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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에 갇힌 장애여성의 일상, ‘안전’은 여전히 멀다
‘IL과 젠더’ 포럼, 장애여성 독립과 안전 문제 논의
“장애여성은 여전히 보호의 대상, 핵가족 중심 모델 넘어서야”
등록일 [ 2015년04월23일 20시08분 ]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사회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이슈는 무엇보다 ‘안전’이었다. 비슷한 시기 터진 장성요양병원 화재 사건, 중증장애인 송국현, 오지석 씨의 사망 사건 등으로 인해 ‘안전’ 이슈는 사회적 약자의 안전한 삶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나아갔다.


비슷한 시기에 박근혜 정부는 ‘폭력으로부터의 안전’을 내걸고 장애여성 등 취약계층에 대한 성폭력 근절 대책을 쏟아내기도 했다. 주로 CCTV 설치 확대, ‘안전 돌보미 제도’ 도입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정말 이런 제도가 장애여성들을 폭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는 것일까?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은 2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여성의 독립과 안전’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의 안전대책과 장애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 방안에 대해 포괄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조미경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 소장


발표에 나선 조미경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 소장은 최근 연이어 터진 중증장애인 화재 사망 사건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으로 활동보조 24시간 지원 요구가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장애인의 생존권과 밀접하게 연관된 없어서는 안 될 제도”라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활동보조 24시간 지원만이 장애인의 재난에 대한 대안으로 이야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조 소장은 “‘보호’와 ‘보조’는 분명히 다른 개념임에도 장애인을 보호의 대상으로 여기는 대중에게 자칫하면 우리의 외침이 ‘장애인은 혼자 있어서는 안 되는, 24시간 보호가 필요한 존재’로 이해될 수도 있다”며 “장애인이 대상화되지 않으면서 재난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내놓고 있는 성폭력 방지 대책들은 장애여성을 오직 보호의 대상으로만 취급해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부터 장애여성 성폭력 예방과 근절이란 명목으로 ‘장애여성 가정 내 CCTV 설치 사업’과 지자체와 연계해 성폭력 예방 활동을 펼치는 ‘안전 돌보미 사업’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소장은 “폭력에 취약한 발달장애여성이기 때문에 CCTV를 설치하고 지역주민이 안전 돌보미가 되어 장애여성을 보호하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것일까”라며, “장애여성의 안전을 위한다는 이유로 누군가가 집에 수시로 방문하고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은 과연 정당한가”라고 물었다.


이어 그는 “장애여성의 사생활이 그대로 담겨 있는 CCTV 영상의 관리방식부터 수사 시 확인해야 할 영상의 범위, 그 외에 영상 활용 여부 등에 대한 전 과정을 장애여성이 얼마나 통제할 수 있고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라며 “전국적으로 수없이 많이 설치되어 있는 CCTV에 나도 모르게 촬영되었을 나의 영상들이 법적 규제 없이 무분별하게 수집되고 활용될 수 있다는 문제가 최근 수없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안전 돌보미 사업과 관련해서도 그는 “장애여성을 잠재적 피해자로 낙인화 하는 것”이라며 “선의의 공동체성을 기반으로 한 이상적인 마을 만들기의 일환인 듯 포장되지만 지역주민을 보호하는 자와 보호받는 자로 구분시키는 것으로, 특정 집단을 끊임없이 보호의 대상으로만 남게 만든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조 소장은 “마을이 장애여성에게 안전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안전을 이유로 장애여성이 누군가의 보호 대상으로 예속되는 존재가 아닌 독립적인 존재로 주체성이 존중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숨’은 23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여성의 독립과 안전’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화영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 소장 또한 “CCTV는 피해자가 (성폭력 저항에 대한) 의식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확인하는 기구로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피해자 보호로서의 기능이 거의 없다. CCTV 녹화 내용에 접근하는 데에도 분명 권력이 개입 된다”라며, CCTV 설치 중심의 성폭력 대책을 비판했다.


최근 1인 가구 여성을 대상으로 안심귀가서비스 등이 확대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성폭력이 아는 관계에서 주로 발생하는 현실을 볼 때 물리적 환경개선은 성폭력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대책은 여성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제도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희경 살림의료협동조합 여성학 전문이사는 한 발 더 나아가 최근 붐을 타고 있는 마을공동체 운동 또한 이성애, 핵가족 중심 모델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마을 공동체 내의 주민들 사이에 위계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 이사는 이 또한 보호자와 피보호자를 끊임없이 분리해 내는 효과를 낳는다면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방향은) 생활상의 공통성을 공유한 작은 규모의 인구 단위로 ‘얼굴을 아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 이사는 이를 통해 “정상가족 중심의 삶에 대한 상상력, 관계에 대한 상상력을 재편성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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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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