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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소수자 단체와 ‘한 시간 면담’ 무슨 이야기 했나
박원순 시장, 성소수자 단체에 “사과드린다”
면담 후, 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통해 입장 밝혀
등록일 [ 2014년12월10일 20시21분 ]

서울시민인권헌장을 두고 벌어진 첨예한 논란 끝에 박원순 시장이 성소수자 단체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성소수자·인권 단체가 서울시청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한 지 5일째 되는 10일, 오후 5시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과 성소수자 단체 대표단 6인의 비공개 면담이 시장실에서 한 시간여 동안 이뤄졌다. 박 시장과 면담에는 동성애자인권연대 장병권 사무국장,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장서연 변호사,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이종걸 사무국장, 인권연구소 창 류은숙 활동가,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대표가 참여했다. 성소수자·인권 단체들은 서울시 측에 △시장 면담 △사과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 △혐오폭력에 대한 조치 등을 요구하며 지난 6일부터 농성 중이다.

 

면담 후 대표단 6인은 시청 로비를 점거 중인 500여 명의 시민 앞에서 결과를 보고했다. 현재 농성장에 있는 500여 명의 시민은 대표단의 결과발표와 박원순 페이스북 '박원순과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에 올라온 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토론 중이다. 이들은 모둠별로 나눠 이번 면담의 문제점과 한계점, 의미와 성과를 토의하고 이 둘을 종합해 농성과 관련하여 무엇을 해나갈지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논의 후 밤 9시께 기자회견을 통해 농성단의 입장을 최종 발표할 계획이다.

 

# 박원순, 성소수자 단체와 ‘한 시간 면담’ 무슨 이야기 했나

 

▲면담 후 대표단 6인이 시청 로비를 점거 중인 300여 명의 시민 앞에서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박 시장과 면담한 동성애자인권연대 장병권 사무국장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인권헌장 제정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인해 우리를 포함한 서울시민에게 심려 끼친 점에 대해 사과했다. 그 과정에서 ‘서울시장으로서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라는 발언으로 촉발된 농성 원인 제공에 대해 사과했다”라며 “더불어 서울시가 ‘함께 서울’, ‘차별 없는 서울’을 만들기 위해 관련 단체와 협력적 관계를 모색하고 관련 부서와 소통의 과정을 찾아보기로 했다. 우리의 바람보다 얼마만큼 만족할지 모르겠으나 우리나 서울시장이나 충분한 의사를 전달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장서연 변호사는 “박 시장은 전문위원의 수십 번의 회의, 시민위원회의 6회에 걸친 깊이 있는 토론으로 나온 인권헌장을 표결이 아닌 ‘전원합의’를 하라고 했는데, 동성애에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이들과 어떻게 합의하느냐고 (박 시장에) 항의했다.”라며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은 헌법, 인권위법, 국제기구에서 당연히 인정하는 보편적 권리이다. 동성결혼 합법화도 아닌 차별금지에 대한 조항을 사회적 갈등을 이유로 표결하지 말라는 것이 시장의 원칙이냐고 물었다. 또한  11월 20일 공청회에서 호모포비아의 집단적 광기로 받은 상처에 대해 전하며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은 시장으로서 당연히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이종걸 사무국장은 “제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를 통해 시민들의 입장이 변화했던 것 등 헌장 제정과정을 박 시장이 잘 알지 못해 발생한 문제인 것 같다”라면서 “이후 인권과 관련한 거버넌스를 어떻게 세울지 협력관계를 모색하자고 했다. 본인은 인권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실행이 잘 안 되었던 것 같다. 우리는 우리의 요구를 앞으로도 계속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연구소 창 류은숙 활동가는 “이는 성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박 시장은 정치인으로서 민주적 공론의 장을 건강하게 유지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다.”라며 “그런데 민주적 공론장에 혐오적 표현과 난동을 침투시켜 ‘그들이 그렇게 해도 된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준 게 가장 큰 잘못임을 지적하며 모든 시민이 주지하고 있는 정치적 문제로 인식할 것을 요구했다.”라고 밝혔다. 

 

류 활동가는 “인권에는 존중·보호·실현의 의무가 있다”라며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시장은 존중과 보호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류 활동가가 지적한 인권이 갖는 존중의 의무는 국가권력이 시민의 권리를 유린해선 안된다는 것을 말하고, 보호의 의무는 국가권력이 아닌 자본·혐오세력으로부터 보호할 의무를 뜻한다. 

