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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적 절차보다 목사와 약속이 우선? 성소수자 사업 끝내 불용
성북구청장, “민주적 정당성 있으나, 불용 어쩔 수 없어”
주민, “정당한 절차 통한 약속이 목사들과 사적 약속보다 중요”
등록일 [ 2014년12월31일 21시34분 ]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선정된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 사업이 제출 기한을 넘겨 끝내 불용됐다. 특히 성북구, 서울시 주민들의 협의와 서울시의회의 승인을 얻어 예산까지 배정된 이 사업을 김영배 성북구청장이 성북구 내 기독교 단체의 약속을 이유로 불용 처리한 것이라 정치적 파장이 예상된다.

 

▲31일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 사업 불용 문제를 두고 이에 반대하는 주민, 성소수자들과 면담하는 김영배 구청장. 김 구청장은 '목사들과의 약속'을 이유로 사업 불용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소년 무지개와 함께 지원센터’ 사업은 성북구 주민이 최초 발의한 사업으로, 지난해 5월 성북구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총회, 8월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위원 총회 등을 통해 서울시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선정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서울시의회에서 승인받아 예산 5900만 원이 책정된 바 있다.

 

그러나 성북구에서는 성북교구협의회 등 보수 기독교 단체의 반대를 이유로 사업 진행을 미뤄왔다. 성북구는 사업 제안 주체들에게 사업 축소를 지속해서 요구했으며, 26일 서울시에 ‘위기 청소년 실태조사’로 사업을 변경해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사업 원안이 아니면 예산 집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고, 성북구에서는 원안대로 제출할 수 없다고 버텼다. 결국 성북구에서 최종 기한 31일 오후 6시까지 사업안을 제출하지 않아 예산 불용 처리됐다.

 

최종 기한에 앞서 성북구 주민과 성소수자들은 늦은 1시 40분부터 약 2시간가량 김영배 구청장과 면담을 진행해 기한 안에 사업 원안을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김 구청장은 성북구 지역 목사들과의 약속을 이유로 불용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을 반복했다.

 

김 구청장은 “이 사업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진행된 정당성 있는 사업인 것은 안다”라면서도 “다만 사업 추진 과정에서 목사들의 반대가 있었고, 그들과 협의 없이 안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목사들과 협의가 없어 원안은 제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김 구청장은 “이번 추진 과정에서 목사들의 힘에 밀려 그들과 약속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서 그들과 약속을 번복한다면 다른 일을 하더라도 충돌이 있을 수밖에 없어 목사들의 약속을 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성북구는 이날 면담 이후 사업을 추진해온 주민 대표들에게 1월 중에 구 예산으로 해당 사업을 지원할 수 있을지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결정을 두고 면담 참가자들은 성북구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시민의 약속을 저버리면서, 인권을 구의 가치로 내세운 구청장이 원칙을 스스로 폐기했다고 비판했다.

 

사업 제안자인 안영신 씨는 “구청장이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게 민주적 절차인데, 서울시 의회 승인까지 받은 목사들과의 약속을 이유로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며 “목사들은 동성애가 안 된다며 불용을 이야기한다. 이건 동성애를 차별하는 이야기인데, 인권도시 성북을 이야기한 사람이 그것을 민원으로 받아들여 불용했다는 것은 자기모순이다”라고 꼬집었다.

 

안 씨는 “우리는 구청장을 신뢰해서 지금까지 질질 끌려온 셈이다. 그가 제안한 대로 변경사업계획서까지 내면서 진행했던 것인데, 구청장이 약속을 깨 신뢰에 금이 갔다.”라고 비판했다.

 

참가자 이아무개 씨는 “목사들하고 간담회에서 한 사적인 약속보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시민들과의 약속을 더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성소수자를 위한다고 인권헌장 만들었으면서 구청장 스스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소수자 당사자들은 “청소년 시기에 내 어려움을 하소연할 데가 없어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런 청소년들의 자살을 막고자 센터를 만들겠다고 한 것인데, 불용 처리가 난다는 것은 그런 청소년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라고 성토하기도 했다.

 

이후 성북구 주민들과 성소수자들은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성북구의 불용 결정을 규탄하는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5년 1월 5일에는 성북구 불용 결정 규탄 기자회견이 열릴 계획이다.

 

▲면담을 진행하는 성북구 주민, 성소수자들과 김영배 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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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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