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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쪼개기 고용’ 꼼수에 홈리스들 “죽고 싶은 심정”
서울시, 노숙인 공공일자리 근로시간·임금·주휴수당 대폭 삭감해 논란  
코로나19 속 일자리도 없는데 공공일자리 축소, 홈리스들 “라면만 먹어야 할 처지”
등록일 [ 2020년06월29일 17시18분 ]

홈리스행동 등이 2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역 연세빌딩 지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의 ‘홈리스 쪼개기 고용’ 개편안의 전면 철회와 공공일자리 전면 확대를 촉구했다. 한 홈리스행동 활동가가 ‘이렇게 갑자기 이토록 쉽게 임금감소라니. 홈리스가 만만하냐?(너희 임금 줄일 수 있음? ㅠㅠ)’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이가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아래 코로나19)로 빈부격차가 심화하는 가운데, 서울시가 최근 노숙인 공공일자리 보조금 지원을 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아 홈리스들의 생존에 큰 위기가 닥쳤다. 

 

홈리스행동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5월 26일, ‘2020년 노숙인 공공일자리 하반기 개편안 안내’라는 제목의 비공개 문서를 통해, 서울시의 노숙인 공공일자리 보조금 지원을 축소 배정한다는 계획을 각 노숙인 시설로 송부했다. 

 

해당 개편안에는 서울시 노숙인 반일제 일자리의 △노동시간 축소(일 5시간→일 4시간, 월 15~19일→14~18일) △평균임금 감액(월 64~81만 원→월48~62만 원) △주휴수당 미지급(노숙인 생활시설 근로 시) △월차수당의 유급휴가 전환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홈리스행동은 “이대로 개편안이 단행될 경우 노숙인 일자리사업 참여자들의 노동조건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즉, 서울시가 노숙인 공공일자리로 시행하고 있는 전일제·반일제 일자리 중 상대적으로 근로능력이 미약한 홈리스들이 참여하고 있는 반일제 일자리를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노동시간의 축소다. 반일제 일자리의 노동시간이 하루 5시간에 4시간으로 줄어들고, 월 근무일이 15~19일에서 14~18일로 줄어들면서 평균임금 또한 크게 감액됐다. 더군다나 노동시간이 줄어들면서 주 15시간 미만 근무 시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현행 근로기준법 제18조에 따라 주휴수당도 지급하지 않게 되었다.  

 

이와 같은 우려에 시민사회 단체들은 지난 16일, 서울시청 앞에서 개편안의 전면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다음날(17일), 복지정책실 추경예산안 심사를 통해 노숙인 공공일자리 예산을 2억 8천만 원 증액하기로 했다. 그러나 홈리스행동은 “올해 노숙인 공공일자리 예산이 이미 전년 대비 9억 1천만 원 감액된 데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민간일자리 연계가 경직된 상황에서 이번 증액만으로 개편안의 전면 철회는 불가능하다”라며 해당 증액분으로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내비쳤다. 

 

서울시의 이러한 개편안에 시민사회뿐 아니라 서울시 인권위원회(아래 서울시 인권위) 또한 신속하게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23일, 서울시 인권위는 홈리스행동이 16일 제출한 진정에 대해 ‘2020년 하반기 노숙인 공공일자리 개편은 조속히 전면 철회되어야 한다’는 권고를 내렸다. 아울러 서울시 인권위는 ‘노숙인 등’이 불안정한 민간일자리 취업을 강요받지 않도록 ‘노숙인 등’ 대상 공공일자리의 질적·양적 개선조치를 취하라고 서울시에 권고했다. 

 

서울시 인권위의 권고 결정에 대해 서울시 자활정책팀은 29일 비마이너와의 전화 통화에서 “권고안을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라며 “추경 덕분에 일부 도움이 되긴 했지만, 여전히 예산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가 노숙인 공공일자리 하반기 개편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그러나 ‘하반기 노숙인 공공일자리 사업’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개편안을 막기 위한 시간이 단 이틀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홈리스행동 등은 2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역 연세빌딩 지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의 ‘홈리스 쪼개기 고용’ 개편안의 전면 철회와 공공일자리 전면 확대를 촉구했다.

 

이번 서울시 개편안을 통해 드러난 고용형태는 그간 민간의 영역에서 사업주들이 자행하고 있는 전형적인 편법적 ‘쪼개기 고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대발언을 한 정보영 청년유니온 정책팀장은 “주휴수당을 안 주려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사업주들의 쪼개기 고용은 비단 청년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시민의 나은 삶을 위해 존재하는 서울시가 오히려 취약계층인 홈리스들에게 ‘쪼개기 고용’이라는 꼼수를 부렸다”라며 서울시를 비판했다. 

 

나아가 홈리스행동은 서울시 개편안의 철회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가 수행하는 공공일자리 사업이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책임을 전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홈리스행동은 “공공일자리는 노동시장 외부 또는 경계에 있는 사회적 약자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기에, 일자리 참여가 경제적 자립과 안정적인 노동 지위, 권리를 보장하는지가 중요한 평가 대상이 되어야 한다”면서 서울시 인권위의 권고와 같이 ‘노숙인 등’이 (반)실업 상태에 놓이거나 불안정, 저임금 민간일자리 취업을 강요받지 않도록 양·질적 개선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최근 투쟁을 통해 서울시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제도를 이뤄낸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한 달에 최저임금도 안 되는 48만 원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라며 “공공일자리는 나의 생존을 넘어 삶의 가치를 만들어내고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일이지만, 서울시는 단지 예산을 핑계로 사람들의 목숨을 쥐어짜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반일제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는 한 홈리스 당사자는 일자리 급여 삭감 소식을 듣고 “죽고 심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20만 원짜리 월세 내고 나면 라면만 먹고 살라는 거다. 5시간 일하는 것마저 줄여 버리고 급여를 삭감하면 어디서 먹고 살라는 거냐. 박원순 시장은 우리 같은 약자들이 먹고살게끔 길을 터달라”고 촉구했다. 

 

반일제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는 한 홈리스 당사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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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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