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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육보조원, 권리만큼 책무성도 강화돼야”
함께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 박인용 대표
교육·자격요건 강화 필요...교육감 직고용에 걸맞게 순환배치해야
등록일 [ 2014년12월04일 15시49분 ]

지난달 20~21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소속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이들의 요구는 방학 중 생계대책 마련, 각종 수당 지급, 임금 현실화 등이다.


이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언론들의 시선은 '학생들의 수업권을 볼모로 파업한다'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매우 전형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파업에 참가한 이들 중 장애학생의 학습을 지원하는 '특수교육보조원'을 둘러싼 갈등의 양상은 사뭇 달랐다.


논란의 발단은 파업을 앞두고 지난달 8일 교육공무직본부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노동자들의 직무상 어려움을 토로하는 과정에서 장애학생의 배변지도를 하는 사진이 그대로 게재되고, '장애학생은 위험한 존재'라는 식의 발언이 여과 없이 나온 것에서부터였다. 이에 장애학생 부모들은 20일 민주노총을 찾아가 항의했고,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은 부모들 앞에 직접 나와 사과했다.


토론회에서 불거진 문제는 민주노총의 사과로 나름 일단락 된 듯 하지만, 특수교육 현장의 당사자들은 최근의 논란이 특수교육 현장에서 수년간 지속되어 온 갈등의 일부가 터져 나온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는 단지 특수교육보조원 처우개선에 대한 찬반의 문제만은 아니다. 특수교사-장애학생-장애학생 부모-특수교육보조원, 이 네 주체를 둘러싼 복잡한 관계의 문제가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당장 '특수교육보조원'이라는 용어부터가 논쟁거리다. 노조 측에서는 '보조인력', '보조원' 등의 용어가 직무만족도를 저하시킨다며 '특수교육지도사'라는 용어를 쓸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장애부모와 특수교사 쪽에서는 학교현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용어라며 반발하기도 한다. 한편, 일부 지역에서는 교육청과 노조 간의 단협을 통해 '특수교육실무사'라는 용어를 쓰고 있어 혼란은 더 가중된다. 여기에 특수교육보조원의 역할과 자격요건, 학교 간 순환배치 등을 둘러싼 입장 차이 까지, 어느 하나 간단한 문제가 없다.


이에 비마이너는 앞서 교육공무직본부 전국특수분과장 조순옥 씨를 인터뷰한 데 이어, 함께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 박인용 대표로부터 여러 쟁점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비마이너는 앞으로도 특수교육보조원 문제를 둘러싼 학교 현장의 갈등에 대한 여러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토론의 장을 만들고자 한다.


아래는 박인용 대표와의 일문일답.

 

*      *      *

 

▲함께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 박인용 대표.
비마이너 : 특수교육지도사라는 명칭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인용 :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명시된 '특수교육 보조인력'이라는 개념에 적합하지 않은 명칭이다. 활동지원인력을 '활동지도인력'이라고 쓰는 것에 누가 동의하겠나? 장애인 지원 관련한 인력 명칭에 '지도'라는 말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


나도 예전에 외국에 있는 거주시설의 ‘생활지원교사’와 같은 표현을 어떻게 번역해서 써야 할지 고민하다가 '생활지도원'이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는데, 전문가들이 상당한 부적절 하다는 지적을 했다. 용어 자체에 이미 수직적인 관계를 내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마이너 : 일부 지역에서는 '특수교육실무사'라는 명칭을 쓰기도 하는데...


박인용 : 실무사라는 것도 그들의 역할에 대한 정체성을 모호하게 하는 것 같다. 이들의 역할은 장애학생의 학습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보조'나 '지원'이라는 개념을 명확히 하는 용어여야 한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보조’, ‘지원’이라는 명칭을 부끄럽거나 자신들의 지위 하락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비마이너 : 그렇다면 명칭이 '보조원', '지원인'으로 된다고 해서 그들이 요구하는 '교육공무직 쟁취'라는 것과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인가?


박인용 : 그것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교육공무직이 꼭 '사'자 들어가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이런 요구가 학교 내 다른 비정규직과 차별화를 해서 또 다른 기득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사실 초기 제도화 단계에서부터 특수교육 보조인력의 고용을 학교장 재량으로 하도록 한 것에서부터 문제가 있다. 처음부터 자격요건도 없이 고등학교 졸업이면 다 할 수 있도록 했다. 특수교육 보조인력의 역할에 대해 전혀 고민하지 않은 것이다.


비마이너 : 그렇다면 당시 부모단위에서 학교장 재량에 의한 고용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었나?


박인용 : 장애인교육권연대에서 전문보조와 단순보조 등 다양한 보조원 제도와 교육감 직고용을 주장했었다. 그렇게 하지 않으니 일용직 수준에서 교장의 재량에 맡겨졌고, 개인적 연고로 채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수교육보조원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 이들의 처우개선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과 함께 자격에 관한 부분도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 호주의 경우에는 2년제 이상 관련학과 졸업생에게만 자격이 주어지고, 유럽의 경우 부교사제 중심이다. 사실 이런 사례들은 보조원들 입장에서 역할 증대와 동시에 자격 강화라는 양날의 칼이 되는 셈이다.

