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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조사표 도입 1년, ‘두 가지 문제’에 대한 정부-장애계의 대립적 입장
1구간 전국에 0명… “계수만 조정? 아니면 전체 한 구간씩 전부 상향?”
복지부 “활동지원시간 삭감, 종합조사 잘못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것” 회피
등록일 [ 2020년06월25일 11시32분 ]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 도입된 종합조사표를 개선하기 위한 고시개정위원회 임기가 끝나가고 있다. 그러나 종합조사표를 둘러싼 문제에 정부와 장애계는 여전히 명쾌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장애등급제 폐지 후 1년을 평가하는 토론회가 22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활동지원서비스 최대 시간을 받을 수 있는 종합조사 1구간(월 480시간)이 전국에 단 한 명도 없는 문제와 구간 하락으로 인한 시간 보전 문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이에 대해 정부와 장애계는 첨예한 입장차를 또렷히 보였다.

 

- 1구간 전국에 0명… “계수만 조정? 아니면 전체 한 구간씩 전부 상향?” 

 

2019년 7월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고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아래 종합조사)가 도입됐다. 그러나 활동지원시간 하락을 중심으로 장애계에서 여러 문제가 제기되자, 개선사항을 검토하기 위해 2019년 9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장애인 서비스 지원 종합조사 고시개정전문위원회’(이하 고시개정위원회)가 운영됐다. 이 고시개정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을 위원장으로 장애인단체 6명, 전문가 5명, 정부 관계자 2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다. 이제까지 총 4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오욱찬 보건사회연구원 사회서비스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고시개정위원회의 논의 내용을 공유했다.

 

현재의 종합조사표는 신체적 기능제한을 측정하는 X1, 직장·학교 등 사회활동을 측정하는 X2, 가구환경을 반영하는 X3, 총 세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가지 영역에서 도출된 총점에 따라 종합조사표 15개 구간 중 하나에 해당하는 활동지원시간을 받게 된다.

 

그런데 2019년 7월~11월에 종합조사를 받은 활동지원 수급자 중 1구간(월 480시간)에 해당하는 사람이 전국에 단 한 명도 없다. 2구간(월 450시간)에는 18명이 있다. 성인 5명, 아동 5명은 기능제한(X1)에서 최고점수를 받고 가구환경(X3)에서도 대부분 최고점수를 받았으나 사회활동(X2)에서 점수를 받지 못해 1구간에 이르지 못했다. 반면, 사회활동(X2)과 가구환경(X3)에서 만점을 받은 사람은 기능제한(X1)에서 최고 점수를 받지 못했다.

 

오 부연구위원은 “종합조사 1구간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구조적 문제임을 고시개정위원회도 인정했다. 상식적으로 기능제약이 매우 심한 최중증장애인이 도움 줄 가구원도 없는 상태에서 직업활동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능제한(X1) 영역 최고배점 득정자의 특성. 기능제한 영역과 가구환경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사회활동 영역에서는 점수를 아예 받지 못한 사람이 대다수다. 고시개정위원회 자료 캡처
 

이를 위해 고시개정위원회에서는 두 가지 방안이 제안됐다. 첫째는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최중증 취약가구 장애인이 1구간이 되도록 가구환경영역에 적용되는 C계수를 조정하는 방안이다. 현재 가구환경영역에 적용되는 C계수는 X1 점수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두 번째는 종합점수 산식에 기본점수 30점을 부여하여 갱신조사자의 구간을 전체적으로 1단계 상향하는 방식이다. 이는 신규조사자는 제외하고 갱신조사자에게만 적용하는 것으로 제안됐다.

 

이 두 방안을 적용했을 때 활동지원급여 구간은 어떻게 달라질까. 1안의 경우, 1구간 수급자는 14명이 되고, 기존 2~8구간에서도 약간의 구간 상승이 발생했다. 그러나 전체 수급자 수는 변화가 없었다. 예산은 현재보다 0.05%가 추가로 필요했다. 2안의 경우, 2구간에 있던 18명이 전부 1구간으로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구간 외’를 포함하여 모든 구간에서 등급 상승이 발생했다. 이는 현재보다 23.37%의 예산이 더 필요했다. 전체 활동지원수급자 수가 분석자료의 4배임을 고려하면 1안에는 약 9억 5000만 원, 2안에는 4424억 6000만 원의 예산이 더 필요한 셈이다.

