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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장애인의 날, 기만적 현실을 알리다
"발달장애인법 제정, 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하라”“부정수급 말라며 공금으로 호텔 간 사람은 복지부 장관에”
등록일 [ 2013년12월03일 23시42분 ]

▲전국에서 모인 600여 명의 중증장애인 활동가와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3일 오후 1시 광화문 광장에 모여 ‘발달장애인법 제정,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2013 세계장애인의 날 투쟁대회를 열었다.

 

21회 세계장애인의 날,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와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외치는 목소리는 또다시 가로막혔다.

 

지난 1일 발달장애아동을 둔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한 후 자살한 사실이 뒤늦게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이날 발달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의 분노는 더욱 거셌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


발달장애인법 발의된 지 1년, 여전히 논의조차 안 돼

 

전국에서 모인 600여 명의 중증장애인 활동가와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3일 늦은 1시 광화문광장에 모여 ‘발달장애인법 제정,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2013 세계장애인의 날 투쟁대회를 열었다.

 

이날 투쟁대회에서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19대 국회 1호로 발달장애인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는 이제까지 발달장애인법제정추진연대와 상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라며 “오늘 정부안이 발의됐다고 하나 그 내용은 참담한 수준일 것”이라고 전했다. 

 

윤 회장은 “2007년 장애인등에대한특수교육법 제정 시 국회 점거, 시청 점거 등 안 해본 것이 없었다”라며 “그러나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위해 우리는 무얼 했나. 우리의 목숨을 걸어야 법안이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질기게 붙어보자.”라고 결의를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명애 상임공동대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박명애 상임공동대표는 “어제 발달장애아동을 둔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고 본인 또한 자살한 사건이 보도됐다. 경찰은 그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 조사해봤나.”라며 “나 또한 어릴 때 아버지가 같이 죽자고 했다. 죽는 게 어떤 건지 몰라도 그 말이 듣기 싫었다. 장애인은 죽는 것도 자기 마음대로 못 하는가.”라며 절규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내 어머니는 나한테 미안해서 봄에 벚꽃구경, 가을에 단풍구경 한 번 못 갔다”라면서 “그러나 나는 어머니가 못한 벚꽃구경, 단풍구경을 하고 있다. 그때마다 난 어머니께 미안하다.”라며 울음을 삼켰다.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은 “대한민국은 인권으로 사기 치는 나라”라며 “한국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가입했지만 선택의정서는 비준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 위원장은 “선택의정서는 만약 국내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이 지켜지지 않을 때 유엔에 구제해달라고 호소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유엔권리협약에 가입했다는 것만 내세우며 마치 장애인 인권이 실현되는 나라로 포장한다. 이러한 기만적이고 허구적인 현실이 세계장애인의 날에도 장애인을 차가운 땅바닥으로 내몰며 장애인 차별철폐를 외치는 현실을 낳고 있다.”라고 질타했다.

 

홈리스행동 박사라 활동가는 얼마 전 수급 신청을 했으나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결국 수급비가 삭감된 ㄱ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박 활동가의 말한 바로는 ㄱ씨는 10년 전 아내와 사별했다. 세 자녀가 있으나 관계가 좋지 않아 연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ㄱ씨는 3년 전 수급 신청 때도 연락하지 않는 아들과 주소가 같다는 이유로 수급 신청이 되지 않았다. 그동안 딸은 이름도 바꾸었으나 ㄱ씨는 바뀐 딸의 이름도 몰랐다. 결국 ㄱ씨는 가족관계 단절 소명서를 쓰고 난 후에야 수급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녀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수급비는 깎였다.

 

박 활동가는 “개악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주거·생계·교육 등 급여를 7개로 나눠 필요한 사람에게 주겠다고 하는데 이는 수급자의 권리를 산산조각 나누는 것”이라면서 “수급자의 삶은 더욱 빈곤해지고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쟁대회 한편에 마련된 고 김준혁 활동가의 영정.

 

주영, 지우·지훈 남매 불타 죽고… “이게 장애인의 현실”

 

이어 늦은 2시 30분에는 같은 장소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나쁘자나~’ 선포식이 이어졌다.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은 “빈곤문제가 심각하다고 언론과 학자들이 이야기한다. 그러나 빈곤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 그들이 무얼 했나.”라면서 “부양의무제 폐지하자고 하면 돈 많이 들고 부정수급 늘어나서 안 된다고 한다. 부정수급 하지 말라고 하는 이들이 공금으로 자기 가족 생일 때마다 호텔 가서 밥 먹인 문형표를 복지부 장관 자리에 앉혔다.”라고 꼬집었다.
 
