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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권력 개념을 통해 본 우생학 ③
[김발의 장애학 연구노트-18]
신자유주의적 통치성과 우생주의
등록일 [ 2015년08월25일 20시06분 ]

푸코는 1976년에 생명권력/생명정치 개념을 제시한 후 1978~79년의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 『생명정치의 탄생(Naissance de la biopolitique)』에서는 신자유주의적 통치성의 성격과 그러한 통치가 초래하는 주체 형성의 양태에 대해 선구적인 분석을 수행한바 있습니다. 1970년대 후반에 노자타협과 사회통합을 기조로 하는 복지국가적 통치가 위기에 빠진 후, 영국의 대처리즘(Thatcherism)과 미국의 레이거노믹스(Reaganomics)를 시작으로 1980년대에 신자유주가 전면화되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신자유주의는 흔히 자유방임에 기초한 고전적 자유주의로의 회귀나 그것의 현대적 응용으로서 이해가 되어왔습니다. 그러나 푸코는 『생명정치의 탄생』에서 현대 신자유주의 근원이 되는 두 종류의 신자유주의를 다루면서 고전적 자유주의와는 전혀 다른 신자유주의의 성격을 분석해 냅니다.


푸코가 다루고 있는 첫 번째 신자유주의는 전후 1948년부터 1962년에 이르는 시기의 독일 질서자유주의(ordoliberalism)입니다. 질서자유주의 그룹의 대표적인 인물로는 프라이부르크 학파의 발터 오이켄(Walter Eucken)과 프란츠 뵘(Franz Böhm)을 들 수 있으며, 빌헬름 뢰프케(Wilhelm Röpke)와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Friedrich von Hayek) 또한 이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습니다. 고전적 자유주의에서 시장이란 기본적으로 ‘교환’의 장소이지만, 오이켄을 비롯한 질서자유주의자들에게 시장이란 ‘경쟁’의 장소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러한 경쟁이 자연 발생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즉 자연적 소여)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생산되어야만 하는 것으로서 파악된다는 점입니다.1)


하이에크에 따르면 신자유주의란 ‘모든 개인의 활동을 상호 조정하고’ ‘사회를 조직화하는 원리’로서의 경쟁을 창출해내는 것이기에 결코 자유방임을 원리로 삼지 않습니다.2) 그리고 뢰프케는 좀 더 명확히 “시장의 자유에는 능동적이고 극도로 용의주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3) 즉, 신자유주의란 시장과 사회 전반에 인위적인 경쟁을 구축하기 위하여 법과 제도를 통해 개입하는 ‘적극적 자유주의’이자 ‘개입적 자유주의’이며, “사회 따위는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society)”는 관점하에서 사회적이고 공적인 것을 해체한 후 시장질서와 경쟁의 원리를 일상의 수준으로까지 확산시킴으로써 사회를 통치하려는 통치 기법인 것입니다.


푸코가 다룬 또 하나의 신자유주의는 1960년대에서 1970년대 걸친 이른바 제2세대 시카고학파, 특히 인적자본(human capital)의 문제를 다뤘던 시어도어 슐츠(Theodore W. Shultz)와 게리 베커(Gary Becker)의 이론입니다. 인적자본 이론에서 노동이란 생산을 위해 기업에 일정 시간만 판매되는 노동력 상품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노동자가 지닌 적성․능력으로서의 ‘능력자본’입니다. 그리고 임금이란 이러한 능력자본에 할당된 소득입니다. 따라서 노동자는 각자의 능력자본을 소유하고 그러한 자본을 투자해서 임금이라는 형태의 소득을 창출하는 존재, 즉 ‘자기 자신의[에 대한] 기업가’인 일종의 1인 기업으로 간주됩니다.4)


