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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재활 치료와 몸에 대한 환상
[칼럼] 김상희의 삐딱한 시선
29일간의 병원 생활 ②
등록일 [ 2020년08월07일 11시52분 ]

가운데 빨간색으로 병원 아이콘이 있으며 사방이 격자무늬로 둘러싸여 있다. ⓒ언스플래시

 

- 재활 치료와 어린 시절

 

전편에 이야기한 것처럼 재활병원에 30일 동안 입원하면서 집중 재활치료를 받았던 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아이고, 허리야” 중증장애인의 입원 수난기) 사실 재활치료는 어렸을 때 신물 나게 받았다. 어릴 적부터 안 받아 본 치료가 없었던 나는 지금의 치료 시스템이 신기하기는 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 받았던 치료들이 기억났다. 어머니는 나의 장애가 나을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용하다고 소문난 사람을 찾아 전국 어디든 누비며 데리고 다녔다. 장애로 인해 어떤 삶을 살지 잘 몰랐던 나는 자유롭지 못한 신체는 불편했지만, 장애 때문에 고통받는 것보다 다양한 치료사들이 내 몸에 가하는 고통이 더 끔찍했다.


매일 병원과 복지관을 오가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물리치료를 받았다. 뇌병변장애로 인해 몸이 틀어지고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굳은 근육을 억지로 펴는 치료를 받아야 했는데 매번 생살을 찢는 것처럼 고통이 어마어마했다. 치료 과정에서 가해지는 물리적인 고통도 심했지만, 물리치료사한테 맞으며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하는 게 더 참기 힘들었다. 부모가 알아도 그저 치료를 거부하는 아이에게 내려지는 적절한 훈육쯤으로 치부되었다.

 

- 폭력적인 치료, 금이 간 나의 목뼈

 

당시 나는 6~7살이었다. 복지관에서 물리치료를 받으며 일어서는 자세를 연습하고 있는데 제대로 못 선다는 이유로 치료사에게 혼나며 맞았다. 맞은 데가 너무 아파서 시키는 대로 똑바로 서고 싶었지만, 이미 서러움이 복받쳐 와서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내가 몸을 못 가눌수록 더 세차게 치료사 손이 날라왔다. 아무리 야단을 쳐도 서 있지 못하는 나를 향해 치료사는 뺨을 있는 힘껏 때렸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옆에 어머니가 있었지만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다. 시간이 꽤 지났어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기억이다.


그날 이후로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러나 치료받기 싫어서 핑계 대는 줄 알았던 어머니는 며칠이 지나서야 병원에 데리고 가셨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니 경추(목뼈)가 금이 가 있었다. 가장 위험한 경추 부위에 금이 간 탓에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해서도 석 달 동안 예술가 프리다 칼로처럼 상반신 전체 깁스를 하고 있었다. 3개월이면 뼈가 붙는다는 의사 말만 믿고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은 채 깁스를 집에서 풀었다. 깁스를 풀고 여러 해가 지난 다음에야 징후는 나타나기 시작했다. 몸에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했고 스스로 움직였던 몸의 기능들이 하나둘씩 멈췄다. 장애가 호전돼도 모자랄 판에 나빠져만 가니 어머니도 점차 지쳐서 치료를 포기했다. 어머니가 치료를 포기한 후부터 장애가 더 심해졌지만 혹독했던 치료를 안 받게 되니 그럭저럭 살만했다.

 

- 통증 세계와 다시 만난 재활 치료


20대 후반이 되면서 갑자기 굉장히 심한 통증이 생겼다. 허리 부분에서 칼로 후벼 파는 듯한 통증이 어깨까지 올라와 견디기 어려웠다. 밤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진통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었다. 한동안 심한 감기몸살 외에 병원 근처도 안 갔는데 통증 때문에 다시 병원에 의존하게 되었다.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여러 병원을 돌며 검사받았다. 통증의 원인은 오래전에 금이 간 경추 부위가 신경을 눌러 생긴 것으로 판정이 내려졌다. 모든 신경을 관통하는 부위라서 수술도 매우 위험했다.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수술을 강행했고 수술 후유증으로 한동안 고생하며 이때부터 그토록 거부했던 물리치료를 스스로 찾아다니며 받게 됐다.

