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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복지서비스라…
대통령 자신이 내뱉은 말이나 좀 틀지 말고 지켜줬으면
등록일 [ 2014년03월07일 23시30분 ]

“복지 혜택을 받으려면 ‘신청’해 주세요. 선착순입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자살률 1등을 달리고 있다. 며칠 전에도 빈곤에 허덕이던 세 모녀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하루에도 몇십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가난 때문에, 성적 때문에, 자식들에게 짐 될까 봐, 그리고 장애를 입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엄마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 엄마도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한강 다리에서 몸을 던지고, 밧줄로 목을 매기도 하고, 방안에 연탄불을 피우고 등등 모질고 질긴 목숨 줄을 끝내 끊어놓고야 만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죽음을 선택해야 했을까? 얼마 전 죽음을 선택한 세 모녀를 두고 누군가는 말한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웠으면 주민 센터에 찾아가 기초생활 수급신청을 했어야지!”라고, 맞는 말이다. 자식 키우는 엄마라면 최소한 발버둥이라도 쳐봤어야 했다. 험한 세상 어떻게든 살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들은 나처럼 뻔뻔하지 못했다. 불행하게도…

 

더더욱 불행한 일은 우리나라 사회복지라는 곳간이 국민이 숨 쉬는 공기처럼 가깝게 있는 것이 아니라 멀리 여행 가서나 볼 수 있는 푸르른 바다처럼 큰 맘 먹고 자존심은 방구석에 처박아두고 찾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한 해 사회복지 예산이 100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엄청난 금액이다. 이 엄청난 금액들이 공기처럼 둥둥 떠다니며 어렵고 힘들고 빈곤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람들에게 찾아와 따듯한 손을 내밀어 주었다면 세 모녀 또한 그런 허무한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세계 제일의 자살국가라는 오명도 뒤집어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곁에 사회복지는 너무나 멀다. 기초생활보장 수급도, 장애인활동지원제도도, 장애인연금도, 긴급지원서비스도, 우리나라의 모든 사회복지서비스는 한 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혜택을 받으려면 무조건 주민 센터로 찾아가 ‘신청’을 해야 한다. 모르면 못 찾아 먹고 아는 놈만 찾아 먹을 수 있다. 세 모녀는 전자에 속했을 것이다. 물론 신청한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다. 저들이 정한 합당한 기준(?)에 맞아야 한다. 아무리 찢어지게 가난해도 부모를 외면하고 용돈 한 푼 안 주는 자식이 돈을 벌고 있으면 사회복지란 놈은 모른척하고 만다.

 

어떻게든 그들의 기준에 맞춰야만 사회복지라는 바다의 물맛을 볼 수 있다. 지난달 24일, 전국의 주민센터에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문화누리카드 신청을 받았다. 이에 각 지역 주민센터들은 온종일 북새통을 이뤘다고 한다. 인터넷 신청도 받았지만 시작한 지 몇 분 만에 문화누리 웹사이트는 다운되고 말았단다. 바로 선착순이라는 꼬리표 때문이었다. 이것도 받으려면 신청을 해야 한다. 그것도 “24일 아침 일찍 준비하시고 뛰세요.”하는 것처럼, 100m 달리기 시합에 나가는 선수들이 출발선에 비장한 각오로 엉거주춤 서서 출발신호가 떨어지면 미친 듯이 뛰쳐나가야 한다. 주민 센터로…. 선착순으로 예산지원이 떨어지기 전에 힘든 몸을 들이밀어야 받을 수 있단다.

 

세 모녀가 그렇게 떠나고 방송과 언론들은 이 안타까운 사연을 사람들에게 전했다. 우리네 대통령님도 그 소식을 접하셨는지 보건복지부 장관님 이하 사회복지공무원님들에게 명하셨단다. '찾아가는 복지를 하라'고…. 그러자 대통령님의 뜻을 받들어 복지부 장관님 이하 사회복지 공무원님들 주도로 일제조사라는 것을 하시겠단다.

 

찾아가는 복지서비스라…….

 

참 좋다. 노무현 정권을 거쳐 이명박 정권 초기에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자가 157만여 명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135여만 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6~7년 사이 20여만 명이나 줄었다. 모두 잘살게 돼서? 아니다! 빌어먹을 사회복지통합전산망 ‘행복e음’ 때문이다. 기초생활 수급을 받으려면 부양의무자 또한 가난해야 한다. 소득이 낮아야 하고 집도 없어야 한다. 부양의무자란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의 직계가족을 말한다. 수급 대상자가 독거노인이면 아들과 딸, 나처럼 근로능력이 없는 장애성인이면 아빠와 엄마다.

 

워낙에 똑똑한 행복e음의 ‘이산가족 찾기’ 놀음에 10년, 20년간 단절된 가족을 연결해주는 대신 수급의 대상에서 과감하게 잘라냈다. 그들이 말하는 일명 부정수급자 걸러내기다.

 

서울 판잣집에 살던 어떤 할머니는 수급자로 국가의 생계지원을 받고 있었지만 행복e음 덕분에 30년간 연락을 끊고 부산에서 아이 셋을 기르며 장사를 하던 아들을 찾아주고, “당신 아들을 찾아줬으니 이제부턴 부산 사는 아들에게 용돈 달라고 하시오”라고 말하곤 생계지원을 중단한다. 참 고마운 일이긴 한데 그 뒤 할머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들이 할머니를 모시고 부산에서 행복하게 살았다”가 행복e음이 원하는 최상의 시나리오지만 현실은 정 반대로 흘러간다는 게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에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만 400만 명이란다. 그 사람들은 여러 가지 조건들에 걸려서 기초생활 수급을 받을 수 없다. 특히 부양의무제도가 최악의 걸림돌이다. '찾아가는 복지를 하겠다'는 박근혜 정권에 제발 좀 그렇게 해달라고 기원해보지만, 그들이 지금껏 해온 행태를 보면 이번에도 공염불로 그칠 것 같다.

 

얼마 전, 모임에 가서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를 끝으로 글을 마치겠다. 70년대 독일로 파견되어 광산에서 일하다가 다리가 절단된 광부의 이야기다. 이 광부는 장애인이 된 뒤 독일의 어떤 마을에 정착했다. 정착한 뒤 한 달쯤 지나자 그의 집에 편지가 한 장 날아왔다. 마을의 공무원이 집에 방문하겠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그리고 일주일쯤 뒤 공무원이 방문했다. 그 공무원은 장애를 입은 광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집 안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피고는 돌아갔다. 공무원이 돌아가고 일주일 뒤 공문이 또 한 장 날아왔다. 그 공문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당신은 한쪽 다리가 절단 되어 목발을 짚고 다니십니다.

집안을 살펴보니 이층집 구조로 오르내리려면 승강기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우리 주정부는 당신의 집에 승강기를 놓아 드릴 겁니다.

(중략…)

이에 필요한 모든 비용은 주 정부가 부담할 것이며,

당신은 이러한 우리의 결정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하려는 찾아가는 복지가 제발 이랬으면 좋겠다. 행복e음을 가동해서 근근이 살아가는 우리네 이웃들을 그만 좀 스스로 목숨 끊게 하고, 제발 좀 대통령 자신이 내뱉은 말이나 좀 틀지 말고 지켜줬으면 좋겠다. 더는 빈곤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세 모녀와 같은 불행한 사람들이 생기지 않고 모두가 다 행복하게 잘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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