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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했던 홍콩 유니티 플레이스
이라나 활동가의 홍콩 연수기①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시설 안내, 외출도 자유로워
등록일 [ 2013년11월19일 22시34분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이라나 활동가와 김소영 활동가는 '아태지역 새로운 10년 활동을 위한 IL(아이엘)센터 활동가 국제협력 인턴십' 사업의 하나로 지난달 28일부터 홍콩에서 연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6주간 진행되는 이번 연수에서 보내온 이 활동가의 홍콩 이야기를 연재합니다._편집자 주

 

홍콩 장애인 거주 시설 Unity Place(유니티 플레이스)

우리 지역사회에서 더 자유롭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외부인이 시설에서 왔다. 첫 대면에서부터 헤어질 때까지 그 외부인은 기관 사회복지사 혹은 담당 지도사를 따라 기관의 상황과 설명을 듣는다. 그리고 그 외부인은 어색한 인사를 나눈다. 익숙하다는 눈빛과 반가움인지 혹은 귀찮음인지 모를 눈빛의 장애인당사자 몇몇 분들과…'

 

한 시설을 방문했을 때를 상상해봤다. 앞서 상상한 나의 적잖은 시설에 대한 적개감과 불편함을 녹녹하게 해 준 홍콩의 Unity place(유니티 플레이스)를 만났다. 우리는 웡호인 프로그램 담당 선생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그는 이내 제프라는 이름의 장애인당사자를 소개했다. 1년 전 이 시설에 온 제프 씨가 오늘 이 기관의 안내인이라고 했다. 제프 씨의 안내만큼이나 시설 곳곳의 풍경과 사람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신선했다.

 

▲이용자들이 작성한 시설, 서비스 질, 정책, 일상생활, 스스로 관리하는 기술, 사회적응 훈련 등에 관한 만족도 조사 후 가족들의 피드백을 담은 부착물과 이용자들이 직접 만든 생활일과표.

 

제프 씨를 따라 안내를 받는 동안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먼저 악수를 청해왔다. 많은 분들이 중국어가 아니라 영어로 인사를 건넸다. 그들은 우리를 따라 무리를 짓기 시작했다.

 

자신의 방을 구경시켜 준다며 제프 씨를 따라간 곳에서 뇌병변장애가 있는 벤자민 씨를 만났다. 우리는 벤자민 씨를 중심으로 그 방에 둘러앉았다. 벤자민 씨는 영어 실력이 무척 뛰어났다.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홍콩은 장애인 역시 의무교육의 권리가 있으며, 의무교육 이후 대부분 시설로 온다고 한다. 그날 담당선생님은 이렇게 다들 영어가 가능한지 자신도 이날 처음 알았다고 했다.

 

벤자민 씨는 자신이 시설에 오기까지의 생활-특수학교에 다녔고, 낮에는 장애인 작업장에 다니고, 주말엔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리고 그는 이내 우리에게 한국 장애인들의 교육과 생활이 어떤지 물었다. 그리고 벤자민 씨는 장애인의 통합교육은 무척 중요하며 사회참여의 기회가 많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이 시설은 그런 기회를 제공해 주는 곳이라고 덧붙였다.

 

이 시설은 최대 5명이 함께 방을 사용하고, 각자의 침대와 주변 공간을 가족사진 또는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으로 꾸며놓고 있었다. 벤자민 씨의 방은 그렇지 않았지만,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이용자의 방에는 취사와 세탁까지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이용자들의 방. 앞쪽 전동휠체어를 탄 사람이 이라나 활동가.

 

저녁 시간이 되자 이상하게 분주해 보였다. 시설에는 매일매일 식사준비와 정리를 함께 할 담당이 정해져 있는데 식사 전에 하는 일은 수저 놓기, 식탁 닦기, 밥을 퍼서 나르기 같은 것이다.

 

식사시간에는 각자가 자유롭게 식사를 했다. 자신이 식사량을 정하고, 먹기를 강요하지 않으며, 혼자 먹기 어려운 사람을 옆에서 도와주는 것도 특별하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 바닥 쓸기, 식탁 닦기, 먹은 용기 정리, 바닥에 오물이 떨어져 있는 경우 ‘바닥주의’ 안내판 가져다 놓기, 의자 정리하기 같은 일이라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한 줄로 사람들이 길게 앉아 있었다. 벤자민 씨와 제프 씨가 그 상황을 설명하고 담당 선생님이 보충설명을 이어 나갔다. 그들의 일부는 약을 타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지만, 대부분은 사회복지사로부터 돈을 받기 위해 기다린다고 했다.

