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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잘못도 아닌데… 활동지원 자부담 두 배 납부
건강보험공단, 재산 신고 안 했다고 건강보험료 과다 책정
지자체-사회보장정보원-복지부 지침 없어, 환급 절차로 우왕좌왕
등록일 [ 2020년08월14일 10시54분 ]

제보자 노푸름 씨. 사진 본인 제공
 

장애인활동지원 본인부담금(아래 활동지원 자부담)이 많이 나왔다면 국민건강보험(아래 건강보험)이 과다 책정되었는지 의심해봐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과다 책정된 활동지원 자부담을 발견했더라도 환급 절차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예상된다.

 

인천 계양구에 사는 노푸름 씨(남, 31세)는 지난 4월 직장을 그만둬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 퇴직 후 소득이 줄었지만 활동지원 자부담은 64,800원에서 97,200원으로 늘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해 주민센터와 계양구청에 문의했지만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그러던 지난 7월 27일 구청에 활동지원 이의신청 결과를 묻는 도중 과다 책정된 건강보험이 활동지원 자부담 과다 책정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 건강보험공단, 재산 신고 안 했다고 건강보험료 과다 책정

 

노 씨는 퇴직 후 건강보험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석 달 동안 1개월 기준 35,000원가량의 건강보험료를 냈다. 이는 소득수준별 7단계로 나누는 건강보험료 조견표에 따르면 1인 가구 기준으로 기준중위소득 120%~180% 이하에 해당하는 것으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노 씨의 경우 LH전세임대주택에 살고 있고, 장애인 차량 한 대를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LH전세임대주택 대부분은 대출금으로 1,400만 원가량만 본인이 내고, 대출금에 대한 이자를 월 10만 원씩 납부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확인하니, 노 씨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때 재산신고를 따로 하지 않아 건강보험공단 직권으로 그 지역의 평균 전월세를 기준으로 재산이 책정됐다는 답변을 들었다. 현재 노 씨가 거주하는 지역의 평균 전월세는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32만 원이다. 이에 따라 장애인 차량을 제외한 노 씨의 재산은 1억 1,000만 원으로 책정됐던 것이다. 이에 노 씨는 건강보험공단에 증빙서류를 제출했고, 보험료는 10,090원으로 대폭 줄었다. 지난 3개월간 과다 책정된 건강보험료 86,060원은 지난 8월 3일 돌려받았다.

 

노푸름 씨가 건강보험공단에 증빙제출 후 환급받은 건강보험환급금. 사진 본인 제공
 

노 씨는 이러한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애인들은 SH, LH의 전세임대주택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고하지 않으면 재산이 과하게 책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때 재산·소득 신고를 스스로 해야 하는 구조이기에 놓칠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통지서는 처음에 노 씨의 거주지가 아닌, 누나에게로 통지되어 뒤늦게 전달되었다. 그는 “지역가입자 전환 시 재산 신고를 하라고 했다지만 나와 같이 대부분 그냥 넘어가기 십상이다”라며 “통지서의 경우 한글로 깨알같이 적혀 있는데 저시력인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글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그림 안내 등도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 지자체-사회보장정보원 “환급 불가능”, 복지부 “지자체 예산으로”


문제는 건강보험료에 비례해 활동지원 자부담이 두 배씩 나왔다는 점이다. 활동지원 자부담은 기준중위소득에 따라 결정되는데 근거를 건강보험료 납부액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연쇄적인 과다 책정이 일어난 것이다.

 

노 씨는 퇴직 후 2개월간 월 90시간(14구간 마)에 97,200원의 활동지원 자부담을 냈는데,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따져볼 때 자부담을 48,600원만 납부하면 됐다. 활동지원 급여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 8월에는 월 120시간(13구간 마)으로 늘어나면서 활동지원 자부담이 129,600원이 책정됐다. 그러나 건강보험료 기준으로는 64,800원이었다. 즉, 세 달간 활동지원 자부담을 162,000원이나 더 납부한 셈이다. 이에 계양구청, 인천시청, 사회보장정보원,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 콜센터 등에 직접 전화해 환급을 요청했지만, 지침이 없다며 환급을 거절당했다.

