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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그리다 - 왼팔
수술로 바뀐 왼손 손금…인생도 달라졌다
대접은 못 받아도 자랑스럽고 기특한 왼팔
등록일 [ 2014년04월08일 15시44분 ]
내가 한창 재가장애인 코스프레(?)의 우울한 기운에 허우적대던 스무 살 무렵. 큰일 두 가지가 일어났다. 김일성이 죽는 바람에 당장에라도 전쟁이 나서 다 망할 것처럼 티브이에서 매일 떠들어댔고, 세월이 하 수상한 그 와중에 난 죽다 살아났다.

 

그 당시 난 거금 200만 원을 들여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근육을 강제로 끊고 이어(?)붙이는 어마무시한(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한) 짓을 부모님에 의해 강제로 당해야 했다. (장애라는 '병'을 낫게 하리라는 희망으로 강제라는 폭력은 언제나 정당화되었다.) 그렇게 짼 곳이 왼팔 3곳, 양다리 각 2곳씩 총 4곳 등 모두 일곱군데였고, 아홉 시간이 걸린 나름 대수술이었다.

 

지금도 기억이 선명하다. 강직형 뇌성마비의 특성상 수술부위의 근육들은 제멋대로 움직여 상처들을 있는 힘껏 벌려놓았고, 생살을 엮어 놓았던 실밥 하나하나가 지옥의 불쏘시개인 냥 내게 고통을 주었다. 진통제도 기껏해야 5~10분밖에 효과가 없었고 그나마 내성이 생길까 봐 자주 맞지 못해서 3일 밤낮을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울었다고 한다. (응? 사실 아팠던 것은 기억하는데, 그게 3일이었는지는 몰랐다. 하루 정도라고 느꼈는데…. 고통의 기억은 그렇게 저절로 줄어드나 보다. ㅋ)

 

그 수술의 목적은 다리를 곧게 펴서 걸을 수 있게 하고, 왼팔은 어깨, 팔꿈치, 손가락(정확히는 손목과 손바닥) 근육을 끊어 강직을 없애고, 항상 허리 뒤로 돌아가 있던 팔을 앞가슴 위로 올라오게끔 하려는 것이었다. 부모님은 모르겠지만 사실 나는 다리의 수술 결과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안 했다. 실제로 별 효과도 없었다. 단지 큰 흉터 4개를 얻었을 뿐.

 

문제는 왼팔이었는데 수술 전까지만 해도 내 온몸에서 일어나는 모든 강직의 원흉이었다. 꽉 쥔 손은 펴질 생각을 안 했고 그 왼팔에 온 신경이 집중되어 온몸이 덩달아 뻣뻣하게 굳어갔다. 여름에는 물론 한겨울에도 다한증에 걸린 듯 많은 땀을 흘렸고 냄새도 심했다.

 

당연히 에너지 소모도 많았고 강직에 의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 한여름이면 아픔과 더위 때문에 응급차에 실려 가기 일쑤였으나, 의사들도 진정제를 처방하는 것 외에는 별 뾰족한 수가 없었다. 오죽하면 그렇게 고통에 몸부림치는 나를 보며 어머니께서는 같이 한강물에 빠져 죽자고까지 하셨을까.

 

결과적으로 왼팔의 수술은 예상치 않게 내 왼손의 손금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고 더불어 나의 인생도 달라졌다. 팔이 가슴 위로 올라가게 하는 데는 실패했고 손가락은 안 구부러졌지만, 강직이 없어졌고 더불어 다른 곳, 특히 오른팔의 강직이 없어져서 그나마 오른팔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오른팔에 자유를 준 것이다. 그때부터 내 왼팔과 오른팔의 역할이 분명해졌다. 왼팔은 주로 단전 아래에서 놀고 오른팔은 단전 위에서 논다. 

 

그 결과 왼팔은 주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데 바지(주로 고무줄 달린)와 팬티를 입고 벗게 해주어서 배설과 성적 욕구 해소(응…?)를 돕는다. 허리, 엉덩이, 사타구니, 왼쪽 허벅지를 긁어주며. 가벼운 물건을 옮기고, 왼쪽 양말을 벗게 해 준다(그럼 오른쪽 양말은…? 왼발 검지 발가락으로…ㅋㅋ). 그리고 지금은 아니지만 약 7,8년 동안 전동휠체어도 몰게 해주었다.

 
그렇게 나름 유용한 왼팔은 그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씻겨주지도 못하고 항상 지저분함에 내몰리고 있다. 의자나 휠체어에 않을 때면 늘 엉덩이 뒤로 보내서 꼭꼭 숨겨놓는다. 그래야 강직이 덜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왼팔은 자랑스럽고 기특하다. 어찌 되었던 고통의 원흉에서 나름 도구적(?) 역할을 해내는 존재로 거듭났고 아직까지는 큰 문제 없이 내 왼쪽 어깨에 잘 붙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이 글을 읽은 사람들이 이 녀석을 꺼릴 수도 있다는 것인데…. 제발 불쌍히 여겨 피하지만 않았으면…. 흐흐흐…

 

 

서기현의 주둥아리

뇌성마비로 인한 사지마비. 잘 기어다님. 의외로(?) 할 수 있는 것 많음. (활동보조 시간 깎일만큼은 아님. 봐주십쇼. *굽신굽신*) 할 수 있는 것의 대부분은 주둥아리 덕에 가능. 지루하게 말하기. 젓가락 물고글쓰기. 개걸스럽게 먹기. 섹시하게 ... (응?) 7년동안 집안에서 거지꼴로 살다 IMF때 반강제 자립(자립생활 아님 ㅋ). IT업계의 비장애인들 틈바구니에서 개고생하다 장판에 들어와 굴러먹은 지 10여년. 현재 어느 자립생활센터에서 소장으로 놀고 먹으며.. 오로지 주둥아리 하나로 버티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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