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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이 성소수자 이름을 지워버렸다
서울시청 점거농성 중인 한가람 변호사를 만나다
'동성애반대' 등살에, 서울시는 인권헌장 포기하려나
등록일 [ 2014년12월09일 13시06분 ]

지난 6일부터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성소수자 단체들이 서울시청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180명의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시민위원회(아래 시민위원회)에서 통과된 대로 오는 10일 세계인권선언의 날에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선포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몇 차례의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대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서울시 측은 논란이 된 성적지향·성별정체성 관련한 조항은 삭제하고 헌장을 공포할 것으로 보인다.


인권변호사이자 인권 시장으로서 입지를 구축하며 지지도를 쌓았던 박원순 시장. 그를 바라보는 성소수자들의 참담함은 이제 분노로 변했다.


그러나 서울시청 정문엔 성소수자뿐만이 아닌 다산콜센터, 지하철 노동자 등 각자의 호소가 적힌 피켓이 여기저기 있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을 단지 ‘성소수자’의 인권으로만 국한하여 볼 수 없는 이유다. 지금 서울시청은 박원순을 키워온 ‘인권’이라는 것이 어떻게 추락하는가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시청 앞, 성소수자 인권을 보장하라는 1인시위 옆에는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일부 보수 기독교인들이 테이블을 펴놓고 서명 운동을 받고 있다. 시청 안으로 들어가도 이 모습은 재현된다.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요구하는 농성장 옆에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보수 기독교인들이 함께 농성하고 있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점거 3일째인 8일 저녁, 서울시청 농성장에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의 한가람 변호사를 만났다. 그 역시 성소수자 당사자로서 6일 시청 점거 농성을 시작한 날부터 계속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인물이다. 그의 페이스북엔 서울시청 농성장 소식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공익인권변호사 '희망을 만드는 법'의 한가람 변호사

 

비마이너 :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원안 통과를 위해 점거 농성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2박 3일째다. 3일째를 맞이하는 지금 심정은 어떤가.


한가람 : 들어올 때부터의 심정이지만 솔직히 정말 참담하다. 정치인에 기대하면 안 된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변호사 출신이었기에 기대하던 게 있었다. 박원순 시장은 인권의 기본 원칙을 너무 잘 이해하던 분이었고 인권활동가에겐 인권이 무엇인지 몸소 가르쳐준 분이었다. 그랬던 분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이미 법령과 서울시인권기본조례에도 명시되어 있는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빼자고 한다.
무엇보다 더 이해되지 않는 건 한국장로교총연합회를 만나서 보인 태도다. 지난 20일 서울시청 공청회에서 성소수자 혐오 세력이 난동 부릴 당시 성소수자들이 경찰 병력 투입을 요청할 때 서울시는 방관했다. 그런데 그 후 박 시장은 혐오 세력에게 가선 이러한 일로 사회적 갈등을 일으켜 죄송하다고 했다.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은 이미 국내법과 조례에 명시되어 있는 거다. 이것이 헌장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하는 차별주의자들의 목소리가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데 마치 성소수자들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야기한 것이다. 박 시장의 이러한 모습에 분노가 일었다. 성소수자들이 더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박 시장이 우릴 만나주지 않으니 우리가 직접 만나러 가야 했다. 24시간 농성하고 있으면 단 5분이라도 시간 내어 우리와 만나주지 않겠나. 박 시장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진솔하게 사과해야 한다. 그래서 서울시청에 들어왔다.

 

비마이너 : 점거는 예상치 못한 흐름 아닌가.


한가람 : 믿기 힘들 정도로 비현실적인 일이다. 인권의 관점에서도, 정치 공학적으로도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박원순이 가진 가치와 방향성은 시민의 참여, 민주주의와 인권이다. 그런데 시민위원회가 제정한, 민주적 참여로 만들어진 헌장의 선포를 거부하고 반인권적인 세력과의 야합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 박 시장의 행보를 보면 박 시장이 여전히 시민의 참여, 민주주의, 인권의 가치를 추구하는 게 맞나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은 박 시장이 직접 제정한 게 아니기에 정치적 책임을 시민위원회와 나눠 갖는 것이다. 시민위원회의 경우, 민주적 참여로 이뤄졌으니 박 시장이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데 무엇이 두려워서 절대 발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비마이너 : 오늘(8일) 시청 출근 시간에 박 시장을 기다렸다고 들었다.


한가람 : 정문과 후문에서 유인물을 나눠주며 피케팅을 했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오전 9시 30분에 박 시장이 외부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점거 3일째인데 박 시장이 모를 리 없다. 이렇게 외면하는 건 우리와 만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재 시청 정문엔 다산콜센터, 지하철 노동자 등 서울시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인권사항에 대한 항의 피케팅도 출근 시간에 이뤄지고 있다.

