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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지향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주요 논의 사항은?
‘기본법’으로 개별적 차별금지법 ‘우산’ 역할… ‘교차적 차별’ 문제의식 강화
난무하는 가짜뉴스 걷어내고 법안 쟁점에 대한 구체적 논의 필요해
등록일 [ 2020년07월21일 17시48분 ]

20일,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실의 주관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토론회가 끝나가던 중 청중석에서 두 사람이 일어나 ‘성적지향’을 문제 삼으며 소리지르자, 활동가들이 ‘그래서 지금! 모두를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사진 이가연
 

21대 국회에서 7년 만에 ‘차별금지법안’이 발의되고 연이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평등법’ 시안을 내놓자, 한국 사회에서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뜨거워졌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정부 입법으로 처음 발의된 이후 국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되었지만, 보수 기독교 단체가 번번이 ‘성적 지향’을 문제 삼으면서 강한 반발에 부딪혀 법 제정이 좌절되었다. 심지어 20대 국회에서는 법안이 발의조차 되지 않아 19대 국회 이후 7년 동안 차별금지법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29일,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은 정족수 10명을 가까스로 채워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게다가 다음 날인 6월 30일에는 인권위가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을 시안으로 내놓으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강한 입장을 밝혔다.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별금지법이 논쟁의 중심에 서면서, 법 제정에 대한 기대가 더욱 고취되고 있다. 

 

이에 20일,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실의 주관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려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구체적 논의가 오갔다. 

 

이날 토론회에는 장혜영,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과 이번 장 의원의 발의안에 함께한 여당 측 인사인 권인숙,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참여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올해 안에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최 위원장은 “천주교·기독교계에서도 동성애를 죄로 보지 않거나 차별금지법에 찬성하는 입장도 있다”며 “종교계에서 성서적으로 그동안의 주류 입장과 다르게 받아 들으면서 (저희와) 함께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라고 차별금지법에 대한 이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기본법으로 ‘우산’ 역할 할 ‘포괄적 차별금지법’ 

 

이날 토론회에서는 홍성수 숙명여자대학교 교수가 ‘차별금지법,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홍 교수는 장 의원의 발의안과 인권위의 시안을 중심으로 비교하면서 차별금지법이 가지는 쟁점 사안을 짚어나갔다. 

 

홍 교수는 먼저 개별적 차별금지법이 가지는 공백을 채우기 위해 모든 사유와 영역을 포괄하는 차별금지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특정 차별금지사유를 규율하는 법(안)으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 ‘성별’을 이유로 한 성차별·성희롱금지법안(20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 ‘고용영역’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는 법으로 남녀고용평등법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특정 사유나 영역에 관련해 특별히 차별을 금지할 필요성을 이유로 제정되거나 발의되었지만, 어느 사안에서는 법적 공백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홍 교수는 “예를 들어,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서는 고용영역에 집중되어 있어 서비스나 교육영역에서는 공백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두어 모든 차별금지 사유와 영역을 포괄적으로 규율하고, 특별히 필요성이 있는 영역에 대해서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으로 보완하는 방식으로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홍 교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도 필요하지만, 한국의 헌정질서가 평등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기본법’의 체계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즉,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기본이 되는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규정하는 입법의 한 유형인 ‘기본법’이 되어 여러 개별적 차별금지법의 ‘우산’ 역할을 할 수 있다.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가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포괄적 차별금지법 통해 ‘교차적 차별’ 문제의식 기를 수 있어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장점은 무엇보다 그동안 개별적 차별금지법에서 놓쳤던 ‘교차적 차별’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이다.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차별금지법이 없던 기간 동안 사람들은 ‘차별’에 대한 역량을 기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일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교차적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 속에서 차별을 규율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즉, 김 활동가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성차별과 성평등에 대한 정의에서 특정한 여성들을 배제하며 단일한 집단으로 규정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현실 속 여성들은 실제로 교차적 정체성과 위치에 존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지난 2018년, 최종견해를 통해 성적소수자에 속하는 여성, 장애여성, 여성노인 등을 언급하며 이들과 같은 소외 계층에 영향을 미치는 교차적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채택을 한국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이러한 교차적 차별은 차별금지사유 중 ‘복합차별’로도 규정될 수 있다. 이번 장 의원의 법안에서도 직접·간접차별 이외에 2가지 이상의 차별금지사유가 함께 작용하는 복합차별이 규정되어 있다. 홍 교수는 복합차별을 두는 이유에 대해 “어느 하나의 사유에 근거했는지 각각 입증할 필요가 없게 해 소수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한 장애여성이 차별받았을 경우, 여성으로 차별받은 것인지, 장애로 인해 차별받은 것인지 개별적으로 입증할 필요 없이 ‘소수자 내의 소수자’로서 보호할 수 있다.