 

기존 활동지원수급자 중 종합조사표에서 갱신조사를 받은 결과, 활동지원시간이 삭감된 이들에 대한 보전 문제도 논의됐다. 현재는 갱신조사에서 시간이 삭감된 경우, 1회(3년)에 한해 기존 시간을 보전해주는 산정특례 방식을 취하고 있다. 2019년 7월~11월에 활동지원 갱신조사를 받은 수급자 중 산정특례를 적용받은 이들은 19.52%(2473명)에 달한다. 이는 종합조사에서 갱신조사를 받은 결과 19.52%가 시간이 삭감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들은 다음 갱신조사 전까지 3년간은 급여가 보전되나 이후 대책은 없다.

 

오 부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위원들의 생각이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며 고시개정위원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을 전했다. 오 부연구위원은 “이게 과연 조사표의 문제인지, 개인 상태의 변화 때문인지 알 수가 없다”면서 “과거의 인정조사가 활동지원 필요도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하여 종합조사가 개발된 것이기에 급여량 변동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추가적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 장애계 “정부, 예산 타령하는데 장애인예산 OECD 1/4에 불과”

 

장애계의 의견은 어떨까. 고시개정위원회에 장애계 위원으로 참여했던 박경석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이사장은 1구간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은 문제에 대해 “1구간 상향이 아닌 2구간 상향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그나마 차선책인 2안 적용에 동의하는 뜻을 내비쳤다.

 

구간조정 방안별 수급자 분포 구간. 1안에서 1구간 수급자는 14명이 되나 전체 수급자 수는 변화가 없다. 2안에서는 2구간에 있던 18명이 전부 1구간으로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구간 외’를 포함하여 모든 구간에서 등급 상승이 발생했다. 고시개정위원회 자료 캡처

 

박 이사장은 복지부가 2안에 선뜻 동의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예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는 돈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GDP 대비 경제규모 11위이다. 그러나 장애인 예산은 OECD 평균(1.7%)에 비해 1/4 수준이다. 경제규모를 생각했을 때, 복지부는 지금보다 4배 이상 증액된 예산으로 종합조사표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러나 복지부가 아무래 노력해도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잘라버린다”며 기재부의 책임을 촉구했다. 또한, 2안이 적용되더라도 사지마비장애인이 기능제한에서 만점 받기 어려운 현재 종합조사표는 추가로 검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사지마비에 시각장애, 정신장애도 있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산정특례와 관련해서 박 이사장은 “복지부는 시간이 늘어난 것만 보고할 뿐, 떨어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면서 시간이 하락한 19.52%에 대한 구체적 자료 제공을 복지부에 요구했다.

 

현재 인정조사표에서 종합조사표로 넘어오면서 1구간(월 30시간)~5구간(월 150시간)까지 하락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만약 1, 2구간에 해당하는 중증장애인 중에서 이러한 하락이 일어났다면 이는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 박 이사장은 이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기에 수차례 복지부에 자료 요청을 했음에도 복지부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 복지부 “활동지원시간 삭감, 종합조사 잘못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인 것”

 

장애계의 목소리에 권병기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과장은 “1구간이 나오지 않는 문제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도 “이제는 필요한 분들에게 필요한 만큼 주고 있다. 1구간을 받지는 못해도 서비스지원 시간 자체는 약간 늘어나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산정특례에 대해서도 권 과장은 “종합조사 도입 전 인정조사표에서도 갱신조사를 하면 6.6% 정도 급여 하락이나 구간 외가 발생했다. 즉, 종합조사를 잘못 도입해서라기보다는 자연발생적인 부분일 수 있다는 거다”면서 “일률적으로 구간을 올리기보다는, 개별적으로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개별 구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복지부의 이러한 주장에 박경석 이사장은 “이 문제가 정말 6.6%에 불과한 과정상의 자연적 탈락인지 확인하고 싶다”며 마지막 고시개정위원회 회의 때 구체적 자료를 공개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한편,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계획에 따라 올해 10월에는 이동지원에서의 종합조사표가 도입될 예정이다. 오욱찬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의 ‘보행상 장애’ 기준을 그대로 유지한 채 이동지원 종합조사에 의해 기존 대상자의 5% 내외의 이용자만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적용 대상은 장애인콜택시와 같은 특별교통수단과 장애인자동차 주차가능 표지 발급, 두 가지다. 이동지원 종합조사는 현재 활동지원에 도입되는 종합조사표에서 실외이동, 대중교통이동, 위험인식 및 대처를 일부 인용해 구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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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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