 

비마이너 : 그렇다. 이 사안이 단지 성소수자만의 인권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 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인권 문제 중 하나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박 시장은 ‘인권 시장’으로서 이미지를 구축하고 행정을 편 인물이 아닌가.


한가람:박 시장이 다산콜센터, 지하철 노동자 등 다양한 인권 문제들을 해결되지 않는 방식으로 남겨두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성애 차별주의자들도 우리가 시청을 점거했다는 이유로 들어와서 점거하고 있다. 이들은 시청 앞에 동성결혼을 반대한다는 현수막도 걸어 놨다.

 

# 소수자 적극 지원해야 할 국가와 지자체가 ‘가해자’ 옹호하는 판

 

비마이너 : ‘동성애 아웃’을 외치는 입장에서 성소수자는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다. 하지만 성소수자 입장에서도 ‘동성애 아웃’을 외치는 이들은 다른 목소리가 아닌 틀린 목소리다. 이 두 목소리가 만날 수 없는 양극단에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쨌거나 같은 한 시대에서 살아가는 이들 아닌가. 공존하는 두 목소리가 어떻게 대화할 수 있을까. 그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첨예한 갈등을 조정해야 할 이들은 누구라고 생각하나.


한가람 : 미국에서 비백인·흑인과 백인 간의 인종차별 문제와 비슷하다. KKK(백인우월주의자) 같은 집단은 흑인에게 아프리카로 돌아가라며 그들 마을에 가서 십자가를 세운 뒤 십자가를 태우는 크로스버닝 등 굉장히 모욕적이고 공포스러운 행위를 했다. 실제 살해를 하고 모욕감을 주는 발언도 매우 많이 했다. 그렇게 비백인은 폭력의 희생양으로서 계속 살아왔다.
KKK와 같은 폭력적인 차별주의자와의 조화는 사실상 힘든 게 아닐까. 박 시장은 ‘합의’를 이야기하는데 차별주의자와 인권이 어떻게 합의할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KKK와 비백인의 인권을 합의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백인들은 투쟁을 통해 차별을 금지하는 법과 판례를 만들어나갔다. 그러면서 미국사회에서 흑인을 차별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 만들어졌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도 이를 부정해선 안 되고 부정했을 때 굉장히 정치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정치 영역에선 법과 제도가 만들어졌고 정치인들은 목소리를 냈으며 무엇보다 비백인들 스스로 목소리를 많이 냈다. 그럼에도 최근 미국에선 백인 경찰들이 흑인들을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차별과 폭력은 사회구조적 문제이니 사라지진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선 성소수자를 차별해도 정치적 타격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 또한 심각한 문제이며 인간 존엄을 해친다는 사회의 원칙으로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이야길 하는 것이 갈등으로 비춰지고 갈등을 야기한다는 이유로 헌장을 제정하지 않겠다니, 이 자체가 인권에 대한 낮은 수준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인간 존엄성에 대한 기본적 합의에 인식이 없는 것 아니냔 말이다. 차별주의자와 인권은 어느 시기에나 공존해왔다. 그 사이엔 조화라기보다 원칙에 대한 인식의 확대가 인권 증진 과정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시청 정문 앞 풍경. '성소수자를 위한 증오와 폭력에 함께 맞서 주십시오'라는 1인 시위 피켓을 든 사람 옆에 '동성애 반대' 세력이 서명전과 홍보를 하고 있다.

▲시청 안 성소수자들이 농성하고 있는 바로 옆엔 '동성애 반대'를 주장하는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의 농성장도 있다.

 

비마이너 : 그래서 박 시장이 지난 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한국장로교총연합회 임원과의 간담회에서 “그러한 것은 시민사회단체가 역할에 따라 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서울시장으로서 동성애를 지지할 수 없다”라고 말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방금 말한 원칙으로서 인식의 확대를 가져오는 것이 시민사회단체가 해줄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한다. 현장에서 해주지 않으면 법과 제도는 사문화될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래서 시민사회단체가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성소수자 혐오를 거리낌 없이 드러낼 수 있는 이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서울시장으로선 이를 지지하기 어렵다는 말로 들렸다.  


