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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혐오' 판치는데, 서울시는 뭐하나?
인권서울 만들겠다더니, 공공연한 혐오 표출에도 미온적
서울시민인권헌장 작업 막바지, 불 붙은 '동성애반대' 행동
등록일 [ 2014년11월27일 22시05분 ]

서울에 사는 모든 시민이 인간으로서 마땅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지고 있는 서울시민인권헌장. 그러나 '동성애 반대' 단체들이 인권헌장 제정 현장에 나타나 집단적인 혐오 행동을 펼치면서 난항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시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다 동성애 반대단체들이 지속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어 인권헌장 선포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동성애 반대단체의 혐오 표출, ‘반인권적’

 

서울시는 지난 6월 시민위원 150명, 전문위원 35명, 서울시의원 3명 등으로 구성된 서울시민인권헌장제정시민위원회(아래 시민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이후 시민위원회는 서울시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인권헌장에 ‘서울에 사는 모든 사람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 목록과 그것의 실현을 책임질 서울시의 책무를 담은 규범’을 담을 목적으로 인권헌장 제정 활동을 벌여왔다.

 

시민위원회는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총 5회의 회의, 2회의 권역별 토론회 등을 거쳐 전문, 일반원칙 등 7개 장, 50개 조의 인권헌장 초안을 도출했다. 시민위원회는 11월 28일 6차 회의에서 최종안을 확정하고,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의 날에 선포할 계획이다. 그러나 동성애합법화 반대 시민연합 등 동성애 반대단체가 조직적인 행동으로 인권헌장 제정을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시민인권헌장 공청회는 동성애 반대단체 회원 200여 명의 방해로 무산됐다.

 

동성애 반대단체들은 인권헌장 초안의 4조 등이 ‘성소수자 차별 금지’를 명시해 ‘동성애를 반대할 종교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인권헌장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예정된 서울시민인권헌장 공청회에 이들 단체 회원 200여 명이 참여해 공청회 자체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특히 이날 공청회에서 동성애 반대단체 회원들은 동성애 차별 발언을 공격적으로 하고 인권단체 회원들의 피켓을 뺏는 등 고도의 혐오 행동을 보였다. 이에 공청회에 참여한 성소수자 당사자를 비롯해 인권단체 회원들은 이러한 혐오 행동이 반인권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공청회장에 있었던 성소수자 이아무개 씨는 “부모, 자녀들을 위해 공청회장에 왔다고 하는 어르신들이 있었는데, 그것이 편협해보였다. 내가 그분들의 자식이었다면 종교적인 이유로 동성애 혐오 논리를 그대로 이야기했을까.”라며 “면전에서 모욕적으로 이야기하고, 사회자에게도 모욕을 줘서 참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이 씨는 “그들은 교리, 성경 구절, 복음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게 정말 복음인가. 사람들을 위한 언어라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언어라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라고 털어놓았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한채윤 활동가도 “왜 저 사람들은 저렇게까지 광기를 띠는 건지 궁금하다. 어떤 식의 대화나 토론, 소통이 불가능했다.”라며 “단지 동성애자,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만으로 저분들에게 있어서는 인간에 속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막막했다.”라고 토로했다.

 

한 활동가는 “피켓을 뺏는 걸 보면 어이 없어서 사실 웃음이 나왔지만, 문제는 그 행동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더 심한 폭력과 행동으로 옮겨지는 것이다. 저분들이 이를 제어할 수 없어 보였기에 걱정됐다.”라며 “그나마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거의 활동가들이라 혐오에 단련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저분들과 이웃으로 부딪쳤을 때, 주변 사람들이 겪을 고통을 생각하니 암담했다.”라고 술회했다.

 

당시 사회자로 나섰던 인권중심 사람 박래군 소장은 “동성애 반대단체 회원들은 공청회 자체를 무산시키려고 폭력적으로 나섰다. 이들이 최근 사회에서 실력을 행사하며 반인권적 활동을 하는 것이 우려된다. 이럴수록 인권의 원칙을 세워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이야기했다.

 

▲지난 10월 열린 강북권역 인권헌장 토론회. 이날도 동성애 반대단체 회원들이 참여해 토론 진행을 방해했다.