한편 능력자본으로서의 인적자본은 선천적 요소와 후천적 요소로 구성이 되는데요, 전자는 다시 유전적인 것과 단순히 선천적인 것으로 구분이 될 수 있으며, 후자는 부모의 교육적 투자에 의해 후천적으로 획득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투자’란 단순히 아이의 교육에 돈을 지출하는 것처럼 순수하게 경제적인 의미의 투자를 넘어, 부모가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애정을 쏟는 것 같은 비경제적 행위까지를 포괄합니다.5) 이렇듯 신자유주의는 사회체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과 더불어 개인까지도 각각 투자․생산․비용을 관리하는 하나의 기업으로서 파악을 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사회 전체를 ‘경쟁’과 ‘기업’이라는 키워드에 따라 재편해 온 현대의 신자유주의적 통치체제는 종신고용 관행의 철폐, 능력별 급여의 도입, 노동시장의 유연화, 사회복지의 축소에 따른 사회보장의 개인화 등과 같은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여 무한경쟁의 환경을 조성해 왔습니다. 또한 그러한 경쟁에 적응하지 못하는 주체들은 마치 시장에서 기업이 도산되며 퇴출당하듯 가차 없이 사회 바깥으로 내쳐지게, 즉 “죽게 내버려”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통치 메커니즘은 단지 근대적 규율권력에 의해 통제되는 것을 넘어서는 새로운 주체, 즉 시장의 원리와 욕망을 내면화한 채 자발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투자를 행하고 자기의 위험을 관리하는 ‘자기-경영적 주체’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자기계발서의 적극적인 탐독, 소위 스펙을 쌓기 위한 시간 쪼개기 형태의 자기 투자, 외모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형수술 및 피트니스(fitness)―즉 인위적인 적합화―의 대중화, 조기교육과 사교육 투자의 지속적인 증대는 개인과 가족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자기-경영적 주체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어느 시점부터인가 「무한도전」과「슈퍼스타K」로 대표되는 ‘서바이벌 엔터테인먼트’가 지배적인 대중문화의 형식으로 등장하고 ‘루저’라는 말이 일상용어가 된 것은, 실제로 승자독식의 서바이벌 게임과 다를 바 없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6)


자, 그렇다면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통치 환경과 우생주의는 과연 어떤 상관성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요? 앞서 살펴본 인적자본의 요소에서 직접적으로 나타나듯, 유전적․선천적인 결함을 지닌 장애인은 출발선에서부터 능력자본의 취약함을 지닌 존재로서 간주됩니다. 그리고 후천적인 교육 투자가 이루어진다 해도 능력자본이 회복되고 무한경쟁의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능성이 낮은 존재로 이 사회에 남겨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지식기반 사회라고 불리며 비물질적 노동의 중요성이 증대된 오늘날의 사회에서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을 포함한 발달장애인은 더욱 그러하겠지요.


그렇다면 다른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살아남도록 하기 위해서, 이 사회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남들보다 더 우수하고 결함이 없는 아이를 갖고 싶은 우생주의적 욕망은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사이에서 점차 확대되어 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처럼 우생주의적 욕망이 현대를 살아가는 자기-경영적 주체들에게 내면화된 것으로 존재할 때, 신자유주의적 권력은 굳이 강압적 정책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판매되는 유전학적 서비스와 생명공학 상품을 통해 그러한 우생주의적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게 됩니다.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를 탄생시킨 연구팀의 일원이었던 미국의 인공수정 전문의 제프리 스타인버그.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임산연구소(The Fertility Institutes)의 홈페이지에 ‘눈 색깔, 머리 색깔, 암에 걸릴 가능성을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여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산전 검사 및 선별적 낙태와 같은 네거티브 우생학적 서비스뿐만이 아닙니다. 체외수정(in vitro fertilization, IVF)과 착상전 유전자진단(pre-implantation genetic diagnosis, PGD)7) 기술은 ‘맞춤아기(designer baby)’8)의 탄생을 이미 가능하게 했고, 이는 현재와 같은 치료적 목적이나 성별의 선택을 넘어선 포지티브 우생학적 서비스로 상품화될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습니다. 1978년에 최초의 시험관 아기 루이즈 브라운(Louise Brown)을 탄생시켰던 저명한 발생학자 로버트 에드워즈(Robert G. Edwards) 교수는 유럽인간생식및발생학회(European Society of Human Reproduction and Embryology)의 1999년도 연례총회에서 “머지않아 유전병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진 아이를 낳는 것은 부모의 죄가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의 질을 고려해야만 하는 세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선언을 하기도 했지요.9)


