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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어진 몸이 겪는 통증과 타협점을 찾아 견디는 일상
[연재] 질병과 함께 춤을
등록일 [ 2020년07월15일 11시49분 ]

난 출생부터 사망까지 함께 할 질병과 장애가 있다. 나와 생을 함께하고 있는 질병은 ‘척수성 근위축증’이다. 근력저하, 근육위축에 의해 몸의 형태 변형과 기능 장애가 나타나는 희귀난치성질환이다. 45년 동안 질병은 내 몸을 꾸준히 변형시켰고, 장애도 점점 더 진행됐다. 혼자선 서는 것도 걷는 것도 눕는 것도 옆으로 비켜 앉는 것도 불가능하다. 타인이 나를 바닥에 앉혀준 대로 벽에 등을 기대어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것이 최선이다.

 

대칭성 근육약화로 몸의 외형과 기능은 오른편, 왼편의 차이가 눈에 띌 만큼 크다. 근력저하는 왼편이 더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 팔을 올리지 못하는 것도, 무릎이 쭉 펴지지 않는 것도 왼쪽부터 시작되었다. 어깨도 왼쪽이 먼저 내려가기 시작하며 등은 굽어갔다. 척추는 옆으로 휘어 오른쪽으로 자리 잡아갔다. 몸속 근육과 뼈는 시나브로 위축되고 변형되어 갈비뼈는 오른편으로 돌아갔다. 왼쪽 갈비뼈 끝이 배꼽 근처에 와있고, 오른쪽 갈비뼈는 옆구리를 둥글게 감싸 오른쪽 겨드랑과 일렬로 되어있다. 척추가 휘며 상체가 돌아가니 골반도 틀어져 수평을 잃었다. 왼쪽 골반이 위로 올라가 견갑골과 맞닿아 있어 겨드랑이 밑에 옆구리는 없이 바로 골반이다. 무릎관절도 구축되어 ‘ㄱ’자라 다리를 그 이상 뻗지 못한다. 이처럼 전신이 변형돼있어 통증이 늘 도사린 일상이다.

 

나는 잘 때 눕지 않는다. 누워서 자는 잠과 멀어진 지 12~13년 정도 됐다. 몸을 자력으로 움직이지 못해 눕거나 돌아누울 수도 일어날 수도 없어서다. 또 척추측만이 심해 오른쪽 등은 많이 튀어나왔고 옆으로 크게 휘어 누워도 편하지 않아서다. 굽어 돌출된 등은 누운 지 몇 분 되지 않아 신호를 보낸다. 찌릿찌릿함과 저릿저릿함으로 시작되어 콕콕콕 찌르는 통증이 꼬집혀 비틀리는 통증으로 이어지면 뼈가 으스러질 거 같다. 이 통증으로 내 등과 허리가 누운 자세를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30분 정도이다.

 

누워 자기 힘들어 베개를 안고 폴더 폰처럼 엎드려 잔다. 사진 배미영
 

활동지원사에게 일어나겠다고 의사표시를 하고 일으켜주면 양반다리 자세로 앉아 하체에 상체를 숙여 접는다. 내게는 엎드린 자세다. 등과 허리를 펴주기 위해 상하체를 포개듯 엎드린 모습은 접힌 폴더 폰(화면이 나오는 부분과 버튼을 누르는 부분으로 나누어져 그 경계를 기준으로 펴고 접을 수 있게 만든 휴대전화) 같은 모습이다. 엎드려 통증이 가라앉는 동안 숨을 고른다. 눌린 등과 허리에 피가 통하고 뼈가 펴지는 듯한 느낌이 온다. 그러면 살 거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처럼 누우면 통증이 뒤따르기에 웬만하면 눕지 않는 생활을 한다.

 

잘 땐 눕는 대신 접힌 폴더 폰이 되어 토끼잠을 잔다. 양반다리를 하는 일상의 자세에서 벽에 기대어 세워진 상체를 앞이나 옆으로 하체에 포개 엎드리거나, 베개를 안아 엎드리며 머리를 베개에 얹혀놓고 자는 것이다. 그나마 이 자세로 자면 눕는 것보다 편하게 길면 1시간 정도 잘 수 있다. 잠을 길게 못 자고 깨는 건 잠자는 자세로 인해 오는 통증 때문이다.

