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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입원시키고 난 죄책감 속에 쉬었다
[2015 광인일기] 정신장애인 가족 인터뷰 _ 남편, 박문규
등록일 [ 2015년11월25일 13시12분 ]

# 01.
남편은 아내의 정신장애에 대해 결혼 직전 알았다. 그러나 크게 염려치 않았다. 정신장애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다.

 

# 02.
2014년, 아내가 입원했다. 세 번째 입원이었다. 아내의 입원 후, 남편은 독감으로 앓아누웠다. 여섯 살 난 아이를 돌봐줄 이가 아무도 없었다.

 

# 03.
남편은 장애인활동보조 일을 한다. 그가 아는 한 아내와 아이를 돌보며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남편은 주중 4일, 하루 최대 9시간 일한다. 한 달 수입 평균은 80여만 원. 2015년 기초생활수급자 3인 가구 생계급여 96만 원보다 낮다.

 

# 04.
그러나 그의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다. 현재 사는 집이 부모님 소유이기 때문이다. 즉, 가구 소득과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수급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부모님 재산을 이유로 그는, 그의 가족은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지 못한다. 그래서 가끔 아내가 정신병원에 입원하면 입원비로 인한 타격이 크다. 현재 정신장애인 가족에게 지원되는 복지서비스는 아무것도 없다.

 

# 05.
2015년 11월 5일, 아내가 또다시 입원했다. 다섯 번째 입원이다. 강제입원에 반대하지만 남편은 또다시 보호의무자로 아내를 강제입원 시킬 수밖에 없었다. 죄책감이 밀려온다.

 

박문규 씨(46세)는 정신장애가 있는 아내(42세)와 2008년 10월 결혼했다. 아내는 정신장애 3급으로 조현병(정신분열)이 있다. 그와 그녀는 2007년 지인 소개로 만났다. 그가 아내의 정신장애에 대해 안 것은 결혼 직전인 2008년 초. 정신장애가 어떤 것인지 몰랐던 남편은 아내가 병원에서 퇴원했다기에 ‘다 나은’ 줄 알았다. 그러나 결혼식 직전 아내는 또다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첫 번째 입원이다. 결혼 후 아내는 곧 임신했다. 병원에선 아내가 임신했으니 약을 끊어보자고 했다. 약을 끊으니 증상이 올라왔고, 또다시 아내는 입원했다. 병원에서 만난 아내는 남편에게 말했다. “내가 속았어. 나는 임신하지 않았어. 내가 임신했다고 세상 사람들이 나를 속이고 있는 거야.”


두 달을 훌쩍 넘겨 아내는 퇴원했다. 2009년 7월, 아이는 건강하게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아이를 출산한 뒤 아내에겐 우울증이 찾아왔다. 이듬해 봄, 아내는 첫 번째 자살 시도를 했다.


그래도 다행히 그 후 괜찮은 시간이 오래 지속됐다. 어느 날 아내가 조심스레 말했다. “이제 약을 끊어도 되지 않을까.” 남편도 생각했다. ‘내가 잘 지원하면 괜찮지 않을까.’ 해서, 아내는 약을 끊었다. 그러나 두 달 뒤 또다시 증세가 올라왔고 2014년 11월, 아내는 세 번째 입원을 했다. 두 달을 입원하고 아내는 퇴원했다. 그러나 복용하고 있던 약이 부작용을 일으켰다. 약을 바꿔야 했다. 약을 바꾼 지 보름 만에 재발하면서 아내는 네 번째 입원을 했다.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네 번째 입원 후 아내에게 병식이 생겼다는 거다. 병식이란 단지 자기가 병이 있다고 인식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병이 있다는 인식을 넘어 그것을 다스릴 수 있는 능력까지를 의미한다.” 박문규 씨의 말이다. 그전엔 증상이 올라오면 아내는 먹던 약마저 거부했다. 그러나 세 달여 전, 아내는 올라오는 불안과 자신의 이상 증세를 자각하곤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약을 먹어야겠다고 말했다. 큰 변화였다. 그렇게 무사히 넘어간 적이 있었다. 그러나 지난 11월 5일, 아내는 다섯 번째 입원을 했다. 아슬아슬함과 다행스러움을 반복하며 그와 그녀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성남의 한 카페에서 그와 두 번째 인터뷰를 했다. 첫 번째 인터뷰한 날로부터 정확히 2주가 지난 금요일이었다. 그는 금요일과 주말에 쉰다. 월요일 통화 당시, 금요일에 만날 수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주저했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했다. 목요일에 다시 연락을 주겠노라 했다. 그리고 나흘이 지난 목요일, 그는 내일 만날 수 있다고 했다. 만나자마자 그는 말했다. “어제 아내가 입원했어요.” 그날 아침 10시, 그는 아내의 병원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카페를 채우는 대중가요 가락과 함께, 그의 이야기가 낮게 따라 흘렀다. 그의 삶은 그렇게 이 세계 분주한 흐름 밑바닥에서 수런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때론 세상과 주파수가 맞지 않아 지직거렸고, 그 파동은 온전히 그의 몫이었다. 그 혼자, 그의 가족 홀로 출렁거렸고 진동했을 뿐 사회는 여전히 분주하고 시끄러웠다. 분명 세계 안에 있는데 적막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주택가, 그의 아내가 창문 열고 내지르는 비명은 사람들에게 직격으로 가닿았는데 그의 가족이 앓는 고통은 그 안으로만 파고들었다. 안으로, 안으로, 안으로. 삼키기만 했던 이야기를 들었다. 정신장애인 가족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이것은 그의 이야기이면서 그 아닌 누군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두 번에 걸쳐 진행된 인터뷰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었다.

