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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등급보류, 인권위의 삼진아웃 또는 기사회생?
ICC 등급심사 내년 상반기로 재차 연기
인권위 신뢰 회복 방안 두고 인권위·시민사회 의견 엇갈려
등록일 [ 2015년03월31일 22시22분 ]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6일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아래 ICC)로부터 또 다시 등급심사 보류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3월과 11월에 이은, 무려 세 번째 등급심사 보류다.


세계 120여 개국 인권기구의 연합체인 ICC는 5년 마다 각국 인권기구에 대한 정기 심사를 진행해 A,B,C로 등급을 매기는데, 우리나라는 2004년 가입 이후 줄곧 A등급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시작된 등급심사에서 세 번 연속 보류 통보를 받으면서 인권위의 등급 하락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ICC가 세 차례나 등급심사를 보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때문에 ICC가 그간 국가 인권기구로서의 자격기준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 한국의 인권위에 대해 마지막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ICC가 최종 심사 통보를 예고한 시점은 1년 뒤인 내년 상반기다. 이때까지 인권위는 그동안 국제사회로부터 문제로 지적받았던 점들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하지만 인권위는 여전히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그동안 인권위의 ‘반인권적’ 행보에 비판적이었던 시민사회와 현격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29일 국가인권위원회가 ICC권고를 이행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었지만, 시민단체들은 인권위의 반인권적 행태를 개선하지 못하는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불참을 선언하고 이를 규탄했다.

 

인권위 "인권위법 개정안 통과되면 국제사회 정당한 평가 받을 것"


인권위는 ICC의 등급심사 보류 통보 바로 다음날인 27일 위원장 명의의 성명서를 내고, "위원회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정이 내려진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는 ICC가 심사를 1년 후로 연기하기로 한 것은 인권위가 직접 마련한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의 입법 여부와 신임 인권위원장 임명과정을 지켜 본 후, 등급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권위는 앞서 지난 1월 ICC 권고안을 일부 수용해 국가인권위원회법 일부개정안을 제출한 바 있다. 개정안에서는 인권위원 선출의 자격기준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인선 절차에 있어서 다양한 사회계층이 후보를 추천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인권위원장 뿐만 아니라 상임위원도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치도록 했다.


인권위는 ICC가 이번 등급 보류 통보를 하면서 개정안에 담긴 것과 같은 내용이 조속히 처리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면서, 사실상 인권위법 개정안의 통과가 A등급 유지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인권위는 현재 입법예고를 마치고 관계 부처 협의가 진행 중인 인권위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상정을 위해 관계 부처 협조를 당부하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우리 위원회가 국제사회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국회 및 관계부처와 인권위원 선출·지명기관의 적극적인 노력과 국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인권위는 아직 ICC의 등급심사 보류 통보 원문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27일 신문고뉴스 보도에 따르면, 인권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이메일 답변만 왔을 뿐, 공식적 답변이 온 것이 아니기 대문에 공개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인권위 관계자는 또 '세 번이나 등급심사가 보류된 사례가 우리나라가 처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말레이시아는 3년이나 보류된 적이 있다"고 말하며 비판을 피해가기도 했다.


인권침해 조장했던 자가 인권위원되는데 A등급 받을 수 있나"


반면, 시민사회진영의 등급심사 보류 판정에 대한 평가는 전혀 달랐다.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은 30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등급심사 보류 결정을 두고 "사실상 한국 인권위는 국제사회로부터 A등급 자격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인증 받은 꼴"이라고 평가했다.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공동행동은 인권위가 인권위원 선출과정을 개선한 인권위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A등급을 유지가 가능하다는 투로 밝힌 것과 관련해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는 핑계"라고 일축했다. 이들은 "청와대, 국회, 대법원이 현재의 인권위법 조차 존중하지 않고 무자격자들을 인권위원으로 선출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현병철 위원장을 비롯해 11명의 인권위원들 중 인권위법이 규정한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특히 인권위가 ICC로부터 등급보류 상태였던 지난해 11월 청와대가 직접 임명한 최초의 인권위원이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공개적으로 조장해 온 최이우 씨였다는 점을 들어 "인권침해 활동을 조장했던 자가 인권위원이 되는 황당한 상황을 청와대가 나서서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ICC가 A등급을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의 운명, "현병철 이후는 누구인가"가 결정한다


한편, 2012년 재임되었던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임기는 오는 8월로 종료된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진영은 인권위법 개정안의 통과와는 별개로 ‘현병철 이후’ 인권위원장으로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임명되느냐가 실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인권위에 대한 평가를 가름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동안 현병철 체제 하의 인권위가 주요 인권 현안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정부의 입장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등 독립기구로서의 인권위의 위상을 급격히 추락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공동행동은 “이제라도 청와대와 국회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한 최소한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바로 차기 인권위원장 선출”이라며 “차기 인권위원장은 투명한 인선절차와 자격기준을 갖춘 사람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공동행동은 “국회와 정부는 의결 전이라도 후보추천과 관련한 공론화과정을 밟아야 한다”며, 이는 “최이우 씨의 사퇴로 시작하여 ICC 권고의 의미를 제대로 구현하는 인권위원의 선출 절차 마련을 통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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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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