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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장실 농성장에서 어느 활동가의 편지
17일 서철모 화성시장 페이스북 글에 대한 반론
등록일 [ 2020년07월18일 01시09분 ]

지난 17일 화성시장실 앞 농성장에서 조은별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가 ‘농성 2일 차’라고 쓴 종이를 붙이고 있다. 사진 이가연
 

서철모 화성시장님, 17일 시장님의 페이스북에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 보장, 자립생활 촉진’을 철학으로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시장님 글은 결국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에 대한 오해와 왜곡만 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시장님이 밝힌 ‘여러 가지 의혹과 비상식적인 일에 대한’ 오해와 왜곡을 풀고자 합니다.

 

* 박스 안의 글은 17일 서철모 시장이 개인 페이스북에 직접 올린 글에서 따옴.

 

- 활동지원 부정수급 의혹

 

먼저, 부정수급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장애인 활동지원급여를 허위청구한 사례가 있는데, 활동지원사와 이용자가 결탁하여 분배했다는 범죄혐의가 인정되어 검찰 기소의견 판정을 받은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실태조사 결과 집안 내부의 냉방 상태, 냉장고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해볼 때 실제 거주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

 

부정수급 때문에 활동지원사업(아래 활동지원)을 줄이겠다고 하는 것은 사회복지에 대한 오해입니다. 부정수급은 발생한 건에 대해 행정적으로 처분하면 됩니다. 일부 개인에게 부정수급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 전체에 복지사업을 중단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생존에 필요한 정책은 일부의 부정수급이 있더라도 지속합니다.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부정수급에 대한 해결이 필요하면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만들어 시행하면 됩니다. 예컨대,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부정수급 문제가 생겼을 때 모니터링과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해결되었습니다. 오히려 실업급여 지급 기준은 완화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필요에 따라 정책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 이것이 보편적 복지 국가로 가는 길입니다.

 

서철모 시장님은 활동지원 24시간 지원이 중증장애인에게 필요한 복지사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필요성이 인식됐다면 제도적 보완 장치를 만들어 부정수급이 발생하면 처벌하면 되는 것을 화성시 장애인 모두에게 중단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 일일까요?

 

게다가 시장님이 예시로 든 ‘냉방 상태와 냉장고 유무’를 통해 실제로 거주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고 하셨는데, 이것은 거주가 의심스러운 일이 아니라 거주 환경이 열악한 문제입니다. 냉방이 되지 않는다고 부정수급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습니다.

 

- 추가 활동지원을 목적으로 화성시에 전입하는 경우

 

둘째, 추가 활동지원을 목적으로 화성시에 전입하는 경우입니다.
경기북부에서 살던 한 장애인은 이전 거주지에서 매월 2,403,000원(178시간)을 지원받다가 2018년 전입하여 매월 8,073,000원(598시간)을 지원받고 있으며, 수원에서 살던 장애인도 매월 7,938,000원(588시간)에서 매월 9,720,000원(720시간)을 지원받는 등 제도의 허점을 이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책이 왜곡되어 폐단이 생기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참고로 현재 2019년 화성시 지원대상자(169명)는 국가의 지원과 합하면 평균 5,000만 원(50,040,192원)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이것을 여러 가지 의혹과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판단하셨다니 매우 유감입니다. 화성시의 복지사업이 잘돼 있어, 이전하는 것이 무슨 문제입니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하며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경기도를 만들겠다’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경기도로 전입을 원하는 시민들이 생겼습니다. 이것을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정책이 왜곡되어 폐단이 생기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인의 주거지를 고민할 때 그 지자체의 복지사업을 검토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입니다.

 

또한, 활동지원을 받으려고 전입한 건지, 친구와 가까이 살려고 전입한 건지 전입의 이유를 확인할 수 없음에도 이것이 폐단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결국 시장님은 복지사업의 재원을 댈 고소득, 고재산의 시민들이 화성시로 오기를 바랄 뿐 ‘복지가 필요한 장애인이 오는 것이 싫다’는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화성시에 장애인의 전입이 많아졌다면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을 마련했다고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새롭게 화성시민이 된 장애인들과 어떻게 지역사회에서 모두가 함께 살아볼까를 고민하는 책임감도 있어야 합니다.

 

- 임의적으로 단독가구를 구성해 활동지원 혜택을 받는 경우

 

셋째, 임의적으로 단독가구를 구성하여 활동지원사업 혜택을 받는 경우입니다.
실태조사에 의하면 부모나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가구를 구성하여 활동지원시간을 추가적으로 받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400점 이상은 매월 5,535,000원(410시간)을 추가 지원받고, 380~399점은 1,620,000원(120시간)을 추가 지원받으며, 380점 미만은 405,000원(30시간)을 추가적으로 지원받고 있었습니다.