 


# ‘나 편하려고 입원시킨 거 아닌가’ …가족, 죄책감 시달려

 

▶ 아내분은 어떤 증세가 있나요?
- 증세가 아주 심할 땐, 하나님이 자기 데려간다면서 가만히 누워있어요. 집이 무너진다고 해도 누워있을 정도로 가만히. 먹지도, 자지도 않고. 눈 감고 있어도 잠이 안 온대요. 방언이라고, 알아듣지 못할 말도 하고.
 

▲박문규 씨

 

▶ 입원할 땐 아내분도 입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동의하에 입원하는 건가요, 아니면 이대로 두면 너무 힘드니깐, 악화되니깐 입원시키는 건가요?
- 처음과 두 번째 입원 땐 집 창문 밖에다 대고 소리를 질러요. ‘마귀야 물러가라’하면서. 한밤중에 소리 지르면, 솔직히 그런 것도 있어요. 동네 창피해서. 어쨌거나 시끄러운 건 남한테 피해 가는 거잖아요. 이 사람도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으니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기는 거고. 저 혼자 감당하기도 힘들고.


▶ 가족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선택이라는 거예요?
- 네. 그런데 입원시키고 나서 죄책감도 많이 들어요. 나 편하려고 입원시킨 건 아닌가, 내가 동네 창피해서 입원시킨 건 아닌가. 입원시키고 쉼이 오는데 쉼 속에서 죄책감이 생겨요. 내가 이렇게 편하려고 입원시킨 건 아닌가…. 주변 여건이 입원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입원시켜놓고 그런 죄책감에 사는 게 가족이에요. 쉼이 있어도 그게 제대로 된 쉼이 아닌 거죠. 


▶ 마음이 안 좋으시겠어요.
- 좋진 않죠. 근데, 모르겠어요. 여러 번 되풀이되다 보니깐 재발했다고 울적해지고 심적으로 힘들어지진 않더라고요. 그런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니깐. 경우에 따라 재발할 때마다 힘들어지는 가족도 있겠지만 아마 많은 가족이 세 번 이상 겪고, 5년 이상 되면 비슷할 거예요.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건 아니에요.

 

▶ 결혼 당시 주변 사람들, 가족들 반응은 어땠어요?

- 교회 사람들은 (아내가 정신장애가 있는지) 알았고, 가족들은 몰랐죠. 두 번째 입원했을 때 누나들한테만 알렸어요. 누나들도 조현병까지는 모르고 스트레스받는 정도로만. 그런데 주변 사람들도 증세 심할 때 보는 게 아니니깐. 친분 있는 사람들에게만 이야기했는데 다들 잘 받아줘요. 그래서 어느 정도는 알리는 게 좋다고 봐요.
부모님껜 아직 말 못 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 받아줄 수 있는 부모라면 알리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지금도 부모님 집에 가면 저희 엄마가 집사람에게 엄청 스트레스를 줘요. 그런데 만약 그런 병 있다고 하면 스트레스가 덜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걸 밝히기엔 좀 힘들어요.

