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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2층 저상버스’ 직접 타보니 “우와~”
김포~서울역, 시범운행 중인 2층 저상버스를 타다
이동시간 '1시간 이상 단축', 휠체어 고정장치도 ‘튼튼’
등록일 [ 2014년12월18일 21시29분 ]

김포에 사는 한규선 씨(뇌병변장애 1급)가 서울역까지 오는 길은 항상 험난했다. 서울역까지 한 번에 가는 광역버스(M6117번)를 타면 1시간 반도 안 걸리지만, 이 노선에는 저상버스가 배치되어 있지 않아 전동휠체어를 탄 그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멀리 돌아가야 했다. 60-3번 저상버스를 한참을 기다려 타고 개화역에서 9호선을 탄 후, 김포공항역에서 공항철도를 갈아탄다. 두 번이나 갈아타는 수고를 하고 서울역에 도착하면 2시간 반을 훌쩍 넘긴다.

 

하지만 한 씨에게도 서울역까지 환승 없이 한 번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최근 정부의 광역버스 입석 금지 조치에 따라 출퇴근 시간대 혼란이 예상되자, 경기도가 대안으로 내놓은 ‘2층 저상버스’가 지난주부터 김포~서울역 구간 시범운행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에 시범 운행되는 버스는 영국 알렉산더 데니스 사에서 만든 '엔비로 500'(Enviro 500) 기종으로, 휠체어 좌석 2곳이 있고, 1층과 2층 모두 합쳐 79개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시범운행은 지난주 수원~사당을 오가는 7770번 노선에서 시작된 데 이어,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는 김포~서울역을 오가는 M6117번 노선에서 운행되고 있다. 이어 오는 22일부터 26일까지는 남양주~잠실을 오가는 8012번 노선에서도 운행할 예정이다.


앞문 경사로, 어떤 도로 사정에서도 휠체어 탑승 ‘OK'

 

▲경기도가 3주간 시범운행하고 있는 2층 저상버스.

▲한규선 씨(뇌병변장애 1급)가 김포에서 서울역으로 가는 2층 저상버스 M6117번 광역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2층 저상버스는 앞문으로 경사로가 내려온다.

 

18일 오후 2시 20분, 김포시 구래동 복합환승센터 정류장에 육중한 크기의 2층 저상버스가 도착했다. 차 높이(4.15m)뿐만 아니라 길이(12.86m)도 일반 버스보다 길어, 뒷바퀴도 양쪽에 각각 2개씩 있었다.

 

그런데 버스가 승강장에 정차한 뒤 모든 승객들이 탄 상태에서 한 씨만이 탑승을 못 하고 있었다. 경사로가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연되는 시간에 답답해 지려는 찰나, 앞문바닥에서 경사로가 내려왔다. 2층 저상버스엔 일반 저상버스와 달리 경사로가 앞문에 있었던 것이다. 앞문에 설치된 경사로 덕분에 2층 저상버스는 도로 사정 등으로 인해 인도와 수평을 맞출 수 없어도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휠체어 좌석이 뒷문 쪽에 있어 차 안에서의 이동이 불편한 것. 앞문으로 올라탄 후 휠체어가 왼쪽으로 돌아 좌석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통로가 그리 넉넉지 않아 승객이 많은 경우 이동에 불편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전동휠체어도 가능한 휠체어 고정장치, 장애인 이용자를 고려한 하차벨 등 일반 저상버스에선 볼 수 없었던 부분들이 휠체어 이용자들의 접근을 도왔다.

 

일반 저상버스는 휠체어 고정장치가 수동 휠체어 뒷바퀴를 고정하는 방식이어서 바퀴가 큰 전동휠체어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2층 저상버스는 앞뒤에 각각 2개씩의 안전 고리를 거는 방식이어서 전동휠체어도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일반 저상버스에서 자주 일어났던 휠체어 고정장치의 고장이나 운전기사의 조작 미숙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한규선 씨도 “2층 저상버스가 승차감도 좋고 더 안전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장애인이 운전기사와 소통을 더욱 원활하게 하도록 설계된 하차벨도 눈에 띄었다. 휠체어 좌석 바로 옆, 장애인의 손이 닿기 좋은 곳에 하차벨이 설치되어 있다. 이 벨을 누르면 운전석의 계기판에 장애인 표시가 떠, 운전기사가 즉각 장애인의 하차를 도울 수 있다.

 

▲전동휠체어도 안전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하는 휠체어 고정장치. 일반 저상버스가 수동 휭체어만을 고정할 수 있는데 비해 2층 저상버스는 전동 휠체어도 고정할 수 있다.

▲장애인석에서 하차벨을 누르면 운전석 계기판에 장애인 표시가 뜬다.

▲2층 저상버스의 2층 모습. 1,2층 모두 합해 79석의 좌석이 마련되어 있다.


2시 20분에 김포를 출발한 버스는 3시 40분도 채 되지 않아 서울역에 도착했다. 길이 막히지 않는 시간대에 오니 1시간 20분도 걸리지 않은 것이다. 차에서 내린 한 씨는 “전보다 1시간이나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으니 너무 좋다. 김포에 빨리 2층 저상버스가 도입돼서 편하게 서울을 오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승하차 오래 걸린다? 비싸다? “2층 저상버스가 대세”


같은 날 오후 4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서울역 버스환승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층 저상버스 도입을 촉구했다.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현 소장은 “최근 2층 저상버스에 대해 뉴스에서 계속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타고 내리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출근 시간에 적합하지 않다, 일반 버스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것이 이유”라며 “이는 10년 전 처음으로 저상버스 도입을 요구했을 때도 똑같이 들었던 이야기다. 비장애인들 10~20분 늦는 것만 이야기하는데,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못해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우리들의 시간은 시간이 아니란 말인가”라고 성토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국장도 “2층 저상버스를 도입한 바 있는 미국에서도 아주 낮은 교통요금만으로도 버스 회사들이 이익을 창출하는 등 대안적인 모델로서 이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며 “2층 저상버스의 좌석 79석은 일반 버스에 비해 30석 이상 많은 것으로 버스 2대를 굴리는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2층 저상버스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2층 저상버스 도입을 촉구하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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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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