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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복지에 중심 둔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제정 추진
지역사회 주거, 고용, 평생교육, 사회복귀 지원에 초점 맞춰
정신보건법 바로잡기공대위 법 제정안 공개...김춘진 의원 대표발의 예정
등록일 [ 2015년07월21일 21시46분 ]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제정안이 공개됐다. 정신보건법 바로잡기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신장애인 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 초안에서 권리보장 부분을 덜어내고 지역사회 복지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법안 이름도 '정신장애인 복지지원 등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로 바꿨다.


정신보건법 바로잡기 공동대책위원회,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등은 21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법안을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했다.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정신장애인 복지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정 토론회의 모습.


이날 발표된 정신장애인복지법안에서는 '강제입원' 제도 같은 정신장애인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다루지 않고 있다. 대신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받으며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지 서비스의 권리를 명시하고, 이를 실현할 구체 방안이 제시돼 있다.


이 법의 적용 대상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등록을 한 정신장애인과 등록은 하지 않았지만 복지지원이 필요하다고 인정된 자까지 포함하고 있다. 또한 법은 정신장애인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권리의 주체임을 밝히고, 이들을 지원하기 이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명시하고 있다.


법은 또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신장애인지원종합계획을 수립해 실행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의 중앙정신장애인복지위원회와 시도지사 소속 지역정신장애인복지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했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가 정신장애인을 위한 복지서비스 개발, 고용과 직업훈련 지원, 평생교육 지원, 문화·예술·여가·체육 활동 지원, 소득보장, 지역사회 거주·복귀 지원, 심리·사회적 재활지원 등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한 통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중앙정신장애인복지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지자체에서는 지역정신장애인복지지원센터를 설치해 운영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법안은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신장애인복지시설, 자조단체 등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지원을 할 수 있게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토론회에서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안을 발표한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장애인복지법을 비롯한 장애인 관련법은 신체적 장애인 위주의 지원과 보호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정신보건법은 병원 입원과 치료 등 의료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어 정신장애인의 사회적 통합을 위한 지원과 권리보호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신장애인이 정신병원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사회구성원으로 동등하게 살 수 있도록 재활·고용·평생교육·거주시설·돌봄 등의 복지서비스 지원 방안, 지역정신장애인복지지원센터 설립 등의 통합적인 지원체계 등을 규정한 법률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정신보건법 바로잡기 공대위 등이 지난해 말 정신장애인권리지원법 초안을 공개했을 때와 달리, 이번 법안에서 '권리' 부분이 축소되고 법 이름도 '복지지원'으로 바뀐 데에는 정신장애인을 둘러싼 지원 체계에 균형을 맞춰보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현재 심각할 정도로 의료·보건 중심이기 때문이다.


염 변호사는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거주를 막는 가장 큰 장애요인은 정부의 예산집행"이라며 "실제로 중앙정부의 예산집행을 살펴보더라도 2009년 기준 정신보건사업 예산으로 책정된 금액 750억 원 중 정신병원 및 정신요양시설에 지원되는 금액은 732억 원으로 정신보건사업 예산의 97%에 해당하는 반면,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와 관련된 예산은 15억 원으로 전체 정신보건예산의 3%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염 변호사 "법 제도의 개선뿐만 아니라 정부예산 집행의 방향을 정신보건기관 지원에서 지역사회 정착지원으로 획기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우려와 아쉬움은 있었다. 이문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차장은 "'권리'에서 '복지'로 관점을 전환했다는 것은 일면 이해할 수 있으나, 그렇다면 애초의 법률제정 목적인 정신보건시설에서 발생되고 있는 정신장애인 인권문제 해결방안은 어떻게 마련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차장은 유엔 등 국제기준에 기초해 강제치료, 강제입원 등 정신장애인 인권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염 변호사는 "이 법안을 만들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던 건 발의를 위한 법이 아니라 통과를 위한 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지난번 공개한 초안에서는 강제입원, 인권침해 문제에 관한 조항 등이 반영되어 있었으나 그러면 법안이 광범위해지고 통과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기반 확보에 초점을 두고 이번 법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예산 확보 문제와 법의 강제력 등 법의 현실성 확보에 대해서도 여러 토론자가 우려를 제기했다. 이문희 사무차장은 "정신장애인의 소득 증진과 사회참여와 관련된 법률안들이 임의 조항으로 명시되어 국가의 의무 여부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법률안의 목적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달성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용진 서울시정신건강증진센터장은 "지역사회정신보건운동을 통한 탈시설화에 성공한 외국의 사례와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교해 볼 때 가장 큰 차이점 두 가지는 법과 정책실현을 통한 국가의 의지 그리고 재정적 투자"라며 "탈시설화와 인권향상, 충분한 수준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더 지속적이고 일관된 정책 기조와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서도 염 변호사는 "국가와 지자체가 어떤 복지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라고 강제조항으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되면 법 통과 가능성이 10퍼센트 이하로 떨어진다"며 "정신장애인을 지역사회에서 지원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먼저 만들고 예산 문제 등은 이후 싸워야 할 과제로 남겨두는 게 한 단계 진전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신장애인 복지지원 등에 관한 법률' 제정 토론회가 진행되는 모습.

 

이 외에도 토론회에서는 여러 의문과 우려과 제기됐다. 현재 운영되는 정신보건센터와 법이 운영토록 한 정신장애인복지지원센터 등의 역할이 중첩된다는 점, 고용보장 등에 관한 현실적인 지원 내용이 부족하다는 점, 이 법 실현과정에서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권리의 주체로 인정될 수 있는가 하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염 변호사는 우선 수용가능한 법률안을 만들어 법이 통과되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중첩되는 내용이나 지원체계에 대한 세부 정리는 국회와 법안 통과 이후 과제로 넘겼다.

 

염 변호사는 "그동안 정신보건법 등에 기반한 정신장애인 지원은 복지는 문맥에 남고 치료와 입원 중심으로 이뤄졌다. 정신장애인을 위한 복지가 사실상 없었던 것이라고 본다."며 "정신장애인 복지를 명시한 별도의 법을 제정해 보건영역에서 떼어내지 않으면 정신장애인 복지 문제는 영원히 사각지대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건과 복지가 동등한 입장에서 교류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단절된 상태로는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김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할 예정이며, 고용·평생교육·지역사회 복귀 등 복지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업법도 일부 개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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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미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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