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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이니까 나가세요” 신장장애인, 부당해고에 행정소송 제기
포항의 시내버스 회사가 객관적 근거 없이 ‘안전’ 핑계로 신장장애인 운전기사 해고
노동위원회에 구제요청 했지만 장애차별 고려 없이 사측 결정 그대로 용인해
등록일 [ 2020년06월25일 16시04분 ]

2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행정법원 B205호에서 신장장애인 부당해고 사건에 대한 행정소송 1차 재판이 열렸다. 재판이 끝난 뒤에는 피해 당사자 및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이 법원 앞에서 신장장애인 해고를 용인한 경북지방·중앙 노동위원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이가연
 

포항에서 한 신장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를 당해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5일 오전 10시 30분, 서울행정법원 B205호에서 신장장애인 부당해고 사건에 대한 행정소송 1차 재판이 열렸다. 재판이 끝난 뒤에는 피해 당사자 및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등이 법원 앞에서 신장장애인 해고를 용인한 경북지방·중앙 노동위원회(아래 노동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건의 피해자인 강성운 씨는 만성신부전으로 인해 매주 3회 정기적으로 혈액투석을 받는 신장장애인(2급, 등급제 폐지 전 기준)이다. 강 씨는 2019년 2월 10일, 포항의 ㄱ 회사에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입사했다. 하지만 사측은 한 달도 되지 않아 강 씨의 신장장애를 이유로 “장애인이니까 나가세요”라며 채용취소를 구두로 통보했다. 이에 강 씨가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진정하고 경북지방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자 사측은 강 씨를 복직 처리했다. 그러나 4일 만에 사측은 강 씨에게 ‘만성신부전과 정기적인 혈액투석은 시내버스 기사로 업무를 수행하기 부적합하다’면서 내용증명을 보냈고, 2019년 5월 10일에 또다시 강 씨를 해고했다. 

 

이에 강 씨는 다시 경북지방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되었고, 이후 중앙노동위에 재심신청을 했지만 모두 기각되었다. 두 노동위원회 또한 사측과 마찬가지로 당사자의 장애가 버스 안전운행에 부적합하며, 이에 따른 채용거부는 합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강 씨는 이곳에서 일하기 전에도 관광버스 기사로 일했으며, 해고 후에도 일용직 관광버스 기사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강 씨는 일하면서 사전에 고지되는 오전·오후 배차계획에 따라 혈액투석 일정을 조정할 수 있었으며, 근무와 배차 계획에 어떠한 차질도 일으키지 않았다. 그런데도 사측은 정당한 사유 없이 강 씨의 만성신부전을 이유로 부당하게 해고했다. 

 

게다가 사측은 지방노동위에 제출한 답변에서도 거리낌 없이 장애인 차별적인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작년 6월 12일, 경북지방노동위에 제출한 답변에서 “만약 신청인이 면접 당시 자신의 지병에 대해 피신청인에게 정상적으로 알렸다면, 신청인을 채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차별 인식을 보였다. 

 

그러나 강 씨는 사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분명 처음 면접을 볼 때 신장장애에 대해 언급했지만, 당시 면접관이었던 직원은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라며 억울한 심경을 표했다. 그뿐만 아니라 강 씨는 사측이 요청한 건강검진 진단결과를 제출해 정해진 절차에 따라 버스기사로 채용되었지만, 사측은 업무수행에 대한 객관적 근거 없이 ‘신장장애’라는 신체적 조건만을 문제 삼았다.

 

원고측 변호를 맡은 곽예람 법무법인 오월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사측의 장애 차별적인 인식은 오늘(25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1차 재판(서울행정법원 제12부)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재판에 보조 참가한 사측 변호인은 변론 과정에서 장애를 이유로 차별한 것이 아닌, 공공의 안전을 목적으로 강 씨를 해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성신부전증의 증상에는 ‘권태와 나태’가 있는데 버스를 운전하는 사람으로서 있어서는 안 되는 증상”이라며 객관적인 근거 없이 신장장애인 당사자 앞에서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나아가 재판에서는 노동위에서 사건을 판단할 때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여부가 심리되지 않은 점이 지적됐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0조 내지 제12조에서 보장하는 사업주의 고용 및 노동영역에서의 차별금지와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등이 노동위의 판단에서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판사가 노동위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여부가 왜 심리되지 않았는지 묻자, 강 씨의 변호를 맡은 곽예람 법무법인 오월 변호사는 “원고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한 주장을 했지만 노동위에서는 본격적으로 판단하지 않았고, 노동법상의 일반적인 틀 안에서만 판단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에서 판사는 사측이 채용 거부의 본질적인 이유로 승객의 안정성에 위해가 있음을 들고 있지만, 사측이 1장짜리 자료 이외에 구체적인 소견서를 제출하지 않은 점을 물었다. 이에 사측 변호인은 “추가 제출하겠다”라고 답했고, 원고 측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차별행위가 정당했는지 입증해야 하는 책임은 사측에 있다”라며 “그럼에도 원고는 신장장애가 승객의 안전성에 위해를 끼치지 않음을 입증하는 전문의의 소견서를 세 건이나 제출했으며, 이 중 한 건은 사측에서 받은 것”이라고 변호했다. 

 

사건의 피해 당사자인 강성운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재판을 마치고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 씨는 사측과의 면담에서 겪었던 차별적인 상황을 설명하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강 씨는 “처음 해고당할 당시, 사측에서는 저를 심문하듯 ‘혈액투석하시죠? 장애인이죠? 그만두세요’라고 말하며 일방적으로 쫓아냈다. 제가 녹음하려고 하자 사측에서 제 휴대폰을 뺏어갔다”라며 분노했다. 뿐만 아니라 강 씨가 다시 복직되는 순간에도 인사부장이 다른 직원에게 ‘이 사람은 혈액 투석하는 사람이니 특별관리를 하라. 채용기간이 끝나는 동시에 해고할 것’이라고 전달했다며 장애를 이유로 한 노골적인 차별에 억울함을 내비쳤다. 

 

김성연 장추련 사무국장은 사건을 판단할 때 장애인차별에 대해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신장장애인의 해고를 용인한 노동위를 규탄했다. 김 사무국장은 “내부 장애인은 외부로 장애가 드러나지 않아 고용과정에서 많은 차별을 받고 있지만, 그동안 아무도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면서 “이번 판결을 통해 노동위가 장애인 고용에 있어서 명확하게 장애차별을 고려하고 이에 따른 정당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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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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