 

이곳 시설 이용자 중 가족이 없는 사람들은 홍콩 정부의 사회복지사로부터 직접 수당을 받는다. 그리고 그 돈을 받은 이용자들은 직접 돈의 일부를 시설 이용료로 내고 나머지는 본인 스스로 관리한다. 이 시설에서는 이 과정이 이용자들 각각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자기관리기술 습득까지 더 나아가 지역사회 적응 훈련까지의 한 단계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식사 시간의 모습들

 

식사가 끝난 후에 제프 씨는 우리에게 취사실에서 직접 우동을 만들어 주었다. 취사실, 담당자들의 사무실 등 장애인 이용자가 특별히 접근하지 말아야 할 곳은 별로 없어 보였다. 저녁 식사시간에는 수화, 신체활동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 등에 참여한다고 설명했다.

 

Unity place는 지난 2011년에 개소했다. 이곳에는 16세부터 50세까지의 정신장애인 60명, 신체장애인 12명 등 총 72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다. 그리고 이 시설에서 50세 이상이 되면 노령자 거주시설(elderly hostel)로 옮긴다고 한다. 생활인 대부분은 큰 도움이나 보호가 필요하지 않은 경증장애인이라고 한다. 이용자들은 낮에는 필요하다면 장애인 작업장 같은 다른 서비스를 찾아 자유롭게 외출하고 있었다.

 

이 시설에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할 것 같은 무기력한 풍경이 아닌, 말 그대로 무장애환경을 위한 시설 장비들이 곳곳에 갖춰져 있었다.

 

▲자립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설치한 것들. 벽에 각종 버튼과 터치패드가 설치돼 있다.

▲체온감지로 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스위치와 자신들이 직접 빨래를 할 수 있도록 설치한 높이 조절 건조대 등.

 

우리는 시설 이용자분들의 안내 속에서 이틀 동안 짧은 만남을 가졌고 함께 사진을 찍고 이곳을 떠났다.

 

홍콩정부의 통계를 보면, 장애 정도와 유형 그리고 서비스 내용에 따라 약 200여 개의 다양한 형태의 수용시설이 있고 수용인원은 총 9611명 정도라고 한다. 또한 시설을 이용하기 위한 대기자도 8117명이다. 물론 홍콩의 모든 거주시설이 Unity place와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헤어지면서 나눈 단체사진과 그들이 손수 자신들의 이름을 스케치북에 남겨주었다.

 

이후 우리는 시설 두 곳을 더 방문했다. 그 두 곳은 대부분 최중증 장애인들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들은 정해진 프로그램과 시간에 맞춰 담당선생님들의 지도와 마스크를 착용한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활동하고 있었다. 심지어 화장실조차 혼자서 가기 힘든 구조로 돼 있어 나는 화장실 이용이 무척이나 불편했다.

 

물론 어떤 관점에서 시설을 운영하는지에 따라 시설의 모습은 달라질 수는 있다. 우리는 담당선생님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시설을 반대하고 지역사회에서 이곳만큼의 서비스가 이뤄진다면 더 좋지 않겠냐는 우리의 질문에 그들은 이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래도 정부의 예산에 비해 시설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냐고 대답했다. 그렇게 대답하는 이들에게 뭔가 당당함도 보였다.

 

홍콩의 장애인 거주시설은 재활모델에 멈춰 있지만 적어도 내가 둘러본 3개의 시설에서는 보호와 수용이 아닌 이용자 개개인의 장애특성에 집중해 지역사회 통합을 위한 일상생활 수행능력 향상, 의사소통 기술 등 이용자들이 조금 더 스스로 의사를 표현하고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LCHK와 Caritas DAC 시설의 프로그램들 모습.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향기와 촉감을 자극하는 방석과 재활용을 이용한 모형 만들기, 식물 키우기, 자신의 얼굴로 자신의 방임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 등.

 

얼마 전인가 우연히 우리 연수기간 동안 머물고 있는 숙소 근처 Tsuen Wan(츈완)역에서 Unity place에서 만났던 이용자분이 내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아마 그분은 장애인 작업장에서 일을 마치고 어디론가 또 바삐 가는 듯했다. 나를 기억해 준 그에게서 느낀 고마움과 반가움 뒤로 시설 밖 외출이 자유롭지 않고 자신이 꿈꾸고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던 한국의 시설 상황을 생각하니 그래도 여긴 좀 더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이 얼핏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Unity place에서 떠나오던 날 작별인사로 경황이 없어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을 남겨 본다.

 

“여러분에게는 자유롭고 쾌적한 일상생활의 그 공간이 그곳에서만 머물지 않고 지역 사회에서도 우리의 당당한 권리로 확대되어 어디서든 더 자유롭게 만나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 윗글에 첨부된 사진은 본 기관과 이용자들의 동의하에 촬영한 장면입니다. 홍콩의 대부분 기관에서는 개인 신상정보 보호를 위해 사진촬영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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