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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축하 노랫소리 없이 쓸쓸했던 ‘고 김재순’ 생일제
아직 장례식도 치르지 못했는데… 26번째 생일 맞은 고 김재순 장애인 노동자
광주고용노동청, 수사결과 발표도 안 하면서 사업주엔 ‘공장 작업중지 해제’
등록일 [ 2020년06월30일 17시34분 ]

지난 28일, 고 김재순 노동자의 26번째 생일날 광주고용노동청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생일제가 치러졌다. 고인의 영정사진 앞에 과일과 생크림 케이크가 놓여져있다. 사진 이가연
 

“회사는 고인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최저임금을 받고도 그런 일을 능수능란하게 하는 사람을 구할 수 없어서 다시 고인을 불렀고, 결국 고인은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권오산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 상황실장)

 

고 김재순 장애인 노동자가 지난 5월 22일,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다발성 분쇄손상’으로 사망한 지 벌써 40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업주인 조선우드는 고인의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광주고용노동청은 수사결과를 내놓고 있지 않은 가운데 김재순의 26번째 생일 이틀 전, 사업주의 공장 작업중지를 해제했다. 
 

28일, 고 김재순 장애인 노동자의 26번째 생일날, 광주노동청 앞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였다. 즐거운 노랫소리 가득한 생일이 아닌 ‘생일제’를 처음으로 치러보는 사람들은 낯설지만, 정성껏 제를 준비했다. 고인의 분향소에는 제기에 올려진 각종 과일과 케이크가 놓였다. 

 

이날 자리에 모인 이들은 김재순을 잘 알지 못했다. 김재순의 생일제에 참가한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사무국장도 생전 알지 못했던 고인을 위해 쓴 편지를 낭독했다. 

 

“김재순, 우리의 이름을 기억하며 당신의 생일을 맞아 추모의 편지를 씁니다. 사람의 목숨보다 기업의 이윤이, 사람의 안전보다 소모적인 정쟁이 중요해져 버린 시대에 태어난 우리의 이름 김재순. 

 

고용노동청은 당신이 죽은 그 자리에서 어떠한 안전조치도 없이 당신의 동료들이 다시 일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합니다. 당신의 죽음이 아무렇지 않은 일상의 일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비참하게 우리는 마주하고 있습니다.”

 

광주노동청은 김재순의 26번째 생일을 이틀 앞둔 26일, 조선우드의 작업중지 해제 요청을 승인했다. 아직 광주노동청이 수사결과를 발표하지도 않았는데도 김재순이 죽었던 공장이 곧 가동될 예정이다. 

 

고 김재순 노동자의 아버지와 사람들이 생일제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이에 대해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는 생일제 다음날인 지난 29일 광주노동청 앞에서 ‘조선우드 작업중지 해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사업주가) 주위에는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소연하면서 유족이 반대하는 49재를 맘대로 지내고 있다”면서 “사죄는 거부한 채 공장을 재가동하려는 사업주의 기만적이고 이중적 태도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분노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사업주 부부는 사장과 이사로 함께 공장을 운영해왔으며, 이들은 김재순이 사망한 날로부터 7일마다 7회에 걸쳐 제를 지내는 49재를 유가족의 동의 없이 치루고 있다. 

 

나아가 대책위는 사업주가 이제라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해결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했다. 대책위는 “사업주 부부는 고인이 장애인이라서 반대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측은한 마음으로 데리고 있어 잘 챙겨주었다고 했다”라며 “그러면서도 회사는 지적장애인인 고인에게, 비장애인이라도 절대 해서는 안 되는 파쇄기 상부에서 가동하는 작업을 시켜왔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광주노동청의 작업중지 해제 승인에 대해 대책위는 “아직 (사업주가) 처벌도 받지 않은 가운데 공장을 재가동하게 됐다”라며 광주노동청을 규탄했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중대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 장관은 작업중지를 명할 수 있으며, 사업주가 시정조치를 완료한 경우에 작업중지의 해제를 요청한다. 만일 사업주가 해제를 요청하게 되면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대책위는 이번 작업중지 해제 과정에서 김재순이 사망한 산재 현장이 제대로 개선되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대책위는 “작업중지 해제 심의 시 유족과 대책위가 추천하는 전문가의 참여를 요구했지만, 광주노동청이 거부했다. 지난 2014년에 같은 사업장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에 비추어 볼 때 제대로 개선이 되었을지 의문”이라며 앞으로 김재순이 죽은 노동환경에서 일하게 될 노동자들의 안전에 대해 우려했다.

 

29일,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가 광주고용노동청 앞에서 ‘조선우드 작업중지 해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 제공 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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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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