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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세모녀가 남긴 메시지, 누구도 수신하지 못했다”
[신년 기획좌담] 기초법 개별급여 개편과 반빈곤 운동의 방향①
15년만의 기초법 개악, “반빈곤 운동의 한계 드러나”
등록일 [ 2015년01월20일 18시27분 ]

2014년 12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아래 기초법) 개정안이 지난 1년 반 동안의 논의에 마침표를 찍고 국회를 통과했다. ‘맞춤형 복지’를 내건 박근혜 정부의 공약에 맞춰 ‘맞춤형 개별급여’로 개편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한 이 개정안의 통과로, 기초법은 제정 15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정부는 빈곤층의 복지 욕구에 맞춘 급여 제공으로 사각지대 해소가 가능해 질 것이라 말하며, 개정안에 당당히 ‘송파 세모녀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시민사회 진영은 개정안이 최저생계비 개념을 무력화시키고 각 행정부처 장이 급여 수준을 자의적으로 결정하도록 해, 사실상 기초법을 폐지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개악’이라는 비판을 제기해 왔다.


어쨌든, 수많은 논란 끝에 통과된 기초법 개별급여는 오는 7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2014년 2월 송파 세모녀 사건으로 촉발된 빈곤층의 비극적인 삶의 현실에 대한 논의가 기초법의 전면 개편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때문에 이번 개편안에 반발해 왔던 시민사회 진영도 지난 시기 반빈곤 운동에 대한 평가와 재점검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비마이너>는 지난해 정부의 기초법 개악에 대한 반대 입장을 조직하기 위해 앞장섰던 주요 인사들과 기초법 개별급여 개편 이후 반빈곤 운동의 방향에 대한 좌담을 가졌다. 좌담의 내용은 2회에 걸쳐 나눠 게재한다.

 

□ 때, 곳 : 2015년 1월 15일 늦은 2시,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 함께한 이들
   - 사회 : 하금철 기자
   -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 문진영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 사진 : 강혜민 기자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왼쪽),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문진영 교수(가운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오른쪽)

 

 

하금철 : 우선 2014년 한해 평가를 간단히 했으면 한다. 반빈곤 운동의 관점에서 지난해를 돌아보면, 연초에 송파 세 모녀 사건이 터져서 시민사회가 발 빠르게 나서긴 했지만, 연말 기초법 전면 개악안의 통과라는 결과를 맞이하고 말았다. 이런 지난 한 해에 대해 나름의 성적표를 매겨본다면?


김윤영 : 사실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이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키기는 했지만, 그 계기를 이용해 기존의 기초법 관련 정세를 뒤집거나 그러지는 못했던 것 같다. 지난 1년 동안은 수세적인 방어 싸움을 하느라 끌려 다닌 면이 많았다. 정부는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 ‘세월호 때문에 세 모녀가 또 구해지지 못하게 생겼다’는 식의 파렴치한 선전도 계속 해댔다. 이와 관련된 대응을 하려고 했으나 워낙 여론 지형이 협소하게 짜여 있어서 어려웠다. 결국 정부의 목표대로 개별급여 도입은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새로운 쟁점을 던지거나 여론의 판을 뒤집는 방식의 논의를 만들지 못했다.


문진영 : 2014년 말, 기초법 개편안이 통과될 때 언론에서는 ‘세 모녀법’이라는 정부의 표현을 그대로 받아썼는데, 단언컨대 송파 세모녀가 살아 돌아와서 개정된 기초법에 따라 수급을 신청한다고 해도 수급자로 선정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아주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세 모녀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던) 추정소득제도, 즉 근로활동 연령인 경우에 관례적으로 소득을 추정해 매기는 제도에 대한 개선이 이번 개편안에 전혀 없다. 그런 입장에서 ‘세 모녀법’이라는 것은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기초법과 함께 ‘복지3법’이라 불리는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그리고 기초법을 약간 보완하는 <긴급복지지원법>도 보면, 구체적으로 현재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왜냐면 수급자 발굴은 어쨌든 지자체의 몫이고, 지자체에서 어떤 전달체계와 인력을 통해서 하느냐는 아주 미시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인데, 그냥 법만 만들어놓고 구체화되어 있는 것이 없다. 긴급복지지원법도 선정 기준이 완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한시적이고 보완적인 것일 뿐이다.


사실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증명한 건데, 이것을 2014년에 정부에서도, 우리 시민사회에서도 세 모녀가 증언한 것을 받아서 이 사회를 개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박경석 : 과연 반빈곤 운동의 조직적 전선이 있었는가라는 고민을 갖고 있다. 지금 누가 반빈곤 운동을 책임지고 있는가? 반빈곤 운동은 누구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가?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하면서 송파 세 모녀 사건을 바라봐야 한다.