한가람 :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과 편견은 굉장히 심한 편이다. 많은 이들이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반면, 성소수자는 수도 적을뿐더러 자기가 소수자임을 밝히는 것도 힘든 상황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국가와 지자체가 나와서 스스로의 목소리를 획득하지 못한 소수자에 대해 적극 지원하고 정책을 마련하며 대사회적으로 편견과 혐오를 갖지 않도록 교육할 의무가 있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가 차별행위를 할 경우, 소수자에 대한 나쁜 의식을 불식시킬 의무가 국가와 지자체에 있다"는 것은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도 반복하여 나와 있다. 유럽의 경우, 동성결혼이 제도화되어 있다고 해도 성소수자는 일상 속에서 편견에 노출되어 차별받는다. 그러나 그곳에선 국가가 문제를 방지하고 해결할 시스템을 제도로서 갖추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박 시장의 입장은 ‘너희가 차별받고 죽어 나가서 어쩔 수 없이 성소수자가 극단적 행동을 통해 대중적 지지를 얻을 때까지 나는 정치인으로서 성소수자의 인권을 존중할 수 없다,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소수자 인권에 대해 아주 잘 아는 분이 그런 말씀을 할 수 있는가. 소수자의 인권이 국가와 지자체의 힘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분명함에도 그것을 당사자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당사자는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조차 힘든 상황인데 당사자의 의무만을 강조한다.
성소수자가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억압적 사회 때문인데 고통받는 이에게 얼마나 고통받는지 스스로 입증하라는 것은 고통을 배가시키는 것이다. 잘못은 사회가 했는데 문제 해결은 이 사회에서 피해받는 이들에게 하라고 한다. 이는 마치 학교 폭력에서 선생님이 집단 따돌림을 하는 가해 학생들을 지도하는 게 아니라 피해 학생에게 ‘네가 그러니까 당하지. 좀 더 힘을 키워 너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 선생님이 지지해줄게. 너의 인권이 맞다고 이야기해줄게’하는 것과 똑같다. 박 시장이 그러한 말을 한 것 자체가 심하게 말하면 반인권적이고 문제적 발상이다. 집단 괴롭힘을 한 학생을 지도해야 한다는 건 누구나 알지 않나.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성소수자 차별금지를 명시한 인권헌장을 거부하고 동성애 혐오를 옹호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규탄하며 지난 6일부터 서울시청을 점거하고 있는 사람들.

 

비마이너 : 그러한 성소수자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고 점거를 하게 되었다.


한가람 : 그렇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하여 성소수자들이 자기 모습을 드러내어 점거를 하게 됐다. 박 시장이 시민사회단체의 역량에 달렸다고 하는 순간 시민사회단체가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슬픈 거다. 여기에 은박지 깔고 앉아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거다. 점거를 하니 자연스레 다산콜센터 기자회견에, 씨앤앰(CNM) 고공농성장에 가서 다른 이들도 만나게 된다. 점거라는 것이 다양한 인권 이슈로 만나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우리가 여기 있음으로써 공간적 거점이 되기도 한다. 마음이 복잡하다.

 

비마이너 :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이곳에 연대하기도 하나 성소수자 이슈에 대해 잘 모르는 시민들은 불편해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거가 사람들에겐 오히려 반발을 불러온다는 의견엔 어떻게 생각하나.


한가람 : 장애인 이동권 투쟁 시, 지하철 이동을 막고 철로를 점거하며 몸에 쇠사슬을 묶지 않았나. 당시 장애인들도 그러한 비난을 굉장히 많이 들었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동권이라는 개념,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등이 만들어지기까지 목숨을 건 투쟁들이 있었다.
이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다. 시청을 점거한다고 해도 1층엔 집무실이 없기에 업무 보는 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누구를 다치게 하거나 위해를 가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곳에 나와서 사람들의 혐오 시선과 말을 들으며 우리가 위협을 경험한다. 현재 우리 옆에서 농성 중인 성소수자 혐오세력들이 와서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로 꽂힌다. 그 말들은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자라면서 당했던 낙인들을 다시금 되살리는 것들이다. 그러한 것을 참아내면서, 우리야말로 위험을 감수하며 여기에 나와 있는 거다. 경찰이 와서 우릴 끌고 나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린 여기에 있다. 피해받을까 싶은 두려움에도 그 두려움을 이기고자 여기 나온 거다.

 

비마이너 : 헌장은 법과 달리 선언적 의미로서 존재하는 건데 성소수자로서 살아오면서 그러한 것이 필요했던 순간이 있나.