 

통증은 잠이 들면 포개어 접혀 눌러진 몸의 곳곳에 계속 압력이 가해지고, 혈액순환도 잘 되지 않아 생긴다. 다리가 저려서 깨고, 무릎이 쑤셔서 깨고, 옆구리와 등이 뻐근해서 깨고, 턱이 아파서 깨고, 머리에 피가 쏠려 쑤시는 듯해 깨는 등 갖가지 통증으로 자주 깬다. 잘 때마다 통증에 깨면 일어나 앉아 다른 방향으로 엎드려 잠을 청해 자고 깨고를 반복한다. 20분에서 1시간 정도면 찾아오는 통증은 하룻밤 새 수십 번을 깨운다. 그래서 통증으로 잠이 깰 때면 다시 잠을 이루기 어려워 짜증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잠을 깨우는 통증을 내게 몸을 뒤척이라고 보내는 신호라 생각하고 감정을 싣지 않기로 했다. 그런다고 단잠이 올 건 아니니까.

 

몸이 해가 갈수록 약해지고 변해간다. 입었을 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던 옷들이 좀이 쑤셔 견디기 힘들게 한다. 나는 돌출된 등으로 상의를 뒤로 젖혀 당겨내려 엉덩이로 깔고 않을 수 있게 입는다. 그렇지 않으면 옷의 어깨선이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앞으로 흘러내려 매무새가 이상해져서다. 팽팽히 당겨진 옷은 어깨를 짓누르는 통증을 준다. 익숙해진 통증이다. 그런데 요즘은 이 통증에 시큰함이 더해졌다. 겨울에 외출 시 여러 옷을 껴입어야 오던 통증이었다. 여름날 한 겹의 옷으로 겨울날 통증을 만나고 있어 나는 분주해졌다. 팽팽한 힘을 덜어줄 소재의 옷을 찾느라.

 

외출할 때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 청바지는 후들거리지 않아 가는 다리를 탄탄한 천이 감춰주고, 서로 다른 다리의 굵기도 감춰줘 매무새가 괜찮아서다. 그런데 올해는 청바지가 옷장 밖을 못 나오고 있다. 청바지를 입으면 바지 버튼과 지퍼가 일렬로 만나는 내 왼쪽 갈비뼈가 숨이 막힐 듯한 통증을 주기 때문이다. 청바지를 입고 몇 시간이 지나면 갈비뼈 끝은 꼬집힌 것 마냥 엄청 뾰족해져서 배를 눌러 숨을 조여 온다. 등골에 땀이 주룩주룩 흐르고 배에도 땀이 흥건해짐을 느낄 만큼. 집에 와서 버튼을 열면 통증으로 참고 있던 숨이 ‘확’ 쉬어진다.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통증은 그렇게 사라져버린다.

 

왼쪽 갈비뼈와 청바지 버튼은 날이 갈수록 더 휘어지는 내 몸으로 각자의 공간이 좁아져 생기는 통증이 아닐까 싶다. 버튼이 없는 밴딩바지는 밴딩이 얇고 늘어난 것처럼 탄성이 없는 게 좋은데 찾기가 어렵다. 밴딩 탄성이 좋으면 왼쪽 골반과 견갑골 사이를 파고들어 허리를 조여서다. 밴딩이 파고든 허릿살은 조여지는 힘으로 파인 적도 있었다. 옷에 따라 통증이 동반되니 입을 옷을 고르는데 제약이 점점 많아진다. 불편함이 없는 옷이 아닌 덜 불편한 옷을 골라내는 것도 너무 힘들어지고 있다.