 

지금까지도 꾸준히 병원에 다니고 있다. 현재 나는 일을 하고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만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것도 직장에서 양해해줘서 다닐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 잠깐 취업 준비를 했을 때 면접을 보러 가서 ‘일주일에 한 번 오전 시간에 병원을 다녀야 한다’고 밝히는 순간, 거부당하기 일쑤였다. 아마도 근무시간에 병원을 다니겠다고 하는 노동자를 반길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추가 근무를 한다고 해도 나를 용인해 주면 다른 장애인도 요청할 게 뻔하니 쉽게 결정 내릴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 크고 작은 질병 한 가지쯤은 있을 수 있고, 특히 뇌병변장애인의 경우에는 불수의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몸에 변형이 생겨 통증이 동반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보완할 방법이 없다. 그나마 재활병원에서 물리치료 받는 게 전부인데 재활병원은 대부분 주말에 외래 환자를 받지 않거나 쉬는 곳이 많다. 일주일 한 번 치료 받는 게 적게 느껴져 치료 횟수를 늘리려고 집에서 가까운 병원을 이곳저곳 알아봤지만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다.


더구나 몇 해 전부터 건강보험 수가 기준이 달려졌다며 갑작스레 치료를 거부당한 적도 있다. 중도 장애를 가진 장애인보다 ‘정상적인 신체 기능 회복 가능성’이 없는, 어려서부터 장애를 가진 장애인은 보험 수가가 낮게 측정되어 치료를 거부하는 병원도 많아지고 있다.


지금 다니고 있는 병원도 1년 밖에 못 다닌다. 마치 비정규직과 같다. 1년 동안 치료받고 2년 쉬었다 오라고 한다. 2년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병원을 다시 찾아야 한다. 솔직히 외래에서 받는 재활 치료는 제한적이라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달리 방법은 없으니 ‘안 다니는 것보다 낫겠지’ 하며 다니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입원 치료를 받으며 확실히 외래에서 받는 치료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 반듯한(?) 몸만 받을 수 있는 최첨단 로봇 치료?


처음 며칠은 외래에서 받던 치료를 그저 매일 받는 것뿐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퇴원 날만 기다렸다. 담당 의사는 정밀 검사 결과에 따라 치료 강도를 높여 주겠다고 했지만 별로 기대가 없었다. 통증만 잡아주기를 바랐다. 다행히 검사 결과, 수술할 정도로 몸 상태가 나쁘진 않아서, 운동 강도를 높여 외래에서 받지 못한 치료가 추가되었다. 바로 로봇 치료였다. 기계에 온몸을 묶고 일으켜 세운 다음 다리 관절을 자동으로 움직여 보행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 주는 치료인데 어렸을 때 이후로 보행을 해 본 적이 없는 나는 마냥 새로웠다.
물론 아직 보편화된 치료가 아니라서 기술적인 한계가 존재했다. 기계 구조상 엉덩이를 받쳐주기 위해 벨트를 해야 하는데 벨트가 사타구니 쪽에 압박을 가하는 위치에 있어서 통증을 유발하였다. 압박을 완화하려면 벨트를 풀어서 다시 메어 줘야 하는데 로봇 치료실에는 전부 남성 치료사들밖에 없어서 이 어려움을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 신체 일부분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웃음기 없앤 후에 건조한 말투로 말해도 남성 치료사에게 매번 말하기가 어려웠다. 며칠이 지난 후에야 조금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었지만 민망함은 없어지지 않았다.


재활 치료 기구들이 그러하듯 이 로봇 치료도 ‘반듯한 성인 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나는 몸의 변형이 심하게 온 게 아니어서 무릎이 완전히 굳어지지 않아 힘으로 무릎을 펴주면 펴져서 로봇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내가 아는 장애인 지인들은 이 기계를 이용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계가 만들어진 목적도 중도 장애를 가진 이들의 ‘정상적 기능 회복’을 위해 제작된 느낌이었다. 로봇 기계는 뒤틀어지고 굳어진 관절을 가진 다양한 몸들은 애초에 배제한 채 만들어졌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손의 형상을 띤 그림이 있고 색색으로 칠해져 있다. ⓒ언스플래시
 

- 안 걸어도 괜찮아, 그러나…

 