특수교육보조원들도 장애에 대한 이해와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교육청이 이런 부분을 잘 챙기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1년에 10시간도 안되는 특수교육보조원 교육시간도 줄이는 경우도 있다.


비마이너 : 이번에 노조에서 파업하면서 요구안으로 내건 것 중에도 교육연수에 대한 요구가 있었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인가?


박인용 : 당연하다. 그건 교육청 책임이니까. 활동보조인과 비교해도 충분한 교육시간이 없으니까 역량의 강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활동보조인의 경우 학력제한은 없어도 지속적인 교육을 하고 공공의 대중 공간에서 활동하다보니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폐쇄적인 학교사회에서 특수교육보조원에게는 그런 기회가 잘 제공되지 않고 있다.


활동보조인과 장애인 당사자의 관계가 복잡한 것처럼, 학교 안에서 교사-보조원-장애학생 관계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더 폐쇄적이기도 해서 교사-보조원-장애학생 외는 사실 접근하기 어렵다. 특히 교사가 없는 상태에서 보조원과 학생만 있을 때, 힘의 관계에서 보조원이 장애학생을 지배할 수 있다. 실제로 이들이 기술이 부족하고 아동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 장애아동에 대해 인권적이지 못한 행동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원칙적으로) 특수교육 보조인력은 특수교사의 지시를 받아 일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이들이 부모와 직접 상담을 한다던지, 독자적인 교수활동을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그래서) 보조원의 역할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비마이너 : 그런데 보조원과 장애학생과의 관계에서 인권적이지 못한 행동이 나타난다면, 이를 관리해야 할 특수교사의 책임도 있는게 아닐까?


박인용 : 그렇다. 교사들은 학부모와 일상적으로 상담하고, 교육 계획에 대해서 개별화교육계획을 세운다. 교사가 아이를 지도할 때, 어떤 방식으로 해야 더 효과적이고 적정한지 부모와의 협의를 거치게 되어 있다. 교사는 보조원과 협의해서 장애학생을 위한 개별화교육계획 속에 보조원의 역할을 상세히 기술해야 한다.


비마이너 : 그렇다면 현재는 장애학생 개별화교육계획 속에 보조원의 역할에 대한 정확한 명시가 전혀 없는 상황인가?


박인용 : 특수교육법 상 개별화교육팀에는 지원인력이 참여하게 되어 있는데,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장애학생들은 각자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동에 대한 개별적 이해가 있어야만 한다. 그래서 전문적 지식을 가진 특수교사와 잘 공유해야 하고, 그것이 교사의 책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협력이 제대로 되지 않고 그저 교사가 (바쁘니까) 보조원에게 그냥 맡겨 버리는 상황도 발생한다. 예를 들면 어떤 교사는 보조원에게 ‘문제를 풀도록 지도해라’라고 하는데, 이건 사실 교수활동이니까 교사가 해야 하는 것이다.


비마이너 : 노조에서는 임금인상, 처우개선 등 권리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의 입장에서 봤을때는 그런 권리요구에 걸맞는 책무성이 뒤따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는 것인가?


박인용 : 그렇다. 학교 비정규직이 갖는 전반적인 처우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 초창기보다 임금인상은 이뤄졌지만, 방학중 생계비 등 과제가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정규직화해서 채용할 때는 자격요건이나 선발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 스포츠강사나 과학실습보조인의 경우에도 나름대로 자격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또, 부모단체들이 요구했던 내용 중 하나가 근무형태를 교육청 직고용으로 해서 순환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노조 쪽에서는 순환배치를 꺼린다고 들었다. 순환배치를 안하면 교육감이 고용하는 의미가 없다. 교사들처럼 순환배치를 해야 보조원의 역량이 강화될 수 있으며, 교사나 장애학생과의 부정적 관계를 방지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기간제 특수교사와의 갈등 문제는 심각하다. 서울의 특수학교 기간제 교사 비율은 15%를 넘는다. 특수교육지원센터에 있는 교사, 강사도 대부분 비정규 계약직이다. 이처럼 직접적인 교수활동을 하는 교사들의 처우는 그대로 놔두고 보조원만 무기계약직으로 해서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으로 한다는 것은 정책 우선순위가 어긋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년 계약직 특수교사에 대한 (무기계약직인) 보조원의 월권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 갈등의 피해는 장애학생들에게 돌아오고 있는데,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특수교사 집단이 적극적으로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기간제 특수교사나 보조원들의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전교조 등이 나서서 민주노총 안에서 해소하는 게 바람직한데, 민주노총이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노노갈등의 당사자가 되는게 참으로 안타깝다. 민주노총이 기간제 특수교사들의 권리를 대변하고 조직하려고 한번이라도 시도한 적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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