 

밴딩은 밴딩대로 버튼은 버튼대로 다른 통증을 주는 바지들. 사진 배미영
 

외출복이 불편해서도 그렇지만 다리가 아파 긴 시간 외출은 피하게 된다. 휠체어에 앉으면 틀어진 골반으로 허벅지가 벌어져 고관절이 쑤신다. 그래서 허벅지를 모아주는 다리벨트를 하는데 고관절 통증이 줄었지만 다리벨트로 조여진 부분은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이 든다. 피가 안 통하는 느낌은 점차 엉덩이와 발끝까지 내려간다. 그래도 고관절이 쑤시는 거보단 낫다는 생각이 들어 다리벨트를 하고 다닌다.

 

또 무릎을 펴는 범위가 더 줄어서인지 휠체어에 앉으면 직각다리를 하고 앉아있는 게 아닌 버티는 거가 되어버렸다. 1~2시간이 지나면 무릎이 뻐근해지며 통증에 대비한 마음의 준비를 시킨다. 무릎이 최대한 뻗어진 듯 뻑뻑한 느낌이 오고, 종아리가 당겨온다. 무릎에서 뜨끈뜨끈한 열이 난다. 정강이뼈가 무릎에서 빠져나갈 듯 이격감도 느껴진다. 이 정도면 몸도 정신도 안절부절 상태이다. 무릎을 잘라내고 싶을 만큼. 잘라내도 크게 달라질 일상이 있는 삶도 아니라 생각돼 없애고 싶은 충동이 머리끝까지 차오른다.

 

집에 가서 휠체어에서 내려앉을 때까지 통증을 견뎌내는 시간이 이젠 힘듦을 넘어 다음 외출을 꺼리게 한다. 고통이든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든 내색하지 않으며 통증을 덜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무릎이 강제로 뻗어지는 느낌을 없앨 방법을. 아무래도 휠체어에서 방법을 찾아야 할 거 같다. 틀어지는 몸의 속도에 맞게 휠체어를 개조하는 것으로.

 

어려서 걸음마를 시작하지 못해 병원에 갔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7살이 될 때까지 전국 유명한 병원을 다 다녀보아도 ‘원인불명’이었다. 7년 동안 병원에서 같은 진단을 받아 가지 않게 됐다. 이후 서른이 넘어 활동지원서비스 신청 서류를 구비하기 위해 다시 병원을 찾았다. 재진단을 받아보라는 권유에 입원했다. 여러 검사를 통해 장애의 원인을 찾았다. 선천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선천성 질병으로 인한 내 장애는 30대 초반까지 원인불명의 장애로 살았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내 장애는 ‘이해’라는 의미에 정착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가장 크게 눈에 띄었던 걷지 못하는 장애는 꾀를 부려 스스로를 거두려 하지 않는다는 얼음송곳에 곳곳이 수없이 찔렸다. 곳곳이 찔린 자국마다 냉소가 남아 곪은 상처는 아물 수 없었다. 나마저 그 상처에 장애를 가진 몸을 탓하는 원망의 가시를 찌르길 반복했으니까. 형체 없이 곪아가는 상처로 지독하게 아팠다. 서른이 넘어서야 질병으로 인한 장애임을 알게 됐다. 그제야 몸을 살피게 되었다. 늦게 발견된 질병과 장애의 원인은 스스로에게 했던 괄시를 멈추게 했다. 그리고 틀어진 몸이 겪는 통증을 담담히 바라보게 되었다. 감정에 얽혀 바라봄을 거두고.


내 몸에서 나타나는 통증들은 약이나 수술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완전히 해방되는 건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덜 아프게 살 방법을 찾으려 한다. 누워있는 통증보다 폴더 폰이 된 통증을 선택했듯. 그게 내가 견딜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지금도 그때처럼 맞닥뜨리고 있는 통증과 타협점을 찾아 잘 견디는 일상을 유지하려 노력 중이다. 변형된 몸으로 오는 통증을 탓하다 ’탓’의 굴레에 빠져 무력감으로 살다 가고 싶진 않아서다. 아직은 견뎌낼 수 있는 통증. 난 그렇게 ‘통증맞이’ 중이다.
 

글쓴이 소개
은주 _ 다른몸들(준)의 질병서클 “질병과 함께 춤을”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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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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