김대중 정권 당시 기초법이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긴 시간동안, 남한 사회에서 운동세력이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서 대중을 조직하는 과정들이 존재했나? 나는 이런 부분들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기초법 제정을 이끌었던 참여연대가 하나의 법률적 사안으로 기초법을 접근했는지는 몰라도 반빈곤 운동의 관점에서 대중 주체들을 조직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누가 특별히 한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빈곤 집단이라고 하면, 철거민, 노점상, 홈리스와 같은 집단이 있는데 이들은 자기 현실의 급급한 문제들 때문에 운동적으로 조직화된 대중으로서의 정체성을 갖지도 못했고, 거기에 있는 조직들조차 복지운동의 차원에서 기초법 문제를 적극적으로 고민하지 않았다. 이런 역사적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2014년에 세 모녀 사건이 터졌을지라도 우리는 이미 지고 시작한 것이다.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이 던진 메시지가 하룻밤의 꿈처럼 사라져 버렸고, 이로 인한 분노가 대중들로부터 표현되거나 조직되지 않았다. 운동 조직들도 이것을 하루의 기사거리로 생각했을 뿐이다. 사실 기초법은 어차피 잔여적, 시혜적 복지이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양해 나가야 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그것도 잘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기초법 운동을 통해서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는 마중물 역할이라도 해야 하는데 운동조직들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가? 그래서 우리가 사실 작전 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각 행정부처 장에게 권한이 넘어간 급여 결정, 사회적 권리는 어디로?


하금철 : 다들 반성적인 평가들을 많이 해 주셨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정부의 의지대로 기초법 개별급여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해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개별급여 개편의 내용이 꽤나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저 정부의 ‘맞춤형 개별급여’라는 장밋빛 선전만 있을 뿐이다. 개별급여 개편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김윤영 : 개별급여가 대중들에게 이해시키기 어렵다는 점을 나는 수급자들 만나면서 정말 많이 느꼈다. 왜냐면 기초생활보장이 권리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권리로 느껴질 만큼 급여를 받아야 권리라고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 제도는 선정되기도 어렵고, 선정되도 얼마 받지도 못한다. 그래서 ‘최저생계비 개념이 해체되면 안된다’라는 문제제기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법에 아무리 최저생계비가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인간다운 삶의 기준’이라고 명시되어 있어도, 기왕의 수급자들은 이 급여를 그렇게 생각하질 않으니까.


한편, 개별급여가 돼서 급여별로 각 부처로 책임이 쪼개진다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이해하는 분이 많았다. 관할하는 부처가 달라지면 이의신청하는 게 얼마나 어려워지고, 결정단위가 여러개가 될수록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걱정마라. 급여 떨어지는 사람 없다”라는 정부의 선언 앞에서 반박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 제도가 원래도 부실하고 어려웠는데, 왜 더 어려워지고 나빠지는지를 설명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문진영 : 2013년 5월 24일 새누리당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였던 유재중 의원이 처음 대표 발의했던 안은, 정부 여당에서 발의한 내용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완결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이었다. 현실세계에서는 작동할 수 없다고 할 만큼, 법률안 내부에 다수의 모순된 내용도 있었다. 2013년 한 해 동안 이 안이 법안소위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두 번째 문제는 기초법이 담보하고 있던 사회적 권리를 부정했다는 것이다. 기초법은 크게 보면 최저생계비를 가운데 두고 선정 기준과 급여 수준을 일치시킴으로서 우리 헌법이 보장한 ‘인간다운 삶’이라는 사회적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선정 기준과 보장 수준을 각 행정부처의 장이 자의적으로 만들도록 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이 권리로서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2013년 유재중 의원안이 나오자마자 ‘기초생활보장연석회의’가 조직되어서 여러 가지 비판을 내놓았고, 결국 작년 말에 통과된 법률안은 (그 방향이야 어떻든) 일단 법률로서 완성도는 높아졌다. 급여 수준은 여전히 행정부처의 장이 자의적으로 결정하도록 했지만, 선정 기준에 있어서는 기준 중위소득의 몇%라는 식으로 법률로 명시도록 한 것은 시민사회의 지속적 요구가 관철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최저생계비 제도 자체가 완전히 무력화되서 폐기되기 직전까지 갔었는데, 최저생계비를 (정기적으로) 계측하도록 하는 조항은 끝내 살아남았다. 어쨌든 불씨는 좀 살려 놓았다라고 총평할 수 있겠다.