 

▶ 처음엔 정신장애에 대해 잘 몰랐다고 하셨는데, ‘정신장애’라는 것 자체를 이해하는 게 아내를 이해하는 것과도 닿아있을 것 같아요. 어떤 과정이 있었나요?
-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하는 가족모임 교육을 2010년에 처음 들었어요. 그런데 별 도움은 안 됐어요. 패밀리링크라고 가족이 공부해서 가족모임에서 강의하는 게 있는데, 직장인을 위해 저녁에 교육을 해요. 저녁때 하니 졸리기도 하고… 다른 내용은 기억나는 게 없고요, 약물시간이었나. 이 병이 쉽게 낫는 병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의사 선생님이. 그 이야기가 저에겐, 난치병이라고 이야기하는 건데, 난치병이라는 용어를 쓰진 않았지만, 치료하기 힘든 게 난치병이잖아요. 불치병이라고 들리는 거예요. 불치병은 치료할 수 없는 병이잖아요. 너무… 그 화난다고 해야 하나, 슬프다고 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지.


▶ 절망스러우셨어요?
- 네, 절망스러운 감정이 확 들더라고요. 이런 교육 왜 받나 싶기도 하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억지로 듣긴 했는데 그냥 듣고 흘렸어요. 그러다가 2012년에 다시 교육 들으라고 하더라고요. 그땐 두 번째니깐 잘 들리더라고요.


▶ 잘 들렸다니, 2년 사이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거죠?
- 심적으로 안정된 거죠. 아내 증상이 많이 완화됐으니깐. 한 번의 자살 충동이 있었지만.

 

이미 몇 년째 살아가고 있는 일상이었는데 현실을 수용하는 것은 달랐다. ‘절망.’ 그날의 시간을 복기하는 그 목소리에 물기가 어렸다. 그러나 절망에서 현실로 그를 돌려놓은 것도 아내의 회복이었다. 그는 2012년 패밀리링크 교육을 이수하고 정신장애인 가족 강사가 됐다. 패밀리링크는 기초과정, 지역심화과정, 중앙심화과정 3단계로 진행되는데, 각 지역 센터별로 기초과정을 하고 광역별로 지역 심화를 한 뒤, 전국에서 모여 1박 2일 동안 중앙심화과정 교육을 한다. 패밀리링크는 현재 한국정신사회재활협회와 용인정신병원 세계보건기구 협력기관이 주관하여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 부모님 소유 집으로 수급자 선정 안 돼, 아내 입원하면 가계 ‘휘청’ 

 

▶ 입원하는 동안 아이는 누가 돌봐요?
- 제가 하죠. 첫 번째, 두 번째는 저 혼자였는데 세 번째 입원 땐 아이가 있잖아요. 세 번째 입원시키고 독감이 오더라고요. 아이도 키워야 하고 일도 해야 하는 데 큰일이다, 싶었죠. 한 3일은 버텼는데 그 뒤 앓아누웠어요. 아이는 어찌어찌해서 유치원에 보냈는데 굉장히 힘들었죠.


▶ 지금은 어떤 일 하세요?
- 장애인 활동보조 일하고 있어요. 수입은 들쭉날쭉한데 적을 땐 60만 원, 평균 80만 원. 올해 5, 6월부터 시작했어요. 원래 더 적은 시간을 생각했는데 구하다 보니 하루 9시간이 잡혔어요. 작년 초부터 올해까진 일이 없어서 24시간 아내와 거의 붙어있었어요. 그러다가 일 시작하고선 낮에 떨어져 있잖아요. ‘발병 원인이 뭐냐’고 하면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대화가 줄어든 것도 있는 거 같아요. 결국은 아내에게 잘하려면 일도 줄일 수밖에 없어요. 장시간 일하는 게 힘들고 가족모임이나 패밀리링크 강사 활동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활동보조 일을 선택했는데….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 힘들다는 거죠. 경제적으로.


