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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현병철 막으려면...“투명한 인권위원 인선절차 마련해야”
'인권 퇴행' 물의 빚은 인권위 현병철 위원장 8월 12일로 임기 마쳐
시민사회 참여하는 인선위원회 꾸리고 인선 기준 갖춰야
등록일 [ 2015년07월08일 18시35분 ]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수장으로서 인권위 퇴행 논란을 빚었던 현병철 위원장이 오는 8월 12일로 임기를 마친다. 그러나 후임 인권위원장으로 현 위원장보다 나은 인권의식을 지닌 인물이 선임되리라 장담하기는 어렵다. 인권위원 인선 절차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임명권자인 국가 기구에서 자의적인 임명이 가능한 허점 때문이다.

 

이에 각계각층 인권단체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2의 현병철 위원장을 막기 위해 다양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인권위원 인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가인권위 위원장 인선절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준)'는 8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양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인권위원장 인선절차 마련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아래 인권위법) 5조 2항에 의하면 인권위원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고 인권의 보장과 향상을 위한 업무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중 임명권자가 선임하는 사람이다. 대통령, 국회, 대법원이 인권위원 각각 4명, 4명, 3명을 임명하며, 위원장은 11명의 인권위원 중 대통령이 임명하게끔 돼 있다.

 

그러나 인권위법 5조 2항을 뒷받침하기 위한 인권위원 인선 절차는 법적으로 규정되지 않았고 인권위원장 인선의 경우는 국회 청문회 의무만 있다. 결국 임명된 인권위원들의 인권 전문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못하면서 부적격 선임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있는 현 위원장은 2009년 임명 당시 언론에 “인권이나 인권기구에 대해 아는 게 없다”고 자인했음에도, 2012년 연임까지 하는 등 6년간 위원장직을 수행했다. 심지어 2014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비상임 인권위원인 최이우 기독교대한감리회 종교교회 담임목사의 경우 칼럼 등을 통해 동성애를 죄악으로 규정하고 미래목회포럼 소속으로 차별금지법 반대 활동을 하는 등 반인권적 활동을 수행해왔다.

 

또한 현 위원장을 비롯해 부적격 논란이 제기된 인권위원들은 지난 6년간 용산 참사, 쌍용자동차 해고,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밀양 송전탑, 세월호, 통합진보당 해산,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일명 장그래법) 등 주요 인권 사안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들은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인권이 아닌 정권을 옹호하고 있다는 비판을 들어왔다.

 

인권위원 선임과 관련해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아래 ICC)는 2008년 한국 정부에 인권위 등급심사 A 등급 유지 조건으로 다양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마련하고, 이를 시민사회단체 등의 폭넓은 자문을 통해 수행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ICC에서는 한국 정부에서 이러한 권고를 수행하지 못한다며 2014년 3월과 11월, 올해 3월 세 차례 등급심사를 보류한 바 있다.

 

▲"무자격 인권위원장 (아래로 향한 엄지 그림)", "참여적이고 투명한 과정으로", "선출된 인권위원장 (치켜든 엄지 그림)" 등의 피켓을 든 참가자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 위원장 인선절차 및 투명성 확보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준)’(아래 연석회의)는 8일 서울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는 국제인권기구가 권고한 대로 투명한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마련하고 그에 따라 인권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석회의는 장애, 여성, 노동, 빈민, 성소수자, 이주민 등 다양한 시민사회 참여가 보장되는 인권위원 인선위원회를 꾸리고, 이 인선위원회에 후보를 추천할 권한을 부여하라고 임명권자인 대통령, 국회, 대법원 등에 요구했다.

 

또한 인권 관련 분야에서 10년 이상 활동한 전문가, 인권 감수성을 갖춘 사람, 정파적 이해로부터 자유로운 사람, 시민사회에 협력적이고 정부에 독립적인 사람, 인권위원으로서 활동 방향이 명확한 사람 등과 같은 인선기준을 마련해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현병철 위원장 이후 장애인권 시정기구인 인권위가 장애인 차별을 조사하고 시정 권고하는 데 실망스러운 모습을 자주 보여 왔다”라며 “(이명박 정부는) 비상임 인권위원으로 장애인시설 시설장을 임명했다. 장애인이 차별받는 시설을 조사해야 할 인권위원이 시설장이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박김 대표가 지목한 인물은 2008년 11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인권위원으로 활동한 김양원 전 인권위원으로, 장애인복지시설 운영 당시 보조금 횡령, 거주인 낙태 강요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박김 대표는 “장애인들이 여전히 이런 인권위를 믿고 차별 진정을 해야 하는가. 장애인권 감수성이 있는 인권위원장과 인권위원들이 선출되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종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최이우 목사 등) 이 나라를 하나님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온 이들을 인권위원으로 선임한 것은 청와대가 인권을 어떻게 보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인권을 부정하고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게 인권위와 청와대가 할 일인가.”라며 “지금이라도 청와대는 인선 절차를 바꾸고 사회적으로 소수자인 이들을 차별하지 않는 인권위원장을 세워야 한다”라고 호소했다.

 

박래군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상임운영위원은 “우리는 국가권력에 대한 감시견 역할을 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피눈물을 닦아주는 인권위가 되길 바랐으나, 인권위는 그런 기대를 저버렸다. 지난해 가장 피눈물을 많이 흘린 세월호 유가족들은 아예 인권위에 기대조차 걸지 않았다.”라고 성토했다.

 

박 상임운영위원은 “대통령이 인권을 철저히 무시하는 상황에서, 무자격 현병철 위원장보다 더 악질적인 인권위원장이 임명될까 걱정”이라며 “인권위는 사회적 약자들이 마지막에 기댈 곳이 되어야 한다. 그런 곳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인권위원장으로 선임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한편 연석회의 대표단 2명은 기자회견 후 청와대에 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이 ‘2명 이상일 경우 미신고 행진’이라는 이유로 막아서면서 전달에는 실패했다. 연석회의 측은 “인권위원 선임에 대한 요구안마저 어이없는 이유로 받지 않는 한국 정부의 행태를 ICC를 비롯한 국제 사회에 호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석회의 대표단 2명이 청와대에 요구서를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이 막아서면서 전달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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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홍식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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