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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표 장관이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이름, ‘송국현’
[2014년 결산①] 송국현의 죽음, 그리고 장애등급제
국가 정책에 의한 타살에 '유감'일 뿐이라는 문형표 장관
등록일 [ 2014년12월16일 22시14분 ]

▲장애등급제 희생자 故송국현 씨의 영정.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를 지나던 배 한 척이 침몰했다. 수백 명을 태우고 제주도를 향하던 이 배는 한 순간 차가운 바다에 고개를 처박았다. 배가 쓰러져가는 동안 승객들은 전화로, 카톡으로, 그도 아니면 구명보트가 다가오는 창문을 향해 안타까운 손짓을 해대며 살려달라고 호소했지만, 뒤늦게 달려온 해경은 승객들을 위험에 빠뜨린 장본인인 선장과 일부 선원들만 구명보트에 태운 채 유유히 사라졌다.


이보다 3일 앞선 4월 13일.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의 한 연립주택에서 불이 났다. 집에는 ‘송국현’이라는 이름의 장애인이 홀로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그는 갑자기 번진 불을 피하지 못했다. 언어장애가 심해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 세월호의 승객들처럼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살려달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119구급대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집안의 상당 부분이 불타고, 그도 3도 화상을 입은 뒤였다. 그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일 뒤 끝내 사망했다.


이 사건을 바라본 한 시인은 “걸을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그에겐 침대 밖이 모두 망망대해였다”면서 “세월호는 단숨에 침몰했고, 그들 35만 명의 장애인들은 서서히 시나브로 한 척씩 침몰했다”(송경동, <우리는 어떻게 이 잘못된 세상을 탈출할 수 있을까>)라고 울부짖었다. 비장애인들이 하루에도 몇 번이고 건너다녔던 그 작은 문이, 그에게는 매일같이 세월호의 승객들을 가두었던 차가운 바다와 같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살려달라’라고 말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화재가 나기 바로 3일 전, 국민연금공단을 찾아가 호소했다. 혼자서는 거동도 하기 힘들 정도로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지만, 장애3급이라는 이유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신청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혼자 할 수 없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둘이면 충분하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 ‘둘’을 위한 국가의 작은 노력, 활동보조인을 배치해 달라는 호소였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은 “밥통에 쌀을 씻어 통을 들어야 하는데 팔에 힘이 없다”, “혼자서는 목욕, 빨래, 양치질을 할 수도 없었다”라는 그에게 ‘일상생활동작을 타인의 도움 없이 자신이 수행’한다는 엉뚱한 대답만을 내놓으며 그를 망망대해 저편에 가둬버리고 말았다.

 

▲故송국현 씨(왼쪽)와 문형표 복지부 장관(오른쪽). '송국현'이라는 이름은 문형표 장관이 절대 잊어서는 안될 이름이다.


장애인계는 그의 죽음을 두고, 화재로 인한 사고사가 아니라 국가의 책임방기로 인한 명백한 ‘타살’이라고 규정했다.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장애인에게 의학적 잣대로 서비스 제공을 가로막는 거대한 장벽, 장애등급제를 폐지하지 않는 복지부의 책임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때문에 장애인 활동가들은 문형표 복지부 장관 집 앞으로 달려가 장관의 공식 사과와 장애등급제 폐지를 요구했다. 매일같이 장애인 활동가들의 1인 시위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들이 매번 만나게 됐던 것은 문 장관이 아니라 경찰이 겹겹이 쌓아 놓은 벽이었다. 그 벽 앞에서 분노한 이들은 들고 갔던 면담요청서를 불태울 수밖에 없었다. 망망대해 저편에서 외롭게 죽어갔던 송국현처럼, 송국현의 억울한 죽음에 ‘사과’로 답하라는 외침도 불에 타버리고 만 것이다. 그리고 끝내 문 장관으로부터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답변은 ‘사과’가 아닌 ‘유감’에 그쳤다.


‘유감’이라는 답변 때문이었을까? 송국현의 죽음 이후에도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유감’스러운 일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불에 타 죽고, 호흡기가 빠져 숨막혀 죽었다. 이렇게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유감’스럽게 죽어가고 있는데, 장애인 복지를 총 책임지고 있는 사람마저 그저 '유감'일 뿐이라고만 했다. 누구도 책임지겠다고 하지 않고, 사과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현재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새로 개발한 장애종합판정체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마저도 '등급제'를 단지 '점수제'로 전환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여전히 장애인의 삶에 거대한 장벽이 되고 말 이 제도들 앞에서 얼마나 더 '유감'스러운 일들이 벌어지게 될지, 여전히 우려가 팽배한 가운데 2015년 새해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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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현 씨 영정 앞에서 불타고 있는 문형표 장관 면담 요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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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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