▶ 그 수입으로 세 가족 사는데 힘들지 않아요?
- 일단 집세가 안 나가니깐 약간 부족하게 살 순 있어요. 그러다가 입원하면 한 달 수입 절반 이상이 나가요. 현재까진 그전에 모았던 돈으로 어떻게든 사는데 얼마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 한 달 입원비가 얼마나 드나요?
- 지금 입원한 곳은 한 달에 45만 원 정도. 한 달에 그 정도면 적은 거 아니냐, 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저희에겐 큰 부담이죠. 원래 들던 돈이 아니잖아요. 빠듯하게 먹고 살던 상태에서 갑자기 돈이 드니 힘들죠. 작년 초엔 공부하려고 모아놓은 돈이 있었는데 갑자기 입원하면서 거기에 다 써버렸어요. 병 생기면 돈 들고 인력도 투여되죠. 그럼 돈 못 벌고. 빈곤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거예요. 진짜 빈곤해져서 수급자가 돼야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지난번에 복지관에 ‘에너지 바우처’인가, 붙어있는 거예요. ‘소득 몇 퍼센트 이하’ 기준이 있더라고요. 저흰 장애인 가족에 그 기준 이하니깐 되겠다 싶어 전화하니 수급자 가구 중 그 기준 이하만 가능하데요. 우린 그 이하인데 수급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안 되는 거예요. 도움받으려고 동사무소 찾아가도 안 되는 거 너무 많아요. 당사자는 당연히 지원해줘야 하는 거고, 그 가족에게도 어려움이 있는데 그걸 제도적으로 해주지 못하고 있어요.


▶ 왜 수급자 자격이 안 돼요?
- 지금 사는 집이 부모님 집이에요. 부모님 소득 때문에 수급자 못 되는 거죠. 부모님도 80대로 연로하셔서 모아둔 돈으로 사는 건데. 이 집 판다고 해도 어쨌거나 집 장만은 해야 하잖아요. 요즘 전세가 어딨어요. 반전세하면 월세 나가는데 지금보다 윤택할 수 있나, 아니라는 거예요.

 

 

# 정신장애인 가족, 경제적 어려움 호소… 지원 절실하지만 ‘無’

 

▶ 다른 정신장애인 가족이 겪는 보편적인 어려움엔 어떤 게 있나요? 가족이 나와 어떤 관계(배우자, 자녀, 부모 등)에 있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긴 한데.
-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크고, 그 다음 스트레스. 증세가 심하든 약하든 당사자가 집 안에만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우리의 고통을 알긴 쉽지 않아요. 제 경우엔 부모님 집에 간다고 할 때 대뜸 아내가 “난 안 가” 이렇게 이야기해요. 그래서 저 혼자 가면 ‘애 엄마는 왜 안 왔느냐’고 하고. 그것도 스트레스잖아요. 집사람 생각해서 행동하면 거기서 부딪히는 것도 있고. 


▶ 가족이라는 내밀한 공간, 일상적 관계 안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가 누적되니깐 힘든 거예요?
- 그렇죠. 이걸 또 어디 가서 털어놓기도 좀 그렇잖아요. 


▶ 가족모임에선 이런 이야기 안 해요?
- 가족모임에서 하면 좋은데 가족모임도 관(官)이 주도하다 보니깐. 모임마다 다르겠지만 일정대로 끌려가다 보면 제대로 이야기할 시간이 없죠.


▶ 관과 분리된 자조모임은 없나요?
- 그런 걸 만들어야 하는데 가족모임 나가면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새로 만드는 게 참 힘들어요. 연령대도 맞아야 하고. 저한테 맞는 단체를 찾기 힘들어요.


▶ 욕구가 있긴 한데 모이기가 힘든 구조인가 보네요. 정신장애인 가족에게 지원되는 서비스는 있나요?
- 가족으로서 지원받는 건 정신건강증진센터나 병원에서 가족 교육받는 거 외엔 없어요. 이 병이 수술하거나 약 먹는다고 낫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깐 가족으로썬 당사자를 어떻게 케어할지, 병에 어떻게 접근할지, 가족으로서의 중압감을 어떻게 다룰지, 이런 전반적인 것에 대한 교육이 필요해요. 현재는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이 교육을 하고 있는데 문제점은 센터에 등록된 사람 위주로만 한다는 거예요. 정신보건법에 따라 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하면 그 사람을 각 지역 센터에 알리게 되어있어요. 그런데 개인정보라서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안 할 수 있거든요. 작년까지만 해도 퇴원할 때 병원에선 ‘정신건강증진센터에 알리는 거 거부할 거죠?’라고 물어봤어요. 그러니깐 센터에 등록된 사람은 전체 환자의 10%도 안 되고, 나오는 사람은 센터에 등록된 환자의 반도 안 돼요.
안 나오는 주된 이유는 가족들이 연로하다는 거예요. 대부분이 부모님이에요. 지금 나오는 이들도 평균 10년 이상 병을 앓은 사람의 가족이고. 당사자가 30~40대, 이들 가족이면 젊은 부모가 50대, 아니면 60, 70, 80대예요. “10년 이상을 이렇게 지냈는데 내가 거기 가서 새로운 거 뭘 배우겠어” 해요. 제가 전화 걸 때도 있는데 “우린 그런 거 필요 없다, 우리 아이는 괜찮다, 전화하지 마라” 해요. 어머니들이 나온 경우, 자식이 10년 이상 앓았는데도 아버지들은 ‘우리 아이가 무슨 정신병이냐’ 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경우 부부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질 수도 있죠.