 

시장님은 ‘부모나 가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독가구를 구성하여 활동지원시간을 추가적으로 받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부모나 가족이 있으면 독립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살아갑니까? 시장님은 분명 장애인의 자립생활 촉진이 화성시 복지정책의 방향이라고 했습니다. 자립생활을 하려면 가족의 돌봄에서 벗어나 공공의 영역이 제공하는 복지사업을 이용하며 지역사회에서 시민들과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활동지원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해 삶의 질을 향상하고 가족에게 돌봄의 부담을 경감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의 취지를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 재산이 많거나 고소득 군에 속하면서 활동지원을 받는 경우

 

넷째, 재산이 많거나 고소득 군에 속하면서 활동지원을 받는 경우입니다.
부모가 3층 건물이 있는 건물주이고 6인 가족과 함께 살면서 매월 9,720,000원(720시간)을 지원받는가 하면, 아버지 소득이 연 8~10억인 장애인은 매월 5,845,500원(433시간)을 지원받고 있었습니다. 또한 동탄2신도시 상위권 시세의 아파트에 거주하며 지역건강보험료를 33만 원 내는 고소득 가정의 자녀는 매월 9,720,000원(720시간)의 지원을 받고 있었습니다.

 

어떤 지자체도 재산과 소득으로 활동지원 기준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활동지원은 장애 정도에 따라 필요한 활동지원 시간을 지원하는 것이지 재산과 소득이 많다고 장애가 완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탄 신도시 아파트에 거주하면 중증장애인이 경증장애인이 됩니까? 활동지원의 본질을 오해하고 계신 겁니다.

 

- 장애인 복지정책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나타나는 경우

 

다섯째, 장애인 복지정책에 대한 오해와 왜곡이 나타나는 경우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은 국가의 의무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지원사업은 이에 포함되어 정부에서 1조 3,057억 원(1인당 약 3천만 원)의 예산을 책정하여 집행하는 한편, 지자체는 돌봄의 사각지대에 대비하여 정부 정책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국가에서 18,357,840원을 지원하는 데 비해 시에서 62,467,200원을 지원하는 등 전체 169명 중 63명(37%)이 시에서 더 많은 지원을 받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은 국가의 의무이자 지자체의 의무가 아닌가요? 시장님 이야기대로 지자체는 돌봄의 사각지대에 대비하여 정부 정책을 보조하는 역할입니다.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활동지원의 부족한 부분을 지자체가 보완하는 것이 돌봄의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입니다. 활동지원 24시간이 필요한 장애인에게 중앙정부가 16시간을 지원하고 지자체가 나머지 8시간을 보완하는 것이야말로 돌봄의 사각지대를 메꾸는 일입니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의무가 있으며, 장애인뿐만 아니라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아동, 여성, 기업인 등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정해진 예산 내에서 운영되며, 지방정부도 전 시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펼친다는 점에서는 이와 같습니다. 따라서 장애인만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없으며,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만큼 다른 계층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기 때문에 또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원활한 시정 운영이 어려워지며, 장애인단체 관계자의 말마따나 “벼룩을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서철모 시장님!

 

시장님은 ‘장애인만을 위한 정책을 펼칠 수 없으며, 여기에 들어가는 예산만큼 다른 계층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기 때문에 또 다른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월 192시간의 활동지원 추가 시간을 받던 장애인 당사자들의 시간을 월 30시간으로 160시간 넘게 줄여놓고 “벼룩을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할까 봐”라고 답하는 것이 화성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시장님이 할 말인가요?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의 복지사업을 고민하는 것이 화성시의 역할입니다. 다섯 가지의 문제점을 얘기하며 활동지원의 목적에 반하는 제도로 개악하는 것을 정당화하지 마십시오. 장애인 정책이 국가의 의무라며 정부에게 떠넘기지 마십시오.

 

“화성시의 장애인 복지정책은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의 보장, 자립생활의 촉진, 일상적인 생활에 필요한 권리 확보를 통해 장애인이 사회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권익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기본방향이자 철학입니다.”

 

위의 말은 시장님이 직접 페이스북을 통해 밝히신 화성시의 철학입니다.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권익이 보장되도록 가장 일선에서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장애인활동지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 주십시오.

 

장애인들은 당장 8월 1일부터 159명의 활동지원 시추가가 192시간에서 30시간으로 삭감되는 생존의 문제가 발생됩니다. 새롭게 시행할 정책 기준의 벽이 너무 높아 24시간을 지원받을 수 있는 장애인은 10명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장님은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고 모니터링해서 그 결과를 통해 돌봄 사각지대가 발생하면 올해 안에 제도를 수정하겠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 짧은 돌봄 공백을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2012년 김주영 동지가 활동지원 24시간을 받지 못해 집에 불이 나 죽었습니다. 같은 해 파주 지우·지훈 남매가 활동지원사가 없는 시간에 집에 불이 나 죽었습니다. 2014년 송국현 동지가 활동지원을 장애등급제 때문에 이용하지 못해 집에 불이 나 죽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활동지원의 공백으로 동료들을 잃었습니다. 8월 1일부터 당장 활동지원 24시간이 중단되는데 ‘일단 기다려라 조사해보고 올해 안에 더 줄 테니 조금 참아라’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활동지원은 생존입니다. 자립생활하며 살아갈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서비스입니다. 생존을 위해 시장님의 이야기에 이렇게 응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님, 당장 8월 1일부터 시행되는 활동지원 기준을 조정해주십시오. 최중증장애인들이 활동지원 시간이 부족해 죽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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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별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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