 

이런 문제는 오래전에도 불거진 바 있다. 김율만 씨는 10년 전 차상위계층에서 기초생활수급자로 전환되었지만, 소득신고를 하지 않아 19개월간 월 2만 원씩 활동지원 자부담을 내야 했다. 김 씨는 “당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38만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여전히 환급 절차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은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김 씨의 문제제기 덕분인지 현재 장애인활동지원 사업안내(아래 사업안내)’에는 수급자에 대한 환급 절차는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아직 사용하지 않은 바우처’로만 제한하고 있다.

 

사회보장정보원과 지자체에서는 이미 사용한 활동지원 급여에 대한 자부담은 환급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아래 장애인활동지원법 시행규칙) 제41조 제2항에는 ‘납부된 본인부담금 중 수급자가 받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 환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회보장정보원 활동지원 바우처 담당자도 “과오납의 영역은 미사용 활동지원 급여에 해당하는데 (노 씨가) 활동지원 급여를 모두 사용한 후이기에 환급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계양구청과 인천시청 등 관할 지자체에서도 사회보장정보원이 제시한 근거에 더해 사업안내에 지침이 없어 환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과다 책정한 것에 대한 잘못을 전산상으로는 잡아낼 수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활동지원을 총괄하는 복지부에서는 지자체의 예산으로 환급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지난 10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담당자는 “현재 해당 지침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자체의 일반적인 회계와 예산지침에 따라서 환급할 수 있는 절차가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서 인천시 측에 전달했고 인천시에서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12일 실질적 예산 집행 기관인 계양구청 담당자는 “인천시에 해당 내용을 전달받아 복지부에 다시 환급 절차를 문의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늦장 대응에 이미 몇 차례 환급을 거절당한 적이 있는 노 씨는 답을 기다리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활동지원급여에 대한 본인부담금표. 파란색 박스는 본래 납부해야 했던 자부담 금액, 빨간색 박스는 잘못 책정되어 많이 낸 금액. 정확히 두 배씩 더 냈다. 2020 활동지원 사업안내 캡처
 

- 환급 지침 마련되고, 활동지원 이용자 권리 보장 강화돼야

 

활동지원 담당 기관별로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과다 책정된 활동지원 자부담 환급에 대한 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사업안내에는 ‘사망, 본인포기, 자격 중지, 미사용 등으로 당초 생성된 바우처를 덜 이용했거나 본인부담금을 과입금한 경우’에만 환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활동지원 이의신청에도 과다 책정된 환급에 대한 내용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의신청은 수급자격 인정, 활동지원 구간 및 급여, 부당지급급여 징수에만 국한돼 있다.   

 

지침 마련의 책임은 복지부에 있다. 장애인활동지원법 시행규칙 제41조 제3항에는 ‘본인부담금의 납부, 환급 등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복지부에 이를 지적하자, 복지부 담당자는 “환급에 대한 개별 케이스를 모두 사업안내에 명시할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사업안내에 부정수급 환수에 대한 내용은 여러 페이지에 걸쳐 세세하게 담고 있는 만큼 이용자 환급에 대한 절차와 세부 사안을 명시하는 게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노 씨는 다른 피해자가 더 생기기 전에 환급 절차와 지침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에 과다 책정된 활동지원 자부담도 반드시 돌려받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나라는 모든 게 신청주의잖아요. 활동지원만 해도 급여 변동 시에 이용자가 직접 신고하지 않으면 나중에 결국 이용자 책임이 돼요. 저처럼 꼬치꼬치 따지지 않으면 활동지원 자부담이 많이 나온 게 건강보험료 때문인 줄도 모르고, 보험료 환급도 못 받았을 수도 있어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162,000원도 꼭 돌려받을 겁니다.”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한자협)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단체들도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며 환급 절차의 부재, 미비 등의 문제 개선을 위해 국민권익위원회 행정심판을 고려하고 있다. 임소연 한자협 사무총장은 “이미 건강보험공단에서도 잘못 책정한 것을 인정하고 환급해줬는데,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활동지원 자부담 환급이 안 되는 건 매우 불합리한 일”이라며 “나아가 중개기관이나 활동지원 이용자에게만 신고와 그에 따른 책임을 무겁게 지우는 활동지원제도의 방향 자체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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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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