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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강원, 무연고 거주자 욕구조사도 거부...물리적 충돌
정당한 행정집행에도 부모 앞세워 물리적으로 막아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 이후 모든 대응 강구할 것"
등록일 [ 2015년07월09일 22시34분 ]

거주인 인권침해와 회계부정 등으로 물의를 빚은 서울 도봉구 소재 장애인거주시설 '인강원'이 서울시와 도봉구가 법적 권한을 갖고 실시하려 한 무연고 거주자에 대한 재활상담 및 서비스 욕구조사마저 거부해 물리적 충돌을 야기했다.


9일 도봉구청 공무원과 장애인단체 관계자, 서울시 및 도봉구 의원 등 30여 명은 인강원에 거주하는 13명의 무연고자에 대한 재활상담 및 서비스 욕구조사를 실시하고자 했다. 이 조사는 장애인복지법 34조에 의거한 것으로, 구청장이 보호자로 되어 있는 무연고자를 우선적 대상으로 하고자 했다.


인강원은 앞서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직권조사 결과 시설 내 인권침해와 회계부정이 드러났고, 이에 서울시와 도봉구는 지난해 12월 인강원에 대한 폐쇄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물론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3월 인강원이 낸 시설폐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시설폐쇄명령은 제동이 걸렸지만, 여전히 시설 내 여러 문제로 인해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도봉구는 인강원 거주 장애인들의 시설 만족도, 인권침해 재발여부 등을 파악하고, 궁극적으로 거주 장애인들이 시설 내 서비스 이외에 받고자 하는 서비스에 대한 여부를 파악하고자 이번 조사를 실시하고자 했다. 이 조사는 국가인권위원회가 2013년 직권조사 결과 도봉구청장에게 '인강재단 소속시설들의 불법적 시설운영과 관련하여 행정조치 등을 취할 것'이라고 권고한 취지에 따르는 것이기도 했다.

 

▲서울시와 도봉구가 무연고 거주인에 대한 재활상담 및 서비스 욕구조사를 실시하고자 했으나, 인강원의 문은 굳게 닫혀져 있었다.

▲조사단원들이 시설 내로 들어가 조사를 진행할 수 있게 해 줄것을 설득했지만, 문을 걸어잠근 인강원 거주자들의 부모들은 완강히 거부했다.


하지만 인강원 거주자 및 인강학교 학생의 부모들이 오전부터 문을 걸어 잠그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해 조사는 실시될 수 없었다. 인강원 거주자 부모들은 '불순한 의도의 욕구조사 우리는 반대한다', '보호자를 우롱하는 욕구조사 즉각 중단하라', '무연고 거주인도 인강원에 살고 싶다. 우리를 괴롭히지 말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출입문 앞에 걸어놓기도 했다.


부모들의 출입문 봉쇄를 두고 조사단 활동가들은 "무연고자에 대한 법적 보호자는 구청장이다. 다른 부모들은 권한이 없다"며, 이들이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 시간이 넘는 대치상황이 계속됐지만, 정작 인강원의 박필숙 원장은 한 번도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 조사단 활동가들과 구의원 등은 시설 내 인권보호에 책임이 있는 원장이 부모들을 앞세워 갈등을 방치하고, 정작 자신은 뒤로 숨어버렸다고 분노를 터트렸다.


기다리다 못한 조사단 활동가와 구청 관계자는 오후 1시경 재차 시설 내 진입을 시도했다. 이미 지난해 말에도 인강원 측이 서울시와 도봉구의 현장실태조사도 거부한 적이 있어, 더 이상 이런 식의 물리력 행사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들은 학생들의 출입으로 잠깐 문이 열리는 틈을 이용해 문을 열고 안으로 진입하고자 했다. 하지만 거주자 부모들이 완강하게 가로막아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진입을 시도하는 조사단 및 도봉구 공무원들과 저지하려는 인강원 거주자 부모들.

 

인강원 거주자 부모 대표라고 자신을 소개한 A씨는 문 밖으로 나와 “무연고자들도 (이번 욕구조사를 받지 않겠다고) 나에게 다 동의했다”라며 조사단의 진입을 가로막았다. 이에 유기훈 도봉구 의원이 “무연고자 13명의 위임을 받을 어떤 법적 자격이 있으시냐”며 따져 물었으나, 그는 “나는 법적인 것은 잘 모른다”라며 피해갔다.


문 안쪽에 있던 다른 인강원 거주자 부모들은 “여기 있는 아이들 다 30년 이상 여기서 살아온, 형제들이다”, “얘들은 여기서 공동체 생활을 하는 것이 사회생활이다”라며 시설 바깥의 서비스 이용을 거부했다. 이에 조사단원 활동가들이 “원하지 않는 사람은 전원조치를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설득했지만 부모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장시간 충돌 과정에서 거주자 부모 중 1인이 구급차에 실려가는 등 소란이 벌어지자, 그제서야 박필숙 원장은 모습을 드러냈다. 김동욱 서울시 의원은 박 원장에게 욕구조사는 무연고자를 대상으로만 실시할 것이며, 다른 부모들에게도 조사과정을 다 공개할 것이라며 조사에 응할 것을 설득했다. 그러나 박 원장은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라고만 말하며 조사를 거부했다. 박 원장은 ‘아이들이 조사를 원하는지 원하지 않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김 의원의 주장에도 “아이들이 (외부 사람들이 오면) 울고 불고 난리가 난다”는 이유만을 대며 완강한 태도를 보였다.


박 원장은 또 ‘무연고자에 대한 법적인 보호자는 구청장’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변호사며 여기저기 다 문의해 봤는데 그런 얘기 없었다”라고 반박하며 수용을 거부했다. 심지어 박 원장은 서울시 의원 및 도봉구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자, “나는 도봉구청 공무원들 하고만 얘기하겠다. 구의원, 시의원들이 왜 나서는지 알 수가 없다”라고 말하며 대화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후 박 원장의 뜻대로 구의원, 시의원, 외부 조사단원을 제외하고 도봉구청 공무원들만 시설 내로 들어가 박 원장과 조사에 대한 협상을 벌였지만, 박 원장은 끝내 조사를 거부했다. 그는 대화 과정에서 “무연고자만 대상으로 하지 말고, 부모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서 연고자 있는 아이들도 함께 조사해라”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에 대해 여준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부모들이 무연고자에 대한 조사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전형적인 시간끌기용 발언이라며, “인강원 관련 소송이 아직 진행되는 상황에서, 버티기를 계속해서 유리한 판결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욕구조사 총괄담당을 맡은 박숙경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장애인 당사자 동의 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못하는 이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며 “오늘의 정당한 행정집행을 인강원이 가로막았다는 증거를 확실히 남겨놓고 이후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또 “이후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거해 법원에 시정명령을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고민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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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금철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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