그리고 루이즈 브라운의 출생을 성공시킨 연구팀의 일원이었던 미국의 인공수정 전문의 제프리 스타인버그(Jeffrey Steinberg) 박사는 2008년 12월 자신이 운영하는 임산연구소(The Fertility Institutes)의 홈페이지에 ‘눈 색깔, 머리 색깔, 암에 걸릴 가능성을 선택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하여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10) 만일 이와 같은 형태의 포지티브 우생학적 서비스가 시장에서 판매된다면, 그리고 현재와 같은 무한경쟁 및 배제의 질서가 유지․강화된다면, 일정한 자금력을 지닌 부모들은 자식을 위해 기꺼이 ‘투자’를 감행하고자 할 것입니다. 독일의 위르겐 하버마스(Jürgen Habermas)가 착상전 유전자진단 기술의 우생학적 위험성을 강하게 지적하며 철학적 비판을 수행했던 것은11) 결코 노철학자의 과민 반응이 아닌 것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스티븐 루크스(Stephen Lukes)의 아래와 같은 통찰은 현대의 유전학적 서비스를 정당화하는 소위 ‘자율적 선택’이라는 수사가 지닌 어떤 근본적인 난점과 허구성을 드러내 줍니다. 그리고 반대로 우생학적 시스템에서 벗어나기 위한 우리의 실천 또한 매우 근본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음을 성찰토록 해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A는 B가 원치 않는 것을 하게 만듦으로써 B에 대해 권력을 행사할 수도 있지만, A는 또한 B가 원하는 것 그 자체를 형성해 내고, 거기에 영향을 미치고, 그렇게 하도록 스스로 결정하게 만듦으로써 B에 대해 권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이나 타자들이 가져주길 원하는 바로 그러한 욕망을 그들이 실제로 갖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최고의 권력의 행사가 아니겠는가?"12)


(다음 글에서 계속)

 

 

각주 1)  미셀 푸코,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오트르망 옮김, 난장, 2012, 183~187쪽.


각주 2)  요시유키, 『신자유주의와 권력: 자기-경영적 주체의 탄생과 소수자-되기』, 38쪽.


각주 3)  푸코,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197쪽.


각주 4)  같은 책, 316~319쪽.


각주 5)  같은 책, 322~326쪽.


각주 6)  문강형준, 「연예인 서바이벌에서 ‘전 국민 서바이벌’로」, 「‘루저’의 정치학」, 『혁명은 TV에 나오지 않는다』, 이매진, 2012, 35~38쪽, 121~124쪽.


각주 7) 시험관에서 체외수정된 배아의 유전적 결함 여부를 사전에 진단한 다음 건강한 배아만을 골라 자궁에 착상하는 기술을 말한다. 1990년대에 상용화된 PGD의 경우 성별과 더불어 약 200종류의 유전적 이상을 검사할 수 있었으나, 2000년대 중반에 이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PGH(pre-implantation genetic haplotyping) 기술이 개발되었다. PGH는 6,000종류의 유전적 이상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으며, 이 기술을 이용한 첫 번째 시험관 아기가 2006년 11월 14일 영국에서 처음 탄생하였다.


각주 8)  주로 희귀 혈액질환이나 암 등을 앓고 있는 자녀를 치료하는 데 이용할 줄기세포 등을 얻기 위하여, 체외수정 기술을 통해 질환을 지닌 자녀의 세포조직과 완전히 일치하는 특정 배아를 가려낸 후 착상전 유전자진단을 통해 유전적 이상이 없는 배아를 착상시켜 탄생시킨 아기를 말한다. 2000년 8월 29일 미국에서 처음으로 이러한 맞춤아기 애덤 내시(Adam Nash)가 탄생하였으며, 호주 빅토리아주 보건 당국은 2002년 4월 3쌍의 부부에 대해 자녀 질병치료 목적의 맞춤아기 출산을 허용하였다. 영국에서도 유전성 희귀 빈혈을 앓고 있는 4살 난 아들을 치료하기 위해 맞춤아기 출산을 희망해 온 한 부부가 소송을 제기했고, 2003년 4월 영국 고등법원으로부터 ‘아이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맞춤아기 출산은 새로운 기술의 합법적 사용'이라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각주 9)  Lois Rogers, “Having Disabled Babies Will Be ‘Sin’, Says Scientist”, The Sunday Times, 4 July, 1999.


각주 10) 「“머리카락․눈 색깔 선택만 하세요”」, 『위클리 경향』 818호, 2009-3-31(http://newsmaker.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6&artid=19592&pt=nv).


각주 11)  위르겐 하버마스, 『인간이라는 자연의 미래: 자유주의적 우생학 비판』, 장은주 옮김, 나남출판, 2003.


각주 12)  Steven Lukes, Power: A radical view, London: Macmillan, 1974, p.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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