 

류 활동가는 “이번 일에 박 시장은 ‘가슴 아프다’는 표현을 썼는데 가슴 아플 일이 아니라 직접 상처를 주고 원인을 제공한 일이기에 ‘미안하다, 잘못했다’는 표현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라면서 “박 시장 스스로 반평생 인권을 위해 살아왔는데 한순간 인권을 저버린 사람으로 지목받은 게 큰 충격과 상처로 다가온 것 같다. 인간적으로 공감하나 바로 그렇기에 사람들 실망이 컸음을, 이를 상황의 심각성으로 이해했으면 한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 지난 9일, 동성애 혐오세력에 밀려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를 사실상 포기한 서울시에 항의하며 인권단체 회원들이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섬돌향린교회 임보라 목사는 “민주적 절차로 진행된 인권헌장을 뒤엎은 것은 풀뿌리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5일의 농성 동안 농성단을 돌아보지 않은 것, 대자보 훼손, 전기 차단 등에 대해 박 시장은 잘못을 인정했다”라고 전했다.

 

임 목사는 “박 시장은 공청회에서의 혐오발언과 물리적 표현에 대해선 있어서는 안 될 일이고 법적 조치도 취할 수 있는 일임을 충분히 인지하고 계시다”라며 “그럼에도 공공기관으로서의 어려운 지점을 이야기하긴 했으나 이를 경청해야 할 의견, 받아들여야 할 상대로 인정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김금옥 대표는 “박 시장이 가진 소신이 바뀌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걸 지켜주었으면 좋겠다.”라면서 “혐오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범죄고 폭력임을 기억해달라”고 강조했다.

 

# 면담 후, 박원순 시장 ‘페이스북’ 통해 입장 밝혀

 

이번 비공개 면담이 끝난 직후 박 시장은 페이스북 '박원순과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박 시장은 “최근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인해 시민여러분들과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시민위원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립니다”라면서 “좀 더 신중하고, 책임 있게 임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고, 논의과정에서의 불미스런 일들에 대해서도 제 책임을 통감합니다”라고 전했다.

 

박 시장은 "이번 일로 인해 제가 살아온 삶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상황은 힘들고 모진 시간이었음을 고백합니다"라면서 "그러나 한편으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시민운동가, 인권변호사 경력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것과 현직 서울시장이라는 엄중한 현실, 갈등의 조정자로서 사명감 사이에서 밤잠을 설쳤고, 한동안 말을 잃고 지냈습니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서울시는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하는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라며 “엄혹하게 존재하는 현실의 갈등 앞에서 더 많은 시간과 더 깊은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정신을 지켜가기 위해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라면서 “앞으로 더 어렵고,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상호신뢰의 원칙을 가지고 논의와 소통의 장을 계속 열고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가려고 합니다.”라고 글을 마쳤다.

 

- 아래는 페이스북 '박원순과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에 올라온 전문


최근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과정에서 벌어진 일들로 인해 시민여러분들과 ‘서울시민인권헌장’ 제정시민위원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 드립니다.

 

아울러 서울시가 시민위원회와 끝까지 함께하지 못한 점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좀 더 신중하고, 책임 있게 임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했고, 논의과정에서의 불미스런 일들에 대해서도 제 책임을 통감합니다.

 

이번 일로 인해 제가 살아온 삶을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상황은 힘들고 모진 시간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시민운동가, 인권변호사 경력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것과 현직 서울시장이라는 엄중한 현실, 갈등의 조정자로서 사명감 사이에서 밤잠을 설쳤고, 한동안 말을 잃고 지냈습니다.

 

‘서울시민인권헌장’은 법률과는 달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사회적 협약이자 약속이니만큼 서로 간의 합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시는 ‘서울시민인권헌장’ 선포하는 자리에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시민위원님들이 보여주신 헌신적인 과정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엄혹하게 존재하는 현실의 갈등 앞에서 더 많은 시간과 더 깊은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선택에 따르는 모든 책임을 묵묵히 지고 가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서 있는 자리에서 현존하는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 가겠습니다.

 

모든 차별행위에 맞서 ‘차별 없는 서울’을 만들겠다는 ‘처음 마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헌법 정신을 지켜가기 위해 더욱더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더 어렵고,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상호신뢰의 원칙을 가지고 논의와 소통의 장을 계속 열고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가려고 합니다.

 

보내주신 관심과 걱정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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