 

 

과일 하나 사먹기 힘든 수급 가구...‘낮은 급여’ 고착화 우려된다


하금철 : 급여 수준은 여전히 행정부처 장이 자의적으로 결정하도록 했지만, 선정 기준에서 중위소득 몇%로 하라는 기준을 명시했다고 설명하셨다. 그 정도면 얼마간 의미있는 것이라고 봐도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한계는 없나?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문진영 교수
문진영 : 기준 중위소득을 정하는 단위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인데, 그 위원회의 인적 구성이 아주 중요하다. 소위 친정부 인사나 예산만을 신경 쓰는 사람들이 다수 속해 있으면 기준 중위소득은 지속적으로 생활을 반영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두 번째 문제는 우리나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안정적인 소득 분포 기준이 없다. 굳이 있다고 한다면 가계동향조사와 가계금융복지조사가 있는데, 이것을 하나의 정책으로 쓰려면 아주 오랫동안 조사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법에서는) 기준 중위소득이라고만 명시하고 이것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어떤 소득 분포를 사용할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세 번째로, 본질적으로 중위소득이라는 개념은 불평등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그런데 불평등 수준을 추적하는 기준과 (기초법과 같은) 공공부조에서 추구하는 기본적인 욕구 충족의 기준이 일치하지 않는 수가 있다. 쉽게 얘기해서 IMF 같은 것이 갑자기 터지면 중위 소득이 확 낮아질 수 있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빈곤 인구가 늘어나는 법인데, 중위소득 기준으로 보게 되면 오히려 빈곤율이 낮아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사실은 복지국가를 천명하는 어느 나라에서도 공공부조 제도를 중위소득 몇%로 선정기준과 급여기준을 하는 나라는 없다. 이게 잘 정착되지 않으면 상당한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다.


하금철 : 어쨌든 중위소득을 반영했다는 것은 상대적 빈곤선을 도입했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방금 말씀하신 내용은 상대적 빈곤선의 맹점이라고 봐도 되는 것인가?


문진영 : 그렇다.


김윤영 : 계측방식이 어떤가 하는 점보다는 기준 자체가 너무 낮다는 것이 문제다. 정부에 따르면 현재 생계급여가 중위소득 기준으로 27%라고 하는데, 1인가구 기준으로는 38만원 정도다. 이게 현실적인 급여인가? 이걸로 통신비, 공과금을 비롯해 월세 일부까지 지불하는 것이 수급자들의 현실이다. 빈곤사회연대가 수급자 가계부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계절과일을 사먹는 가구가 하나도 없었다.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계비 기준에 전혀 맞지 않았던 것이다. 올해부터 28%로 해서 단계적으로 30%까지 올리겠다고 하지만, 사실 이것은 생계급여를 낮은 수준에 고착시킨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주거급여도 43%인데, 이건 차상위 계층도 포함 안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송파 세 모녀 같은 경우, 150만원 월소득에 반지하에 살면서 50만원 주거비를 납부하는 전형적인 주거 빈곤층인데 개정된 주거급여에 따르면 월세 보조금을 단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문진영 : 선정 기준 자체가 굉장히 낮게 시작한데다가, 기준 중위소득을 어떤 형태로든 구할텐데, 그것은 가계조사를 통해서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가계조사는 원래 자기 소득보다 낮게 신고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소득이 500만원이라면, 신고는 300만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가계동향조사 전체 샘플링 한 것 1만2천명 중에, 자기가 연 6천만원 이상 소득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없다. 정부가 기준 중위 소득이라는 상대적 빈곤선으로 동시대인들의 생활상의 빈곤을 반영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큰 갭이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중위소득을 결정하는 방식, 가계조사가 갖고 있는 한계들 때문에 기준이 지속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하금철 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 서강대 문진영 교수

 

 

개별급여의 핵심은 ‘의료급여’... 지금 의료급여가 위험하다


하금철 : 그런데 개별급여 도입 논의는 박근혜 정부에서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때부터 그런 논의가 있었고, 시민사회에서도 개별급여 도입을 주장해 왔던 것으로 안다. 그런 것들과 비교했을 때 이번에 통과된 안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김윤영 : 빈곤사회연대에서도 개별 급여 도입을 10년 전부터 요구해 왔다. 하지만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통합급여의 원칙 위에 개별급여를 ‘층층이’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가자는 것이었다. 최저생계비라는 개념이 우선 튼튼하게 서서, 최저생계비 이하의 빈곤층을 다른 조건 없이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예를 들어, 최저생계비가 100만원이라면 그 이하인 사람들은 100만원까지 보장해주면서 기초생활보장제도 안에 있는 기타 급여들을 받을 수 있는 권리들을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통합급여 방식을 다 없애 버리는 것을 전제로 해서 개별급여를 ‘옆으로’ 쌓았다. 이렇게 되면서 기존의 급여를 받던 사람들의 경우는 급여가 하락하는 경우도 생기게 됐다.


