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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쪽방촌 내 42가구, 다음달 쫓겨날 위기
구조안전진단 결과 'D등급' 판정, 안전 위해 공사해야
갑작스러운 퇴거 명령...갈 곳 없지만 ‘법적 보호 받을 수 없어’
등록일 [ 2015년02월10일 23시17분 ]

▲퇴거 명령이 내려진 쪽방 건물 내 복도. 각 방문엔 노란 퇴거 알림서가 붙어있다.


서울 동자동 쪽방촌의 한 건물에 갑작스러운 퇴거 명령이 내려졌다. 구조 안전진단 결과, 철거 및 구조 보강공사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따라서 현재 이곳에 입주해있는 42가구 입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되는 3월 15일까지 모두 퇴거해야 한다.

 

서울시 용산구 후암로57길 17-9(구 동자동 9-20). 이곳은 동자동 쪽방촌에서도 가장 월세가 싼 곳이다. 방 크기에 따라 15만 원~17만 원가량 된다. 이곳에 지난 5일, 건물 출입구와 각 방문에 노란 딱지가 붙었다. “당해 건물은 금번 실시한 구조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철거 및 구조 보강공사가 필요한 구조체로 판정되었기에 입주민들께서는 공사가 시작되는 3월 15일까지 모두 퇴거(퇴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현행 시설물 안전에 관한 특별법 등은 일정 규모의 건물에 대해선 정기적으로 구조안전진단을 받도록 하고 있으나 17-9 건물은 그 기준에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건물주가 육안으로 보고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에 전문기관에 맡기면 된다. 이에 지난 12월 시행한 구조안전진단에서 17-9 건물은 A~E등급 중 하위에 속하는 D등급을 받았다.

 

‘시설물의 안전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지침’에 따르면 D등급으로 분류된 시설물은 "주요부재에 결함이 발생하여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며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는 상태"이다.

 

▲건물 출입구와 각 방문에 붙어있는 퇴거 알림서. “당해 건물은 금번 실시한 구조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철거 및 구조 보강공사가 필요한 구조체로 판정되었기에 입주민들께서는 공사가 시작되는 3월 15일까지 모두 퇴거(퇴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0일, 해당 건물 앞에서 만난 입주민들은 갑작스러운 퇴거 소식에 대한 막막함을 숨기지 않았다. 쪽방 거주자 대부분은 60~70대 고령의 독거 남성으로 기초생활수급자다. 
 
김상섭(79세) 씨는 “이곳에서 나가면 서울역에서 노숙생활 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살고 싶다.”라면서 “지난 5일 방문에 붙어있는 것을 보고 알았다. 그동안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 미리 연락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갑작스러운 통보에 참담함을 전했다. 

 

김 씨는 “서울역 인근 쪽방촌에서 30년간 살고 이 건물에서만 15년을 넘게 살았다”라며 “아들도 장애인이라 날 부양할 수 없다”고 했다.

 

이 건물에서 6년째 살고 있는 이준하(74세) 씨도 “돈 없는 게 죄”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건물을 시작으로 쪽방촌의 다른 건물들에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퇴거 명령이 이뤄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이도 있었다. 지난 2013년 11월에 입주한 ㄱ 씨는 “이렇게 한 곳이 시작하면 다른 곳도 이렇게 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당하지 않게 다음 거처는 쪽방이 아닌 곳으로 얻어야 할 텐데…”라고 막막함을 표했다.

 

쪽방촌엔 고령으로 몸도 좋지 않을뿐더러 장애를 입은 사람도 있다. 11년간 쪽방 생활을 전전해온 오세영(61세) 씨는 지난해 뇌병변장애 4급 진단을 받았다. 최근엔 환청이 들리고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몸이 쇠약해졌다.

 

4년 전 지금 사는 쪽방에 들어온 오 씨는 “이사 간다는 건 생각조차 못 해봤다. 날도 추운데 하루아침에 어디로 가란 말이냐”라며 “진짜 어렵고 힘든데 몸까지 자꾸 아프니 암담하다”라고 토로했다.

 

오 씨는 “수급비로는 살기도 어렵고 저축도 안 된다”라면서 “2004년부터 수급비를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술도 안 마시는데 아직 100만 원도 손에 못 쥐었다”라고 밝혔다.

 

오 씨는 “이번 사건으로 요즘 동네 분위기가 삭막하다. 흉흉한 소문만 들리고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밥도 못 먹는 사람도 있다”라면서 “법이 어떤지도 모르겠고 답답할 뿐”이라고 전했다.

 

▲쪽방 안에서 동자동 사랑방 조승화 사무국장(오른쪽)이 한 거주민과 이야기하고 있다.

 

현재 건물주가 3월 공사 이후 쪽방을 다시 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기존 입주자에 대한 재입주도 보장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설령 쪽방이 다시 들어선다고 해도 대부분의 경우 리모델링을 이유로 기존 월세보다 높은 금액을 받기에 기존 입주자들이 재입주할 가능성은 없다. 현재 건물주는 퇴거 시, 세입자에 대한 이주는 지원할 수 없으며 다만 도의적으로 마지막 한 달 치 방세는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서울시 자활지원과 담당자는 “임대차보호법에 의해 쪽방 거주민들은 보호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입주 계약서에 시한 명시도 되어 있지 않고 보증금도 없기 때문”이라며 “현재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처 방안은 없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동자동사랑방 조승화 사무국장은 “가장 밑바닥에 있지만 어떠한 법적 보호도 받을 수 없는 것이 문제”라고 꼬집으면서 “여인숙, 찜질방 등을 전전하는 사람들에게 쪽방은 절대적인 공간으로 이들이야말로 주거 취약계층이다. 그런데 쪽방이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이렇게 사라지면 이들은 또다시 길바닥에 나앉게 된다”라고 전했다. 
  
조 사무국장은 “더구나 겨울철엔 빈방이 거의 없다. 구하더라도 외곽으로 가거나 현재 사는 곳보다 더 비싼 방을 구할 수밖에 없다.”라며 “쪽방촌에서 건물 하나가 없어지면 주변 쪽방은 자연히 월세를 올리게 된다.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은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쪽방, 고시원 등에 산다면 50만 원가량의 소득이 있는 사람인데 대부분 이중 절반을 주거비로 낸다. (소득이 한정된 상황에서) 월세가 올라가는 건 심각한 상황”이라며 “이렇게 주거는 계속 열악해지는데 이에 대한 제재는 전혀 없다”라고 질타했다. 

 

조 사무국장은 또 “실제 쪽방 중엔 E등급도 있다. 건물이 오래된 이유도 있지만 건물주들이 월세만 받을 뿐 중간에 보수·수리도 하지 않는 등 실질적인 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결국 집주인은 월세는 다 받고 세입자만 피해 보는 상황이 반복된다”라고 지적했다. 

 

일단 지난 8일 주민 전체회의를 통해 비상대책위가 꾸려진 상황이다. 이들은 11일 회의를 통해 세입자들의 요구안을 확정하고 탄원서를 제작한 뒤 건물주와의 면담을 진행할 계획이다.

 

▲쪽방 거주민들에게 퇴거 명령이 내려진 서울시 용산구 후암로57길 17-9(구 동자동 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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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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