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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외이동권 소송? 이긴 게 이긴 게 아니다
변호인단 김용혁 변호사에게 듣는 1심 판결의 의미장애인 차별인데 권리구제 필요 없다? "매우 아쉽다"
등록일 [ 2015년07월24일 12시02분 ]

‘이긴 게 이긴 게 아니다.’ 결과를 간추리자면 그렇다.

 

지난 7월 10일,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이 제기한 시외이동권 소송 1심 판결이 났다. 이에 대해 언론은 ‘일부 승소’라는 표현을 썼다. 비마이너 또한 그랬다. 그러나 이는 맞으면서도 틀린 표현이다. 원고들이 청구한 소가 모두 패소하지 않았다는 면에서 이는 사실이다. 그러나 판결에 대한 의미를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이는 적절하지 않다. ‘승소’라는 단어에서 나는 승리의 냄새는 ‘일부’라는 제한적 의미를 지운다. 정확히는, 의미를 왜곡한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교통약자의 시외이동권 책임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의 몫은 지우고 이를 온전히 버스사업자에게 떠밀었다. 이러한 ‘기우뚱’한 판결은 소송비용에서도 선명히 드러난다. 원고로 참여한 장애인 3명은 국토부, 서울시, 경기도를 상대로 낸 소가 전부 기각당했기에 이 사이에 발생한 소송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하며, 버스사업자에 대해선 일부 승소했기에 절반만 부담한다. 원고로 참여한 또 다른 교통약자 당사자인 영유아 동반자와 고령자는 전부 패소했기에 피고 측 소송비용을 전부 물어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이겼는가. 판결문엔 판결과 함께 그에 대한 이유가 담겨 있다. 결과만큼이나 그것이 도출된 근거와 과정도 판결에선 중요하다. 아니, 때론 결과‘보다’ 더 중요한 때가 있다. 우린 근거와 과정까지 다 이해했을 때에야 이 소송에 대한 좌표를 찍을 수 있을 것이다.

 

시외이동권 소송 변호인단의 김용혁 법무법인 JP 변호사를 통해 이번 판결의 의미를 짚어봤다. 그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장애인단체의 법률 자문으로서 장애인미인가 거주시설인 원주 귀래 사랑의 집, 언어장애로 임용시험에서 탈락한 뇌병변장애인의 권리 구제 소송 등 다수의 공익 소송을 진행해왔다. 


 

• 원고 : 휠체어 이용 장애인 3명, 유모차를 끄는 영유아 동반자 1명, 60대 고령자 1명.
• 피고 : 국토교통부 장관, 대한민국, 서울특별시장, 서울시, 경기도지사, 경기도, 금호고속(시외버스 운송 사업자), 명성운수(광역급행, 직행좌석, 좌석형 버스 운송 사업자)  
• 기간 : 2014년 3월 4일 소 제기 ~ 2015년 7월 10일 1심 판결 
• 왜? 휠체어 탄 장애인은 시외버스, 고속버스에 탈 수 없어서. 전국에서 운행하는 9574대의 시외버스, 고속버스 중 휠체어 승강설비를 장착한 차량은 한 대도 없다. (2014년 10월 기준)
• 어떻게? 장애인들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권리 구제를 청구했으며, 이 법의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영유아 동반자와 고령자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비마이너(아래 비) : 이번 소송 총평을 해달라. 어떠한 것이 의미 있고, 어떠한 부분이 아쉽나.

 

김용혁 변호사(아래 김) : 이번 판결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아래 교통약자법)이 제정된 후 장애인을 포함한 교통약자의 광역 간, 시외 간 이동에 대해 선고된 첫 번째 판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애인 차별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은 법원의 해석례를 통해 정해지는데 해석례가 쌓이는 만큼 내용은 더 구체화된다. 따라서 앞으로도 이런 문제제기 소송이 더 많아져야 한다.

이번 소송에서 버스회사와 같은 교통사업자가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며 교통약자법 위반이므로 시정을 명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판결이다. 국가와 지자체가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가 있고 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부분도 의의가 크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아래 국토부)와 지자체가 저상버스 등을 도입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보고, 이에 대한 구제조치를 국가와 지자체에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쉽다.

 

▲휠체어째 탑승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없어 휠체어 탄 장애인이 광역버스 앞에 멈춰서 있다.

 

: 이번 소송의 근거가 됐던 법령은 교통약자법 제6조 2항 5호로 ‘이동편의증진계획(아래 증진계획)에는 저상버스 도입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거다. 그런데 법원은 이 조항만으로는 국토부와 서울시에 저상버스 도입 계획을 의무 규정하는 거라고 보긴 어렵다고 판결했다.

 

: 교통약자법 제6조 2항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읽은 잘못된 해석이다. 법에는 ‘해야 한다’고 명시된 의무조항이 있고 ‘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이 있다. 교통약자법 제6조 2항은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다.

 

: 그런데 법원은 왜 의무규정이 아니라고 한 건가? 판결문엔 시행령과 시행규칙에서 저상버스 도입 시기와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법률보다 우선할 수가 있나.

