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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폭염까지 덮친 쪽방, 주민들
에어컨 하나면 폭염 피할 수 있다지만 쪽방주민은 꿈도 못 꿔
무더위 쉼터도 코로나19로 폐쇄·축소 운영
등록일 [ 2020년06월23일 14시35분 ]

냉방기기가 미니선풍기 하나에 불과한 동자동 쪽방주민의 방. ⓒ강준모


오월이 되면서 하나둘 방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방안 가득 채우고 있는 더운 공기를 환기 시키기 위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6월은 한여름 날씨와 함께 시작되었고 앞으로 다가올 더위에 한숨 쉬게 된다.

 

2018년 여름, 서울역 지하철 계단에서 만난 주민은 배낭을 메고 있었다. 어디 가시냐는 물음에 멋쩍은 듯 표정을 지으시며 인천공항을 가신다고 했다. 무료함도 달래고 많은 인파 속에서 눈치 보지 않고 더위도 피할 수 있기에 종종 가신다고 한다. 그의 배낭은 잔뜩 짐을 챙겨 넣은 여행객들의 배낭과는 달리 물병 하나 들어 있지 않은 듯 보였다. 수많은 여행객 사이에 비슷한 모습이 되고 싶은 서글픈 우리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았다.

 

직장인들의 퇴근이 끝날 무렵이면 주민들은 동자동 인근의 빌딩 아래로 모였다. 찜통 같은 방에 비하면 빌딩 사이를 지나는 바람들은 그나마 잠깐이라도 눈을 붙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었다. 여름은 주민들을 거처에서 내몰고 자발적인 노숙을 하게 만든다. 더위에 갇혀 버린 주민들은 이렇게 나름의 방법으로 더위를 피하며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냈다. 기록적인 더위의 연속이었던 그해 여름 동자동 쪽방촌에는 수시로 시원한 생수들이 나눠지고,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물품들이 끊임없이 나눠졌지만 주민들이 온몸으로 감당하고 있는 더위를 식히기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주민들은 여전히 40도가 넘는 방에서 지쳐 있었고 목숨만 붙어 있는 듯했다.

 

올여름은 작년 여름만 같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벌써부터 한여름을 실감하게 하는 날의 연속이다. 주민들은 더위를 품은 방에서 벌써부터 잠을 설치며 찬물을 끼얹고 있다. 무더위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은 에어컨만 있으면 되니 어찌 보면 쉽게 해결되는 일이다.

 

하지만 끼니를 때우기에도 빠듯한 수급비를 아끼고 아껴 돈을 모아 에어컨을 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설령 그렇게 한다 해도 세입자의 더위보다 늘어나는 전기요금이 먼저인 건물주의 반대로 설치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 날 들렀던 인근 고시원에는 복도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나마 여기는 다행이라고 했더니 장식용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에어컨이 있어도 틀어주지 않으니 있으나 마나 한 것이었다. 주민센터에서 지원되는 창문형 에어컨을 설치하려고 했던 주민분은 이사 갈 때 원상 복구하라는 건물주의 말에 설치를 포기했다. 여기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의 특성상 비좁고 복잡한 건물 구조로 설치가 쉽지 않은 곳도 많다.

 

주민들과 여름 보낼 걱정을 하던 중 동자동의 경우 복도를 중심으로 양쪽에 방이 있는 구조의 건물들이 많으니 이런 곳은 복도에 에어컨을 켜고 방문만 열고 살아도 지금보다 훨씬 좋지 않겠냐며 잠시 행복한 상상에 잠겨 봤다. 다른 나라 이야기하며 부럽고 싶지 않지만 2018년 엄청났던 더위에 일본에서는 주거취약계층에게 에어컨을 설치해준다고 했던 기사는 부럽지 않을 수 없었다. 지구 온난화와 함께 폭염이 세계적인 문제가 되면서 이제 에어컨은 생존을 위한 필수품이라 하지만 쪽방에 사는 우리에게는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들려오는 뉴스들은 기록적인 폭염을 예측하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감염까지 대비해야 하는 현실이다.

 

주민들이 피신처럼 더위를 피해 찾았던 무더위 쉼터들은 코로나19 사태로 폐쇄되었거나 축소 운영되고 있다 보니 잠깐이라도 더위를 식힐 수 있는 곳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코로나19에 갇히고 폭염 속에 갇힌 쪽방 주민들. 정부는 여전히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라고 경고하지만 지금은 그나마 있던 방역조차 이뤄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민들은 여전히 코로나19 집단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폭염은 대부분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주민들을 지치게 만들어 생명까지 위협할 것이다. 어느 하나에 대해서도 제대로 대응하고 있지 못하는 암담한 현실. 모두가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소외된 이들의 어려움은 더욱 간절함으로 기도하게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 이 글은 쪽방신문 5호에 실렸습니다. 쪽방신문은 2020홈리스주거팀이 쪽방 재개발 문제 대응을 위해 쪽방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매체입니다. 필자의 허락을 받아 비마이너에 공동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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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민 동자동사랑방 활동가 homelessact@gmail.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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