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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들 "‘사장님’ 위한 제도, 철폐하라!"
이주노동자 노예로 전락시키는 ‘노동부 지침’ 1일부터 시행
“서명전, 항의편지, SNS 홍보 등 사회 공론화시킬 것!”
등록일 [ 2012년08월20일 04시39분 ]

▲이주노동자들이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에 반발하면서 19일, “고용허가제 폐지! 사업장 이동의 자유보장! 노동기본권 쟁취!”를 외치며 ‘이주노동자 투쟁의 날’을 선포했다. 


이주노동자들이 고용노동부(아래 노동부) 지침인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노예노동 강요하는 고용노동부 지침 철회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아래 이주노조비대위)는 19일 늦은 3시 종로 보신각 앞에서 '고용허가제 폐지! 사업장 이동의 자유보장! 노동기본권 쟁취! 이주노동자 투쟁의날'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는 이주노동자와 이에 연대하는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뜨겁게 진행됐다.

 

지난 6월 4일 노동부가 발표한 ‘외국인 근로자 사업장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이 8월 1일 자로 시행됨에 따라 각 고용센터가 그동안 이주노동자에게 제공했던 사업장 명단을 더는 제공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장 변경 시 사업주의 연락을 일방적으로 기다려야 한다. 만약 이주노동자가 사업주의 구직제안을 ‘합리적 이유 없이’ 거절하면 고용센터의 고용알선이 2주 동안 중단된다. 그리고 사업장 변경기간인 3개월 동안 사업장을 구하지 못하면 이주노동자는 미등록 체류자가 된다.  

 

이러한 노동부 지침에 대해 이날 모인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이 왜 사업장을 옮기는지에 대한 목소리는 듣지 않고 ‘사장님’들의 목소리만 듣는다”라면서 “이주노동자를 노예로 전락시키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라”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 참가해 "고용허가제 폐지!"를 외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모습

 

이주노조비대위 우다야라이 위원장은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를 일회용으로 생각해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며,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라며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와 한국노동자들의 폭행과 폭언으로 사업장을 바꾸고 싶어도 자유롭게 바꿀 수 없다”라고 꼬집었다.

 

우다야라이 위원장은 “이것은 강제노동이자 노예노동”이라며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데, 오늘부터 이에 저항하는 우리의 투쟁을 시작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무대 위에서는 필리핀, 네팔,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스리랑카 등 다양한 외국 이주노동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하나같이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를 노예로 전락시켰다”라고 꼬집으며 8월부터 시행된 노동부 지침으로 더욱 열악해진 노동현장을 알렸다.

 

한국에 온 지 3년째라고 밝힌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로코 씨는 “모든 노동자가 직장을 선택하고 양질의 노동을 할 권리가 있다고 하나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라면서 “앞으로 (사업장 변경기간인) 3개월이 지나면 (미등록 체류자들이 늘어나서)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로코 씨는 “사업장을 변경하려는 한 친구는 지금 방안에 앉아 사업주의 연락만 기다리고 있으나 아직 어느 곳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라며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고용센터에 전화했으나 받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 존슨 씨 역시 “노동부 지침은 이주노동자들을 사업장에 더 강하게 종속시킨다”라며 “앞으로 모든 이주노동자의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며 더 많은 착취가 일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베트남 이주노동자 띠엔 씨는 “한국에 온 유일한 희망은 돈 많이 벌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것이었다”라며 “그러한 이곳에서 난 아무런 권리도 없이 노예처럼 일해야만 한다”라고 전했다.

 

▲필리핀, 네팔,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스리랑카 등 다양한 외국 이주노동자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발언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의 발언에 이어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사회진보연대 김동근 활동가는 “노동부의 지침은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할 뿐만 아니라 이 땅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노동권을 쟁취하는 투쟁에 함께하겠다”라며 연대 의지를 밝혔다.

 

전국학생행진 강민석 활동가는 “90년대 이후 한국경제는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라면서 “그러나 한국정부와 사업주는 역사를 만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을 노예로만 생각한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정용건 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을 옮기는 이유는 임금체납과 폭행 때문인데, 이것을 막는 노동부는 인권을 탄압하고 ILO협약(취업과 직업선택에서의 자유에 대한 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이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정부에 대해 맞서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사회를 본 버마이주민 소모뚜 인권활동가는 “착취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블랙리스트, 테러리스트로 찍고 쫓아내는 것이 이주노동자에 대한 한국정부의 역사”라고 꼬집으며 “사회소수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회는 민주주의가 아니며, 진정한 민주주의, 다문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하자”라고 제안했다.

 

소모뚜 활동가는 “노동자가 있다면 노조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정부는 현재 이주노동자들의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라며 “그러나 우리는 혼자 싸울 수 없으니 함께 싸워야 한다”라며 연대를 호소하기도 했다.

 

다국적 노동자 락밴드 스탑크랙다운 보컬이기도 한 소모뚜 활동가는 '월급날' 등의 노래를 두 곡 이어 부르며 현장을 뜨겁게 달궜다.

 

집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고용허가제, 고용노동부, 사업장이동제한,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등이 적힌 나무판자를 향해 물풍선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참가자들이 ‘고용허가제, 고용노동부, 사업장이동제한,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 등이 적힌 나무판자를 향해 물풍선을 던지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어 참가자들은 서울고용노동청을 거쳐 명동성당 앞까지 행진했다. 참가자들은 행진하는 동안 '고용허가제 폐지'를 외치며, 지나가는 시민에게 이주노동자에 대한 노동부의 탄압을 알려나갔다. 참가자들은 두 시간여의 집회를 마치고 명동성당에서 5시께쯤 해산했다.

 

한편 이날 집회를 주최한 이주노조비대위는 노동부의 지침에 반발하며 매주 수요일 정부 과천청사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주노조비대위는 앞으로 △노동부 지침철회를 위한 서명받기 △노동부에 항의편지 쓰기 △국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장과 각국 대사관 압박 △이주노동자들에게 이번 사안에 대한 교육 진행 △페이스북 등 SNS를 이용한 공유 및 홍보 등을 통해 이 문제를 공론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용허가제 폐지! 사업장 이동의 자유보장! 노동기본권 쟁취!' 집회 이모저모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억압하는 지침을 철회하라!'

▲집회 시작 전, 이주노동자들이 반인권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고용노동부의 내부지침 폐지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Abolish the EPS!(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폐지하라!)'

▲이날 집회에는 이주노동자와 이에 연대하는 시민 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외국인 이주노동운동협의회, 전국학생행진, 다함께, 사회진보연대, 이주인권연대, 경기이주공대위 등의 연대발언이 이어졌다.

▲집회 뒤 보신각에서 행진을 시작하는 모습.

▲'고용허가제 폐지! 사업장 이동의 자유보장! 노동기본권 쟁취!'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는 모습.

▲종로2가를 행진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모습.

▲집회 참여자들이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고용허가제 폐지! 사업장 이동의 자유보장! 노동기본권 쟁취!

▲참여자들은 보신각에서 종로2가와 서울고용노동청을 지나 명동성당 앞까지 행진을 이어갔다. 명동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시민이 이주노동자들의 집회를 바라보며 지나가고 있다.

▲'모든 미등록 노동자들을 전면 합법화하라!'

▲'고용허가제 폐지!'를 외치고 있는 이주노동자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이 명동성당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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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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