김 사무국장은 “개악된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기존 제도를 7개의 급여로 나눈 것으로 각 급여의 선정 기준과 보장 수준을 각 서비스 부처 장관이 정할 수 있게 했다”라며 “기존에는 최저생계비를 매년 정해서 법으로 공포했으나 이젠 장관이 정해서 발표하는 거다. 그러나 이들을 우리가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부양의무제를 반드시 폐지하고 간주부양비, 추정소득도 없애서 우리가 원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만들자”라며 “빈곤문제는 우리의 목소리가 이뤄질 때 해결된다. 광화문 농성장을 지켰던 지난 469일 동안 우리는 단 하루도 패배한 적이 없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연대 발언도 이어졌다. 김조광수 영화감독은 “박근혜 대통령은 원칙과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다”라며 “앞으로 30일 동안 청와대를 향해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지키지 않을 시 당장 끌어내겠다고 많은 이들이 함께 외칠 것”이라고 밝혔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광화문 농성장에서 469일 동안 농성하는 동안 주영이가, 지우·지훈 남매가 불타 죽고 장애등급 탈락에 박진영 씨가 칼 꽂아 죽었다. 발달장애 아버지가 자식과 함께 죽었다.”라며 “이게 세계장애인의 날에 우리가 맞이한 현실”이라고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의 인권은 치장물이 아닌 진정한 권리가 되어야 한다. 행동해야만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라면서 “함께 사는 날을 만들기 위해 청와대까지 인권의 춤을 함께 추자. 세계 장애인의 인권을 선언하는 날에 왜 약속 지키지 않느냐며 청와대에 물어보자.”라고 외쳤다.

 

이어 참가자들은 사다리를 이용해 세종대왕 동상에 올라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저지에 막혀 하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들과 경찰 간에 충돌이 일어났으며, 경찰의 무리한 채증에 항의하던 활동가 한 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사다리를 이용해 세종대왕 동상에 올라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펼치는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저지에 막혀 하지 못했다. 사다리를 압수하고 있는 경찰과 이에 저항하는 집회 참가자들.

▲경찰과 충돌하는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

 

‘아빠, 살고 싶어요’ 발달장애아동이 아버지에게 생애 처음 한 말

 

활동가들과 경찰과의 한 시간여 충돌 끝에 참가자들은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약식 집회를 열었다.

 

발달장애인법 제정을 촉구하며 아들 이균도 씨와 전국 3000여km의 도보 순례를 한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진섭 상임대표는 “나 또한 아들 균도와 5살 때 함께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 당시 균도는 5살까지 말을 못했는데 그때 처음으로 ‘아빠,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아들에게 처음 들은 말이 ‘아빠, 살고 싶어요’였다.”라면서 북받치는 감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 상임대표는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인구의 1/4을 차지한다. 발달장애인은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며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라면서 “균도는 올해로 23살인데 왜 아직도 내가 아들 손잡고 다녀야 하나. 균도도 자립해 스스로 살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투쟁대회와 선포식에서는 광주의 발달장애인 부모와 발달장애인 당사자 모임 ‘사람꽃 살림단’, 몸짓패 들꽃, 인천의 민들레장애인야학과 작은자야학 교사들로 이뤄진 극단적게으른사람들의 연극, 노동가수들의 프로젝트 모임 ‘노래로 물들다’, 민중 엔터테이너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문화 공연 등도 진행됐다. 

 

이날 투쟁대회는 경찰과의 대치 끝에 늦은 5시가 넘어서 마무리됐으며, 참가자 일부는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며 동대문서에 항의 방문했다. 연행된 활동가는 밤 9시 20분경 석방됐다.

 

한편,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을 시작으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한 달간 대정부 투쟁에 돌입한다. 광화문 농성장에선 3일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을 시작으로 한 달 동안 문화예술인, 종교계, 학계 등 사회 각층의 인사들이 참여하는 릴레이 캠페인이 진행되며 12월 17일에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악 저지·장애인연금 공약 이행 촉구 투쟁대회가 열린다.

 

▲이날 투쟁대회에 참가한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진섭 상임대표와 아들 이균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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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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