그런데, 우리가 요구했던 것이 불가능했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의료급여의 경우 건강보험 가입자와 의료급여 수급자 사이에 사각지대가 너무 넓으니까, 차상위 의료 급여를 따로 만들었다. 그런 식으로 교육급여, 주거급여도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통합급여와 개별급여를 대립시키는 방식으로 논점을 풀어갔다.


문진영 : 기본적으로 기초생활보장이 우리나라처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되는 나라는 없다. 노인연금, 장애인연금과 같은 다양한 수당제도가 함께 작동해 보장이 이뤄지는데, 우리나라는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상당히 많은 것들이 가중 되어 있다.


개별급여가 가지는 장점이 있긴 하다. 우리나라 경우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으로 가난하게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부당한 부양의무자 제도나 가혹한 재산의 소득환산제도 때문에 수급자가 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런 비수급 빈곤층 문제가 있는데, 이분들의 경우 생계급여는 안 받는다 하더라도 의료급여를 꼭 받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개별급여가 왜 필요한가 묻는다면, 한마디로 의료급여 때문이다.


어차피 주거급여는 현금으로 받는 생계급여랑 같이 받았고, 교육급여는 다 무상교육이 되는데다, 그 급여량이 별로 많지도 않다. 문제는 의료급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수급자로 남아 있으려 하는데다 탈수급 할 수 있어도 그것 때문에 안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결국 의료급여를 제대로 한다면 ‘개별급여는 왜 필요한가’라는 의문을 다시 던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에는 의료 급여에 대해 실질적인 개선 내용이 없다. 차상위 계층에 대해 희귀 난치성부분만 일부 들어올 뿐,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게 없다.


이번 법률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 법률의 내용을 담보했던 것이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진의 안이었다. 지금 의료급여는 1, 2종으로 나눠져있고, 가구원 중 1명이라도 근로능력이 있으면 2종 의료급여를 받게 된다. 그런데 2종 의료급여를 폐지하고 이것을 건강보험에 흡수하겠다는 내용이 연구진 안에 있었다. 앞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시민사회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한다.


김윤영 : 의료급여 2종을 건강보험이랑 통합한다는 게 말이 좋아서 통합이지, 근로능력이 있는 의료급여 환자의 경우에는 병원비 내고 다니라는 것이다. 물론 차상위 계층 중에 희귀 질환이나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일부 1종으로 통합이 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2종 의료급여 대상자들은 병원비 내고 다니라는 것이다.


문진영 : 사실 의료급여 예산이 다른 어떤 급여들 다 합친 것 보다도 크다. 60% 정도니까. 또한 증가 속도도 매우 높다. 그래서 아마 정부는 이게 권리성으로 묶여 있는 한 컨트롤 할 수 없기 때문에, 손을 대려 할 것이다. 다만 정치적으로 부담이 되니까 이번에는 못 한 것일 뿐이다. 그러니까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교육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기재부는 여전히 건재했다!


하금철 : 시민사회에서 그동안 가장 중요하게 강조했던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에 대한 부분은 이번 개정안에서는 완전히 후순위가 된 듯 하다. 그럼에도 교육급여 같은 부분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는 등 변화가 있었다.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
김윤영 : 이번에 최종 통과된 법률안을 보고 아주 황당했는데, 실제로 법률상에서 교육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된 것이 아니다. 특례 조항을 통해 교육법상으로 보장하도록 한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기획재정부 입장은 처음부터 다른 급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부양의무자 기준 절대 폐지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개별급여 개편으로 인해 교육청으로 이관되는 교육급여가 부양의무자 기준을 끼고 들어가면, 기존에 교육청에서 교육법에 따라 지원하던 저소득층 가정 지원 사업(여기엔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이 없다)과 행정상 충돌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교육급여에서만큼은 부양의무제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국회 법안심사소위의 결론이었다.


