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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시외이동권 ‘일부 승소’…국가 책임은 없다?
교통약자 시외이동권, 장애인 차별만 인정…‘반쪽짜리 승리’
국토부, 지자체에 대한 책임은 모두 ‘기각’
등록일 [ 2015년07월10일 15시25분 ]

▲휠체어째 탑승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없어 휠체어 탄 장애인이 광역버스 앞에 멈춰서 있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시외이동권에 대해 법원이 민간 버스회사로 책임을 돌렸다.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은 묻지 않았다.

 

장애인·노인·영유아 동반자 등 교통약자의 시외이동권에 대한 1심 최종판결이 10일 나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민사합의 46부, 부장판사 지영난)는 교통약자들이 제기한 소송 중 장애인들이 시외버스를 탈 수 없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장애인 차별에 해당한다며 버스 사업자인 금호고속과 명성운수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는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버스 사업자에 휠체어 탄 장애인 등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도입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노인·영유아 동반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경기도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에 따라 시외·고속버스에 대한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부분은 기각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은 최종판결이 난 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이러한 재판부의 판결에 장애인계는 교통약자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이 빠졌다며 크게 반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은 최종판결 직후인 1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국가와 지자체가 교통약자에 대한 이동권의 책임을 회피했다고 질타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후에 민간사업자는 고속버스, 시외버스 이윤이 줄어드는데 왜 우리한테만 책임을 전가하느냐고 할 수 있다”면서 “오히려 고속버스사업자는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만드는 것보다 벌금 몇 푼 더 내는 게 비용이 덜 들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이것은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고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다. 그런데 이들은 책임에서 빠지고 민간사업자에게만 책임을 묻는 건 반쪽 자리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교통약자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유포시킬 위험이 있다.”면서 “교통약자법에서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한다고 이야기해놓고 그 법을 수호해야 할 법원이 이를 수호하지 않는 게 교통약자 이동권의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이 부끄럽고 야만적이다.”라고 질타했다. 

 

현행 교통약자법 3조에선 교통약자의 이동권에 대해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4조와 5조에서도 국가와 지자체, 교통사업자 등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1심 판결에선 이러한 부분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영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이는 단지 시외버스를 타느냐, 못 타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이동수단을 선택하여 가고 싶은 곳을 가는 게 사람이 사는 방식이고 권리가 아닌가.”라며 “국가는 언제까지 장애인의 이동권을 시혜와 동정으로만 다룰 것인가”라고 질타했다.

 

이번 결과에 대해 이들은 소송대리인 변호사 측과 논의 후 항소할 예정이며 교통약자의 시외이동권 보장을 알리는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3월 4일 휠체어 이용 장애인, 유모차를 끄는 영유아 동반자, 고령자 등 교통약자들이 국토교통부 장관, 서울특별시장, 경기도지사 그리고 버스 사업자인 금호고속과 명성운수 등을 상대로 제기한 것으로, 손해배상 및 시외 저상버스 도입계획 마련을 통한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법원은 올해 3월 24일 화해권고를 내렸으나, 원고와 피고 측 모두가 항소하여 법원의 최종판결에 이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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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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