 

이진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해 복합차별에 대한 더 진전된 논의가 늘어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 위원장은 “집단적 정체성만이 아닌, 교차적인 정체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간의 조건”이라며 “장애인은 장애인으로서만 이야기할 수 없다. 사회에서 말하는 특정한 기준이 아닌, 왜 나에게는 차별일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 수 있어야 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에 대한 구제를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차별금지법 혹은 평등법? 무엇을 법명으로 할 것인가

 

그동안 국회에서는 법안을 발의할 때 주로 ‘차별금지법’을 법명으로 삼았다. 그러나 인권위는 이번 시안의 법명을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이라고 짓고, 약칭을 ‘차별금지법’이 아닌, ‘평등법’이라고 지었다. 이에 대해 서수정 인권위 차별시정총괄과장은 ‘차별금지’라는 단어가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부정적일 수 있기 때문에 법이 지향하고 있는 ‘평등’을 법명으로 내세우기로 했다며 법명을 바꾸게 된 계기를 밝혔다. 

 

홍 교수 또한 차별금지법은 평등을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차별금지법’ 보다는 ‘평등법’이라는 명칭이 법의 목적과 취지에 적합하다고 보았다. 해외의 관련 법률에서도 ‘평등법’(영국), ‘일반평등대우법’(독일, 네덜란드), ‘평등대우법’(에스토니아, 그리스. 리투아니아 등), ‘평등대우원칙의 이행을 위한 지침’(유럽연합) 등 법명으로 ‘평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홍 교수는 인권위가 법명으로 ‘평등’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 시안의 내용에는 평등을 증진시키기 위한 정책이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법률에 국가와 지자체의 평등실현의무, 공무원, 기업, 시민의 평등의무, 평등실태조사, 평등영향평가, 평등 정책개선권고, 평등교육, 대통령 직속 평등위원회(정책조정기구) 등이 포함되어야 ‘평등법’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가 충분해질 수 있다는 것이 홍 교수의 설명이다.  

 

20일,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실의 주관으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객석에서 한 참가자가 질문을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시정명령’ 도입 시 법적 소송절차의 일부로 편입될 우려 있어

 

그렇다면 현재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직면하는 쟁점은 무엇일까? 현재 한국 사회에서는 입법단계에서부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이 난무하고 있고, 법률의 내용과는 크게 벗어나는 가짜뉴스들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논쟁은 실제 법안을 구성할 때 발생하는 수많은 쟁점 사항들을 가리고 있을 뿐이다. 

 

홍 교수는 이러한 가짜뉴스들을 걷어내고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중요한 사안으로 차별구제 방안인 ‘시정명령’을 꼽는다. 홍 교수는 “이번 장 의원의 법안과 인권위 시안에서는 공통적으로 소송 지원, 법원의 임시-적극 조치 명령, 징벌적 손해배상, 증명책임 전환 등이 차별 구제 방안으로 규정되고 있다”면서 “특히 장 의원의 법안에는 ‘시정명령제도’를 추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 의원의 법안에서는 ‘(인권위의) 시정권고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인권위의) 시정명령 및 시정명령 불이행 시 3천만 원 이하의 이행 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홍 교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서의 시정명령제도가 과연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만일 시정명령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빈발하게 될 경우, 인권위의 시정권고는 사실상 소송의 전심(前審)으로 전락하게 된다”면서 “패소하는 일이 반복되면 인권위의 시정권고 및 명령은 결국 소송에서 패소하지 않게끔 그 범위와 강도를 소극적으로 설정하게 된다”라고 우려했다. 

 

유승익 신경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홍 교수의 말에 동의하며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시정명령’을 예시로 꼽았다. 유 교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인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는 법무부 장관에게 시정명령권이 있지만, 실제로 지난 11년 동안 2건 정도밖에 작동하지 않았다”면서 그 도입의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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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연 기자 gayeon@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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