그래서 복지부가 이 두 가지 의견을 미묘하게 섞어서 안을 가져온 것이다. 기초법 12조에 교육급여 조항이 있는데, 여기엔 여전히 부양의무자 기준이 존재한다. 그런데 12조의2 적용특례 조항을 두어서 ‘교육법에 따른 교육비지원과의 통합을 위해서 부양의무자 기준에도 불구하고 소득인정액이 교육급여 선정기준 이하인 사람’은 수급권자로 본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부양의무자 기준이 법률적으로 폐지된 것은 아니라는 거다. 그저 꼼수를 부려서 수급자 수가 늘어나도록 만든 것 뿐이다.


문진영 : 무엇보다도 이건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이다. 교육급여 새로 더 받게 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초중등 학생은 일년에 약 3~4만원, 고등학생은 일년에 13만 정도 밖에 안 된다. 그래서 이번에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해서 12만 명이 혜택 본다고 하는데, 이게 다 허수에 불과한 것이다. 이조차도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을 못 받고 있는 사람들의 1/10밖에 되지 않는다.


부양의무제 폐지가 당장은 어렵더라도 이것을 하나의 정책 목표로 세우고 그에 따른 점진적인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정부에게는 그런 안이 없다. 그래서 수급자들이 반발하면 찔끔찔끔 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고, 수급자 수도 150만 명을 넘어섰던 것이 지금은 130만 명으로 줄어들어 버렸다.


박경석 : 부양의무제를 폐지는 해야 하는데, 반빈곤 운동을 하는 여러 집단들이 과연 부양의무제 폐지에 대한 생각을 어떤 정도의 무게로 받아들이고 싸울 수 있는지, 합의를 만드는게 중요한 것 같다.

 

광화문에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농성을 890일 동안이나 해 왔다. 그런데 이게 계속 장애등급제 투쟁만 부각되다보니까 장애인 투쟁으로만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공간을 부양의무제 폐지를 중심으로 한 복지 운동의 거점으로 확장시켜 나가야 하지 않을까하는 고민을 한다.


사실 예전에 복지부와 대화할 때 부양의무제 폐지 이야기하면 역적으로 몰리는 분위기였다면,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오히려 부양의무제는 폐지되어야만 한다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 되었다. 그래서 이 입장을 더욱 공세적으로 치고 나갈 필요가 있다. 조중동 등 주류 언론들이 복지에 대해 공격하는 방식, 즉 ‘부정수급이 문제다’, ‘예산이 없다’ 이런 지적에 대해, 이게 마치 기술적으로 잘 해결하면 예산이 적게 들어갈 수도 있는 것처럼 얘기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우리의 포지션을 잘 잡아야 한다. 부양의무제가 구시대적이고 잔여적 복지의 마지막 잔존이라는 것을 강조해서, 부양의무제를 우리 운동의 희생양으로 삼고 전진해야 한다.


문진영 : 그렇다. 지금 기초법 개정의 핵심은 의심할 여지없이 부양의무제 폐지로 가야 한다.


박경석 : 어차피 앞으로 총선과 대선이 또 다가온다. 이럴 때 우리가 더 전략적으로 이 문제를 부각시켰으면 좋겠다. 여러 운동세력들이 하나의 전선체로 모여서 부양의무제 문제를 부각시켜야 한다. 그렇게 되지 않으면 정부는 이미 가혹하게 만들어져 있는 선정 기준의 프레임 안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조금씩 완화해주는 것으로 생색만 내게 된다. 그 프레임 안에 갇히면 우리는 결국 또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부에 계속)

 

 

용어해설


최저생계비 : 정부가 생계를 보장하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선정하고 그들에 대한 지원 금액 액수를 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소득 수준을 말한다. 월 소득이 최저생계비 아래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선정돼 국가가 생계를 전적으로 책임진다. 소득이 최저생계비를 간신히 넘으면(최저생계비의 120% 이하) 차상위계층으로 구분해 의료 등 일부 서비스를 지원한다. 최저생계비는 3년마다 정부가 실시하는 최저생계비 실계측을 기준으로 매년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해 정해진다.


개별급여 : 지금까지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최저생계비를 선정 기준으로 해, 생계·의료·교육 등 여러 가지 급여를 지급하는 통합급여 체계였다. 하지만, 2014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안에 따라 각 급여별로 다른 선정 기준과 보장 수준을 정하는 방식인 ‘개별급여’를 채택하게 됐다.


중위소득 : 총 가구 중 소득순으로 순위를 매긴 후 정확히 가운데를 차지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이는 소득계층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즉 중위소득의 50% 미만은 빈곤층이며 50~150%, 150% 초과는 각각 중산층과 상류층으로 분류된다. 2014년 12월 통과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안에서는 급여별 선정기준을 이 중위소득 기준에 따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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