 

서울시, 인권헌장 중시하는 것 맞나? 별다른 대책 없어

 

이러한 가운데 서울시가 인권헌장 제정 과정에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 6월 보도자료를 통해 서울시 행정 전반에 인권헌장을 반영해 인권도시 서울을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인권헌장 제정에 큰 의의를 부여했다. 그러나 정작 인권헌장 제정 과정에서 동성애 혐오와 같은 반 인권적인 언행이 난무하는 상황이 닥치자, 서울시는 한 발 빼고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담당자는 “인권헌장은 시민위원회 주도로 진행되며, 서울시에서는 그 장을 마련해 주는 것이 주된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인권헌장 제정을 방해하는 동성애 혐오단체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섣불리 이분들의 참여를 끊어낼 경우 문제가 있다. 대응 방안은 검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채윤 활동가는 “성소수자, 반대자들이 서로 얼굴 붉히며 싸우게 한 책임이 서울시에 있다. 인권헌장에 들어갈 인권의 원칙을 토론으로 만들겠다는 방침이 문제”라고 서울시의 태도를 질타했다. 동성애는 차별해도 된다, 안 된다 같은 토론 아닌 토론을 방치하는 것도 부적절하지만, 이런 구조속에서 서울시는 인권 후퇴에 대한 면죄부를 얻으려한다는 것이다. 한 활동가는 만약 동성애자 차별 금지 조항이 인권헌장에서 빠지게 된다고 해도 “서울시는 서울시민들이 반대했던 거라고 회피하면 그만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인권단체 활동가도 “헌장 제정 과정에서 헌장에 대한 의견을 받아들일 수는 있다. 그러나 혐오세력 발언을 그대로 인용해 인권헌장 의견인 양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나 지식도 없이 혐오 발언을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문제다. 우리는 이러한 사태(동성애 반대단체의 혐오발언)에 대해 조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 서울시에서는 말만 하고 현장에서 움직이질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박래군 소장은 “서울시가 이번 사건에 대해 불분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인권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면 분명한 입장을 지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별행위와 혐오 발언을 처벌하는 인권 원칙을 세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27일 동성애 반대단체 회원 10여 명은 인권중심 사람 건물 앞에서 인권헌장 제정을 반대하는 활동을 벌였다.

 

한편 동성애 반대단체 회원들은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작업이 마무리에 다다르자 온오프라인 곳곳에서 반대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27일 오후에는 동성애 반대단체 회원 10여 명이 서울 마포구에 있는 '인권중심 사람'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동성애를 옹호하는 '인권중심 사람'과 '섬돌향린교회'를 비난하고,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했다. 인권중심 사람과 같은 건물을 쓰는 섬돌향린교회 역시 평소 동성애자 인권을 비롯한 인권옹호 활동에 적극적인 곳이다.

 

이에 앞서 동성애 반대단체 일부 회원은 보수 기독교 단체 누리집 등에 “인권중심 사람에서 열리는 서울시민인권보호관 토론회에서 인권헌장을 통과시킬 것 같다. 반대의견을 내거나 토론회를 아예 무산시켜야 한다.”는 글을 올려 회원들의 참여를 촉구했다.

 

이 소식을 접한 인권중심 사람은 지난 25일 “서울시민인권헌장 공청회처럼 인권이 묵살되지 않도록, 혐오와 폭력 앞에 인권이 좌절하지 않도록 하겠다. 인권중심 사람이 인권을 혐오하고 훼손하는 세력에게 더럽혀지지 않도록 함께 해달라.”며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에 27일, 인권중심 사람을 지키기 위해 모인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인권중심 사람에서 열리는 '서울시민인권보호관 토론회'에 참가하겠다고 온 동성애 반대단체 회원들이 맞붙어 설전이 벌어졌다. 

 

동성애 반대단체 회원들의 동성애, 에이즈 환자 등에 대한 차별 발언을 두고,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공공장소에서 차별, 혐오 발언이 나오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혐오 세력에 맞선 싸움이 필요하다.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HIV 감염인이 얼마나 존엄한지 보여줄 수 있다면 저런 세력들도 사그라질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맞서기도 했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을 가운데 둔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동성애 반대단체는 28일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앞에서 인권헌장 반대 집회를 열기로 예고한 상태며, 인권단체들 역시 28일 저녁 8시 대한문 앞에서 '성소수자 혐오에 맞서는 촛불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인권중심 사람 앞을 지키고 있는 인권단체 활동가들.
▲인권단체 활동가와 동성애 반대단체 회원들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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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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