재활 치료 중에 치료사가 직접 치료해 주는 운동 치료가 있다. 성인이 된 후에 처음 이 운동 치료를 받을 때 단단한 결심이 필요했다. 성인 남성 치료사가 의료적 목적이긴 하지만 내 몸 곳곳을 만진다는 게 매우 당혹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성 치료사에게 받자니 여성 치료사는 인원수도 적고 내 몸을 감당해내는 여성 치료사가 별로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결국 지난 10년여 동안 남녀 치료사를 수없이 접하면서 그저 치료 잘하는 치료사가 배정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괜찮은 치료사를 만나는 것엔 엄청난 운이 필요하다. 치료사에 따라 치료의 질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 때문에 실력 있고 좋은 치료사를 만나는 것은 로또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같다. 


이번 입원 치료에서 배정된 담당 치료사는 실력이 있는 분이었다. 통증 완화와 근력 키우는 것을 목표로 잡고 치료를 해 주었는데 날이 갈수록 통증이 나아지고 좋아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치료 과정에서 나의 다리 기능을 살펴보더니 생각보다 기능이 살아있다며 보행 연습을 시키기 시작했다. 로봇 치료는 기계로 움직이는 거라서 자의적인 힘이 거의 안 들어가는데 운동 치료에서는 스스로 발을 내디뎌야 했기에 내가 정말 보행할 수 있을지 어리둥절했다. 치료사에게 전적으로 기대어 걷는 것이지만 더이상 걷지 못하게 된 이후로 평생 다시 걸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렇게 첫날은 한 발짝 딛는 것도 힘겨웠다. 그러다 이틀이 되고 사흘이 되면서 조금씩 발이 떼어지는 것만 같았다. 어렸을 때 보행했던 경험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몸의 기억은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러면서 몸에 대한 환상도 부풀어졌다. 통증도 사라져 갔으며 화장실 가기 위해 잠깐 일어서는 것도 버티기 힘들었던 다리가 근육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걷는 것에 대한 욕구가 생겼다. 심지어 꿈에서도 걷는 모습이 나왔다. 이대로 재활 치료를 지속해서 받으면 ‘장애 극복’이 이루어질 것만 같았다. 마치 사이비 종교를 믿는 신자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치료사가 보행 연습 시간을 늘리면서 점점 힘이 들었다. 그러다 다리를 후들후들 떨며 걷는 순간, 손가락만 까닥거려도 움직이는 내 전동휠체어가 눈에 들어왔다. 안락해 보이는 전동휠체어를 보며 ‘이렇게까지 힘들게 걸어서 뭐하나!’라는 생각이 스쳐 갔다. 이제 와서 보행을 한들 뭐가 달라질까. 마음속에 꿈이었던 댄스 가수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삶을 다시 살 만큼 나이가 젊은 편도 아닌데 온 힘을 다해 굳이 걸어야 할까. 그리고 내가 장애인이라서 이미 만들어진 세계가 있는데 그 세계에서 나의 보행 여부는 하등 상관없을 것이다.

 

그 시간을 지나며 오랫동안 장애인 인권 운동을 해 왔던 내가 ‘장애 극복’ 환상을 가졌다는 게 사실 부끄럽기도 했다. 내 안에 숨겨 놓은 장애 혐오가 드러났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혐오하는 게 한 가지는 있다고 하는데 그게 나는 장애인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장애를 혐오한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평생 장애와 ‘밀당’하듯 지낼 것 같다. 지금도 나는 장애가 더 진행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보행하는 건 바라진 않지만, 장애가 더 진행되어 활동지원을 받는 영역이 많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단 1분도 혼자 있을 수 없는 상황이 오는 게 두렵다. 활동지원사가 늘 옆에 있어야 안정감이 드는 장애인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타인과 오갈 수밖에 없는 감정 노동의 연장선으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들수록 몸의 기능은 떨어져 가고 있기에 언제까지 지금처럼 유지할 수는 없으리라 생각은 한다. 그래서 장애가 진행되는 과정을 잘 준비하고 싶고 최대한 준비 기간을 길게 가지고 싶다. 준비 기간을 늦출 수 있도록 나는 최선을 다해 지금의 삶을 지켜나가며, 아픔 몸을 원망하지 않은 채 후회 없이 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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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beminor@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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