 

: 국회가 법률을 제정한다. 행정부가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제정한다. 국회가 법률에서 의무규정을 두었다면 행정부는 이를 집행하는 시행령, 시행규칙, 그에 따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법률에서 명한 부분을 행정부인 국토부와 지자체가 증진계획에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 그렇기에 사실 이 자체가 법률 위반이다. 법률은 헌법에 따른 구체적 명령을 담고 있다. 따라서 사법부는 법률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 그런데 증진계획은 국토부 혼자 결정할 수 없다. 교통약자법 제6조 3항을 보면, 국토부는 증진계획 세울 때 관계 기관과 협의해야 한다. 서울시 또한 마찬가지다. 이렇게 국토부와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도 기각 이유 중 하나인데.

 

: 관계기관과의 협의는 민주적 의견 수렴과 검토를 위해 절차적으로 배치된 과정이다. 제6조 2항은 저상버스 도입 등 증진계획에 담겨야 하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고, 이 내용이 담긴 증진계획을 수립·변경할 때 3항에 따라 관계기관과 협의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지금은 2항에서 포함하라고 되어 있는 내용이 증진계획에 전혀 들어있지 않다. 그 내용이 빠져있으니 증진계획에 포함하라, 원고는 지금 이걸 문제제기하는 거다. 따라서 법원은 빠진 내용을 포함하라고 판결하면 된다. 그 뒤에 3항의 절차를 밟는 거다. 증진계획 내용과 증진계획 수립에서의 절차적인 면은 전혀 다른 영역의 것이다.

 

: 법원은 국토부와 서울시의 증진계획에 ‘시내버스를 제외한 다른 유형의 버스’에 대한 저상버스 도입 계획이 없는 것이 교통약자법 위반은 아니라고 했다. 증진계획에 ‘모든 버스에 저상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것도 장애인 차별이 아니라고 판결했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 교통약자법은 교통약자들에게 동등한 수준의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국회가 제정한 법이다. 따라서 시내버스뿐만 아니라 교통약자가 이용하는 ‘모든 유형’의 버스에 이동편의를 높일 수 있는 내용이 계획에 포함되는 게 법률 제정의 목적과 취지에 걸맞은 거다. 이런 내용을 증진계획에 포함하지 않았다면 교통약자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해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보면, 제19조에 교통수단 접근·이용에 있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26조엔 장애인 차별을 해선 안 되는 행위주체로 국가와 지자체를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국가와 지자체가 증진계획에 장애인의 시외 간 이동편의 증진을 위한 편의시설을 담지 않았다면 분명한 장애인 차별 행위가 맞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이 교통약자 시외이동권 1심 최종판결이 났던 7월 10일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국토부, 서울시, 경기도는 교통행정기관으로 이동편의시설에 대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에 해당하나 법원은 적극적 구제조치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행정부인 교통행정기관에 명하는 것은 법원이 할 수 있는 구제조치의 영역을 넘어선다는 것도 기각의 이유로 들었다.

 

: 행정부가 시외버스, 고속버스에 교통약자의 이동편의를 높이기 위한 버스를 도입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입법부가 명한 것을 행정부가 따르지 않는다면, 사법부는 잘못했다고 판단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법원의 판단은 행정부의 사정을 지나치게 고려한 판결이 아닌가 싶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 2항에 따라 법원은 장애인 차별 행위라고 판단하면 이를 금지하기 위해 적극적 조치를 판결할 수 있다. 장애인 차별은 맞지만 차별 시정을 위한 조치는 명할 수 없다니, 수긍할 수 없다.

 

: 결국 버스사업자 두 곳에 대해서만 승소했다. 단, 정부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저상버스 도입은 한계가 있으니 버스를 개조해 휠체어 승강설비를 설치하라고 했다. 승강설비 개조 비용, 승하차 시 소요 시간 등 구체적 근거를 들면서 이 정도는 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부분은 흥미롭다.

 

: 당연한 판결이다. 같은 논리로 국토부와 서울시에도 판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아쉽다.

 

: 영유아 동반자, 고령자의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됐는데 기각 사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 국가, 지자체, 버스회사가 교통약자법을 위반하여 교통약자가 광역 간, 시외 간 이동하지 못했다면 당연히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교통약자법이 교통약자 개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까지 준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은 법문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해석한 결과다.

 

: 장애인단체들이 시외이동권을 요구하며 버스 점거 등의 투쟁을 해왔는데 이번 판결이 현장(민간)에선 어떻게 의미 있게 쓰일 수 있을까.

 

: 휠체어 승강설비가 장착된 버스가 아직 한 대도 없다. 그런데 이번 판결에서 버스회사들이 이를 도입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으니 버스회사를 상대로 이러한 버스를 도입하라고 촉구할 수 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시외버스, 광역버스에 교통약자를 위한 편의가 도입되기 위해선 국가와 지자체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제반 사항을 제공하지 않는 것에 법원은 장애인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운동도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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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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