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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고시설, 공동생활가정으로 등록한 중랑구
장애계 “시대착오적 행정편의 졸속 행정” 비판
중랑구 ‘임시방편, 거주인 탈시설-자립생활 지원 예정’
등록일 [ 2020년08월14일 16시59분 ]

14일 오후 2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권단체는 중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랑구의 미신고시설·신고시설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류경기 중랑구청장의 면담을 요구했다. 사진 허현덕
 

중랑구의 미신고시설 ‘사랑의집’이 중랑구에 의해 공동생활가정으로 등록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장애계는 중랑구의 시설 양성화 정책을 규탄하고 거주인들의 탈시설-자립생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14일 오후 2시,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서울장차연) 등 장애인권단체는 중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랑구의 미신고시설·신고시설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류경기 중랑구청장의 면담을 요구했다.

 

- 미신고시설 버젓이 공동생활가정으로 등록한 중랑구

 

평택 미신고시설 ‘평강빌 사건’ 후,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는 지난 6월 각 지자체로부터 ‘미신고시설’ 전수조사 결과를 전달받았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미신고시설은 9곳으로 49명의 거주인이 살고 있다. 9곳 중 서울 1곳, 인천 1곳, 경기 5곳, 전남 1곳, 제주 1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 서울시 중랑구 소재 미신고시설 ‘사랑의집’에 8명의 거주인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서울장차연은 지난 7월 중랑구에 사랑의집 즉각 폐쇄와 8명의 시설거주인에 대한 자립지원 대책 마련을 중랑구에 요구했다.

 

그러나 서울장차연과 면담을 진행 중이던 중랑구 장애인복지과는 지난 8월 4일 돌연, 미신고시설을 장애인공동생활가정(아래 공동생활가정)으로 등록했다. 공동생활가정은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거주시설로 분류되는 소규모 시설이다. 즉, 중랑구는 그동안 미신고시설인 곳을 신고시설로 변경한 것이다. 중랑구가 공문을 통해 밝힌 이유는 ‘사랑의집 이용자 7명이 20년 이상 함께 공동체를 형성하여 서로를 의지하며 생계를 이어왔고, 현재 각자 떨어져 생활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공동생활가정에서 살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8명의 거주인 중 1명은 임대주택에서 자립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거주인 7명 중 40대는 1명, 50대는 2명, 60대는 4명이다.

 

그러나 서울장차연에 따르면 거주인에 대한 조사는 개별 면담이 아닌 단체로 이뤄졌다. 더욱이 면담 과정에서는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정보제공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애린 서울장차연 공동대표는 “중랑구에서는 거주인 8명을 한 방에 앉혀 놓고 ‘시설에서 나가고 싶은지 물어봤다’고 말했다”며 “이들에게 어떤 탈시설-자립생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무작정 지역에서 살고 싶은지 묻는 것은 제대로 된 욕구조사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거주시설에서 갖추어야 할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15년 이상 미신고시설이었던 곳을 신고시설로 변환하면서 그 이유를 ‘거주인의 욕구’로 든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류경기 구청장은 불법시설 방치에 대해 반성하고 대책 마련하라!’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허현덕
 

- 중랑구 ‘시설 양성화’ 정책,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에 역행
 
중랑구의 미신고시설의 공동생활가정으로의 전환은 시설 양성화 정책과 조금도 다르지 않아 시대착오적인 졸속 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현재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에도 역행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1997년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으로 시설 설립이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되고, 사회복지시설의 신고 요건을 갖추지 못한 미신고시설은 종교공동체, 생활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존재해 왔다. 미신고시설은 ‘정부의 예산 지원이 없다’는 핑계로 기초생활수급자인 장애인 거주자의 수급비와 장애인 가족의 후원금을 갈취하는 방식으로 시설을 운영해왔다. 2005년 복지부는 이런 미신고시설을 신고시설로 전환하는 ‘시설 양성화 대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김주현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미신고시설을 15년 이상 유지할 수 있었다는 데 매우 놀랍다. 2005년이라면 장애인 자립생활 정책이 적어 공동생활가정 전환이 부적절한 조치가 아닐 수도 있지만, 지금은 2020년이다”라며 “탈시설 정책이 보편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 미신고시설을 다시 법 테두리 안에 넣어 관리하겠다는 중랑구의 시대착오적 발상은 그동안 장애인의 지역사회에서의 삶에 얼마나 무관심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랑구가 미신고시설 관리·감독에 소홀했다는 점은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사랑의집도 2005년 미신고시설 양성화 대책에 따라 조건부 신고시설로 되었지만, 2018년 종사자 요건 미충족으로 폐쇄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런데 올해 6월 사랑의집은 다시 미신고시설로 밝혀졌다. 따라서 중랑구 내 또 다른 미신고시설이 존재하는지에 대한 전수조사가 절실히 필요하다. 현재 중랑구에는 장애인자립생활주택과 체험홈이 단 한 채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에 무관심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인대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은 “류경기 구청장은 후보 시절 등록장애인 비율을 고려해 장애인복지과를 설립하고, 장애인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시설 양성화라는 엉터리 정책을 버젓이 펼치려고 하고 있다. 장애 감수성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자립생활 정책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문애린 서울장차연 상임대표를 비롯한 5명의 대표단과 중랑구청 홍순옥 생활복지국장과의 면담이 진행됐다. 사진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 중랑구, ‘공동생활가정 등록은 임시방편, 거주인 탈시설-자립생활 지원할 것’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문애린 서울장차연 상임대표를 비롯한 5명의 대표단과 중랑구청 홍순옥 생활복지국장과의 면담이 진행됐다. 서울장차연 측은 △8월 내 중랑구청장 면담 △구체적인 단/장기 자립지원계획 구성 △서울시-중랑구-IL센터의 민간TF팀 구성 △사랑의집 신규입소 금지 △추후 발견되는 미신고시설에 대한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에 중랑구청은 민간 TF팀 구성에 대해서는 다음 주까지,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8월까지 답변을 주기로 했다. 문애린 대표는 “중랑구는 면담에서 공동생활가정 등록은 임시방편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서, 향후 사랑의집 거주인의 탈시설-자립생활 지원과 신규입소 금지에 대해서는 공감했다”며 “오늘의 요구안과 면담 합의 사항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계속 주시하고, 중랑구의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이 마련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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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현덕 기자 hyundeok@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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