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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급여 부양의무자기준 대폭 완화… 의료급여에서는?
생계급여에 고소득, 고재산자 기준 유지, 사실상 ‘폐지’ 아닌 ‘완화’
제2차 종합계획에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계획 담겨야
등록일 [ 2020년07월21일 23시19분 ]

코로나19의 위기에서 타개책으로 나온 ‘한국형 뉴딜 종합계획’에 2022년까지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그러나 여전히 고소득, 고재산자를 제외함으로써 가족부양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게다가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계획은 담기지 않았다. 이러한 정부의 계획은 얼마 남지 않은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21~2023)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진다. 만약 제2차 종합계획에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 계획이 담기지 않는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해온 약속은 공약(空約)에 그치고 만다.

 

이러한 가운데 21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의 필요성과 제2차 종합계획에 담겨야 할 과제를 짚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자들은 생계급여는 물론 의료급여까지 부양의무자기준이 완전히 폐지되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지만,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는 의료급여에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정부 발표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은 입장을 내놨다.

 

21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의 필요성과 제2차 종합계획에 담겨야 할 과제를 짚는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허현덕
 

- 고소득, 고재산자 기준… 부양의무자기준 완화로는 사각지대 해소 불가능

 

현재 교육급여(2015), 주거급여(2018)에서는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됐지만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는 부양의무자가구·수급가구의 특성에 따라 단계적 완화만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된 주거급여 수급자는 지난 2017년보다 2020년에 33.7%가 늘었지만,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에서는 같은 기간 각각 2.6%, 1.7% 늘어난 데 그쳤다. 완화조치로는 정부가 말한 사각지대 해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통계로 드러나고 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완화조치의 기준을 ‘만 30세 미만 한부모가구, 보호종료아동’ 등 세밀하게 설정해놓았는데, 신청자들이 이 기준을 세밀하게 따져보고 신청하기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30세 미만이란 기준은 곧 30세 이상이 되면 부양의무자가 되어 결국 수급을 종료시키는 기준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처럼 특수한 양해규정을 정하는 것은 또 다른 사각지대를 만드는 주요 요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계획을 들여다보면 부양의무자기준은 단계적 완화로 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뉴딜 종합계획에도 생계급여에서 고소득, 고재산자 제외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 중증장애인 수급가구 부양의무자기준 완화의 단서였던 월 소득 834만 원, 재산 9억 원 이하라는 조항과 비슷하게 책정될 가능성이 있다.
 
김 사무국장은 “이러한 완화조치는 기준이 아무리 높다고 하더라도 가족에게 부양의무를 전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것”이라며 “지난해 3인 가족과 딸의 친구, 4인이 함께 사망한 인천 일가족의 경우 이혼한 전 배우자가 부양의무자여서 생계·의료급여를 포기한 채 주거급여만으로 생활하다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 부양의무자기준이 완전히 폐지되었다면 이런 비극적인 죽음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정부는 여전히 ‘사회적 합의 필요’

 

이날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계획이 제2차 종합계획에 담길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의료급여는 생계급여와 함께 기초생활수급 신청의 주요 이유로 꼽힌다. 빈곤층의 경우 의료공백은 근로능력의 상실을 불러오고, 이는 생존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수시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 장애인들은 의료급여가 ‘생명급여’와도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료급여 수급자는 인구의 3%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 2017년 유엔 사회권 규약위원회에서는 우리나라에 7% 수준의 절대적 빈곤층에 꼭 필요한 의료적 지원이 없다며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이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필요성과 제2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의 방향 제시를 하고 있다. 사진 허현덕
 

그럼에도 정부는 ‘의료급여에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뉴딜 종합계획에서도 의료급여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정부는 제1차 종합계획에도 의료급여에 대해서만 재산기준을 다른 급여와 차등 적용한 바 있다. 다른 급여에서는 완화조치가 이뤄진 간주부양비도 의료급여에서는 그대로 유지하기도 했다. 김윤영 사무국장은 “의료급여에서만 재산기준이 달랐던 것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시행된 20년간 처음 이뤄진 조치였다”며 “그러나 이는 사업안내서가 발행되기 전까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급작스럽게 적용된 지침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정부는 의료급여 부양의무자기준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사회적 합의’의 주요 이유로 예산문제를 지목한다. ‘공공부조제도의 현안 및 재정소요 추계(국회예산정책처, 2019)’에 따르면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하면 연평균 5조 원, 의료급여에서는 연평균 6조 원의 추가 재정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즉, 생계급여와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면 연평균 11조 원의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

 

설예승 복지부 기초생활보장과 과장은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정부부처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음을 밝혔다. 생계급여 수급자가 된다는 것은 다른 사회복지 정책의 수급자가 되는 기준이 되기에 구분점이 선명한데, 의료급여는 건강보험에서 이미 감당하는 부분이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설 과장은 “현재 의료급여에 대한 계획을 제2차 종합계획에 어떻게 담을지 논의 중에 있다”며 “제1차 종합계획대로 의료급여에서 2022년까지 소득 하위 70% 노인이 포함된 부양의무자 가구에 대한 기준 완화를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설 과장은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갈지, 저소득층에 특화된 의료급여로 갈지 사회보험이냐 공공부조냐에 따라 재정적 측면이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고, 수혜자의 접근성 문제도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그리 튼튼하지 않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6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8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박영아 공익인권법재단공감 변호사는 “정부는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으나 실패했다. 낮은 보장률로 진료비의 많은 부분을 여전히 개인이 부담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차상위계층의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는 141만 세대, 전체의 74.2%에 달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들을 의료급여 수급자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 변호사는 “의료급여에서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물론, 대상자 범위를 보다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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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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