에 대해 류 씨는 “장애인 모집에 응시했음에도 장애 관련 질문이 여러 번 나와 위축감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문자통역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시간이 더 소요됨에도 시간 연장이 없어 “조급한 마음으로 면접을 치렀다”고도 전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장애인은 시험시간 연장을 정당한 편의 중 하나로 제공받을 수 있다.

 

청각장애인 류아무개 씨의 공무원 임용 불합격 처분과 관련하여 지난 2월 12일, 장애계는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박승원

 

이처럼 지원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럼에도 류 씨는 최선을 다해 답변을 잘 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추가 면접을 봐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서 “면접위원들이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평정한 것 같다는 생각에 속상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추가면접 때도 마찬가지로 시간 연장을 비롯한 편의제공에 대한 정보는 듣지 못했다.

 

류 씨는 “장애인은 아무리 노력해도 사회가 받아주지 않고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했다. 그래서 이후 더 이상 공무원시험에 응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에서 승소하여 면접시험에서의 불합격이 취소되면, 류 씨는 다시 면접을 볼 수 있게 된다. 류 씨는 1심 재판 중에는 재면접을 대비해 면접시험을 준비하며 지냈으나, 1심 패소 후에는 낙담하여 요즘은 책을 읽거나 부모님 농사일을 도와드리며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 내내 여주시 공무원들의 증인 신문을 지켜본 류 씨는 재판이 끝난 후 “증인들이 기억나는 대로 진술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대체로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하며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유감스럽고 아쉬웠다”고 답답함을 표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장애가 있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왔다. 그래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공익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면서 “재판부가 장애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차별받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현명하게 판단하여 주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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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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