 

한가람 : 너무나 필요하다. 이에 대한 필요성을 농성 현장이 보여주지 않나. 우리의 존재를 인정하라, 우린 인권이 있는 사람이라고 외치는 거다. 존재를 인정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 박 시장은 우리의 이름을 지워버렸다. 인권 문헌의 중요한 점은 여기에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을 호명하고 그 사람도 존엄한 인격체라고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후에야 고용에서 차별 받았을 때, 혐오폭력의 피해자가 되었을 때 사회가 적극 나서서 이에 대한 문제 해결을 하는 등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그런데 박 시장은 성소수자를 이러한 존재로 인정 못하겠다고 선언했다. 조례보다 실효성이 떨어지는 인권헌장에도 넣지 못한다는 것은 그 위에 있는 조례와 법령도 무시하는 행위다.
성소수자는 존재를 알리는 것 자체가 투쟁이다. 그래서 이것을 혼자 끌어안고 살다가 죽어간 사람들이 있다. 오늘 밤에도 어느 곳에선가 성소수자는 차별받아도 된다는 메시지 때문에 괴롭고, 그래서 죽어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게 너무 아프고 서럽고 참을 수가 없다. 제발 이름만 불러주었으면 하는 건데, 박 시장은 이것조차 못해주나. (문화제를 하며) 사람들은 웃고 즐기지만 이들의 기본적인 감정의 모습은 슬픔인 것 같다.

 

비마이너 : 한가람 변호사도 공익인권변호사로서 박 시장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안다.


한가람 : 중요한 모델이었다. 한국에서 인권과 민주주의의 중요한 진지를 만들어온 사람 아닌가. 차라리 이명박이 이랬다면 ‘역시…’할 텐데. 그래서 인권의 이름으로 인권이 더렵혀진 느낌이다. 인권전문가가 ‘너희들은 차별받아도 돼’라고 하는 것만큼 모멸감이 드는 것도 없다. 인권의 보편성을 말하면서 동성애자의 인권은 지지하지 않는다니, 모순이다. 박 시장도 이를 모를 리 없다.

 

▲8일 오전 서울시 직원들에 의해 찢긴 벽보. 그 자리엔 "지금 여기 찢긴 것은 종이가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와 성소수자의 외침입니다"라는 종이가 붙어있다.

 

# 10일, 시민들 ‘성적지향·성별정체성 포함된 헌장’ 선포할 것

 

비마이너 : 10일 수요일은 시민들이 서울시민인권헌장을 선포하기로 한 날이다. 어떻게 될 것 같나.

 

한가람 : 통과된 원안대로 선포하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서울시 측은 합의가 무산됐다며 이미 입장 발표를 했다. 이를 뒤집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 결국 시민위원회와 서울시 인권위원회, 시민위원회, 일반 인권단체 등은 시민의 손으로 인권헌장을 선포하고 인권헌장의 내용이 무엇인지 사회적으로 알리는 행동을 할 것이다. 헌장은 시민위원회를 통과한 것으로서 구체적인 인권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준공식적인 자료로서,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많다. 서울시인권기본조례엔 인권기구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나 헌장에는 건강권, 교육권, 먹거리에 대한 권리 등이 풍부하게 담겨있다. 이에 대해 대화하고 시민의 힘으로 선포하고 해설서도 펴낸다면 좋은 문헌이 되리라 생각한다.

 

비마이너 : 원안 선포가 불가능하리라는 걸 예측하고 점거에 들어온 거였나.


한가람 : 아니다. 그러나 토요일부터 점거를 하며 서울시 반응을 볼 수 있었다. 아무 대답도 없고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도 없다. 8일 <한겨레>엔 박 시장의 “냉각기가 필요하다”는 발언이 보도됐다. 우리가 제풀에 지칠 때까지 놔두겠다는 거다. 선포일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냉각기라니, 정말 가능성이 없구나 싶었다.

 

비마이너 : 서울시 입장에서 보면 선포할 헌장은 ‘합의’되지 않은 헌장이다. ‘너희만의 옳음’으로서의 시민헌장은 아닌가. 그렇게 선포하는 게 더 전선을 그어버리는 건 아닐까.


한가람 : 그 누가 반대한다고 해도 반대될 수 없는 것이 있다. 인간의 존엄이다.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 과정은 보편성이라는 우산 아래 시민들의 참여와 공부 속에서 만들어낸 인권문헌이다. 오히려 이러한 보편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시민들의 목소리가 살아있는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이 포함된 인권헌장을 서울 시장이 선포하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그만의 옳음’ 아닌가. 시민들이 선포한다는 것은 이에 대한 책임을 시민위원, 서울시민이 함께 지겠다는 거다. 서울시민인권헌장엔 인권증진에 대한 책임이 시민에게도 있으며 시민도 이 내용을 잘 지켜내고 현실화할 책무를 진다고 나와 있다. 시민들의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는 시민의 책무를 이행하는 게 될 것이다.

 

비마이너 : 10일까지 점거 후 해산인가.


한가람 : 아직 확정된 바는 없다. 우리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로 무기한 농성을 생각하며 들어왔다. 10일이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8일 저녁 문화제에 모인 사람들. 6일 첫날, 30명가량의 성소수자와 인권단체 활동가들로 시작된 서울시청 점거는 둘째 날 저녁 300명, 셋째 날인 8일에도 300명가량이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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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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