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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과 부처님이 가라사대, "차별없이 사랑하라"
4대 종교인들 “성소수자 차별은 종교 교리 어긋나”
115개 범종교·시민사회단체 “28일 혐오 막는 인간 띠 만들 것”
등록일 [ 2015년06월23일 18시45분 ]

성경은 정말 동성애를 죄악시 했을까? 예수가 이 땅에 살아 계셨다면 정말 동성애자 때문에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을까?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보수 종교 집단은 위와 같은 질문에 모두들 '그렇다'라고 말하며,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 폭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종교인들이 예수와 부처 같은 성인의 가르침은 그런 게 아니라고 잘라 말한다.

 

섬돌향린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조계종 노동위원회, 원불교인권위원회 등 115개 범종교·시민사회단체는 23일 서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일부 보수 종교 집단의 주장이 '평등'과 '사랑'을 강조하는 종교 교리에 어긋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4대 종교계를 망라한 115개 범종교·시민사회단체에서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퀴어퍼레이드에서 보수 개신교 단체의 혐오, 차별을 막는 인간 띠가 되겠다고 밝혔다.

 

성경이 동성애 반대? 예수는 “모두 사랑하라” 하셨다

 

그동안 보수 개신교 단체에서는 일부 성경 구절을 근거로 동성애가 허용되지 않는 성적 지향이라는 주장을 해왔다. 예컨대 이들은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소돔이라는 마을이 동성애로 멸망했으므로, 동성애로 인해 한국 사회도 소돔처럼 망하고 말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수 개신교 단체에서는 “롯을 부르고 그에게 이르되, ‘오늘 밤에 네게 온 사람들이 어디 있느냐. 이끌어내라. 우리가 그들을 상관하리라.’”(창세기 19:5)라는 구절을, 롯이라는 사람을 찾아온 천사를 소돔 남성들이 강간(히브리어로 ‘상관’은 성교의 의미도 있다)하려 했다는 식으로 해석한다.

 

이외에도 “너는 여자와 동침함 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레위기 18:22), “여자는 남자의 의복을 입지 말 것이요, 남자는 여자의 의복을 입지 말 것이라.”(신명기 22:5) 등과 같은 문구를 동성애 반대의 근거로 들기도 한다.

 

그러나 예수의 활동과 언행을 기록한 신약 성경에서는 오히려 인간의 신분이나 정체성과 관련 없이 사랑할 것을 강조하는 구절들도 적지 않다. 요한복음에서는 “서로 사랑하여라. 이것이 너희에게 주는 나의 계명이다. 세상이 너희를 미워하거든 너희보다도 나를 먼저 미워했다는 것을 알아 두어라.”(15:17~18)라고 강조했고, 예수의 제자인 사도 바울은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라디아서 3:28)라고 전했다.

 

임보라 섬돌향린교회 목사는 “개신교에서 믿는 예수 그리스도의 경우 율법을 지키지 않은 사람을 사람 취급 안 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라고 말씀하셨다”라고 보수 개신교계의 교조적 태도를 꼬집으며,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예수에게 있어 신분사회와 계급을 뛰어 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목사는 “성소수자를 사람도 아닌 것처럼 취급하고, 마치 동성애라는 수렁에서 구해야 할 사람으로 보는 것은 기독교(천주교, 개신교, 정교회) 역사에 종교적 살인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발언하는 임보라 목사.

 

천주교, 불교, 원불교도 평등 강조, “성소수자 차별은 신성 모독”

 

다른 종교 교인들도 평등을 강조하고 차별을 금지한 교리를 근거로 성소수자의 차별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천주교의 『가톨릭교회 교리서』 2358장에서는 “상당수의 남녀가 깊이 뿌리박힌 동성애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들의 경우는 스스로 동성애자의 처지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 그들에게 어떤 부당한 차별의 기미라도 보여서는 안 된다.”라며 공식적으로 동성애자의 신앙을 인정하고 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7월 “만일 동성애자인 누군가가 선한 의지를 갖고 신을 찾는다면 내가 어떻게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라며 “가톨릭 교리는 이러한 사람들이 사회에서 차별받는 것을 내버려두지 않으며, 사회가 이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은주 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활동가는 “가톨릭은 보수적인 탓에 가톨릭 교회에서는 아직 전향적으로 동성애 등을 인정한다고 선포한 것은 아니나, 적어도 절대 성소수자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라며 “창조론 안에서 본다면 어떤 사람이든 어떤 사랑이든 하느님이 손수 만드신 것이다. 종교의 이름으로 성소수자를 차별하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종교를 잘못 이해하고, 오용하고, 더 나아가 신성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보수 개신교의 성소수자 혐오를 규탄하는 피켓을 든 수인 사무처장(원불교, 왼쪽), 양한웅 위원장(불교, 오른쪽).

 

불교계의 경우도 인간뿐 아니라 만물 모두가 평등하게 부처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화엄경』(60권본) 「야마천궁보살설게품」에서 여래림보살은 “마음과 같이 부처도 또한 그러하며 부처와 같이 중생도 또한 그러하다. 마음과 부처와 중생은 똑같아서 차별이 없다.”라고 밝히고 있다. 『법화경』에서도 석가모니가 부처가 되는 방법을 강연하는 자리에 수많은 비구(남성 스님)뿐 아니라 비구니(여성 스님) 등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었음을 기술하고 있다.

 

양한웅 조계종 노동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불가촉천민에 대해서도 부처(석가모니)는 출가를 허용했고, 계급과 신분의 차이에서 벗어나 불교에서 수행하면 평등하게 대우했다”라며 “가난한 사람이든 장애인이든 임금이든, 모든 만물이 열심히 수행하면 부처가 될 수 있다. (부처가 되는데) 구별과 차별이 없는데, 성소수자라고 차별받을 이유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원불교도 『대산종사법어 교리편』(원불교 제3대 종법사 대산종사가 정리한 종교 교리집) 45장에 “대종사의 일원(동그란 원, 우주 만물의 근원을 상징)주의는 전 세계 전 인류를 하나로 만들어 고루 잘 사는 하나의 세계를 이루자는 것이니, 우리 자신부터 사요(평등 세상을 위한 네 가지 실천 덕목)를 실천하여 조각난 이 세계를 하나의 세계로, 차별이 심한 이 세계를 균등의 세계로 만들어야 하느니라”라며 사람들 사이의 평등을 강조하고 있다.

 

수인 원불교인권위원회 사무처장은 “원불교는 사람이 특정 사람을 차별하면 그것이 씨앗이 돼 끊임없이 차별이 이어진다고 보았다. 결국 차별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자신 혹은 다른 이들이 심어놓은 어떤 씨앗으로 인해 자신도 차별받게 된다.”라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차별받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115개 범종교·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은 오는 28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리는 퀴어퍼레이드 현장에서 오후 2시 30분부터 무지개 색깔 띠를 두르는 ‘평화의 인간 띠 잇기’ 행사를 진행한다. 활동가들은 이 행사를 통해 보수 개신교 단체의 접근을 저지하고 행사에 참여한 성소수자들에게 지지를 보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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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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