▶ 가족으로썬 어떤 지원이 가장 필요하세요?
- 경제적인 게 가장 어려워요. 환자가 생김으로써 가족이 겪는 어려움이 있는데 그에 대한 지원이 있었으면 해요. 정신병이 아니더라도 큰 병이 생겼을 때 가족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암 쪽에도 치료비 지원만 있지 실질적인 경제적 지원은 없는 거 같더라고요.
그리고 긴급한 상황에서 이용할 수 있는 가사도우미 서비스 같은 게 있으면 좋겠어요. 제 경우엔 제가 아프고 당사자가 병이 심하거나 입원하면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그런 서비스를 평상시 해달라는 게 아니라 긴급 상황에서 투입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 정신장애인 가족에 대해선 실태 파악이 이뤄진 게 있나요?
- 국가인권위원회나 장애인개발원에서 가족 대상으로 연구조사는 한 것 같은데 결과물만 있지 정책적으로 변하거나 도움되는 건 하나도 없어요. 제대로 되는 거 같진 않아요.

 

200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재가 정신장애인 및 가족의 생활실태 조사연구’라는 국가보고서를 펴냈다. 당시 연구는 가족 67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들의 평균 나이는 58.43세, 정신장애인과의 관계는 부모가 71.5%로 가장 많았다. 이어 형제자매 15.5%, 배우자는 6.6% 순이었다. 가족 평균 소득은 141만 원이었으며 월 99만 원 이하가 40.6%에 달했다. 응답자 중 34.4%가 기초생활수급가구로 조사됐다. 열악한 경제 사정은 욕구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응답자들은 ‘당사자의 치료와 재활에 대한 정부 지원’ 등 경제적 지원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의 지적처럼 이는 조사에 그쳤고 정책에 반영되진 않았다. 아니, 정신장애인 가족에 대한 실태조사는 2008년의 이 낡은 조사가 유일하다. 실태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거다.  

 

 

# 비상시, 정신장애인 당사자 부탁할 주변 인력 없어 

 

▶ 선생님이 부재할 때 아내에 대한 보호는 누구에게 맡기세요?

- 증세가 올라오기 전엔 큰 문제 없어요. 그런데 증세가 올라오면 제가 양해를 구하고 일정에서 빠지던가, 복잡해지는 거죠. 일 나간다고 해도 일손이 잘 안 잡혀요. 아이 문제 때문에도 생각해봤는데 결론은 ‘없다’예요.

 

▶ 미래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어요? 갑자기 본인에게 사고나 무슨 일이 생길 때 어떻게 해야겠다.

- 그런 생각은 하죠. (아내가) 굉장히 힘들겠구나, 많이 두려워하겠죠. 그런데 이야기하면 무서워할 수 있으니깐. …장모님이 책임져야죠. 장모님과 이야기해본 적은 없어요. 내가 어떻게 될 때 이렇게 해달라, 쉽게 이야기할 수 있지는 않잖아요.

 

▲박문규 씨와 그의 아내 (사진 제공 : 박문규)

 

▶ 아내도 돌보고, 아이에 대한 육아도 책임져야 할 것 같은 데 지치진 않으세요?
- 생각하면 많이 지치겠죠. 즐거워서 하는 건 아니지만 상황이 그러니깐 하는 거죠.


▶ 정신장애인 가족이라고 하면 ‘고통’이라는 단색의 필터로 바라보는 게 있을 것 같아요. 정작 같이 사는 사람은 일상적으로 여러 일이 있을 것 같은데. 소소한 즐거운 일상이라던가.
- 그냥 사랑하니깐 (웃음) 아이가 재롱 피우면 이런 맛에 산다고 하는데 만약 그런 맛이 없으면? 장애가 심해서 아무것도 못 하는 아이가 있어요. 걔는 재롱 피울 수 없는데 ‘그런 맛’ 없는데 어떡해. 자기 자식이니깐 하는 거잖아요. 이런 맛에 산다, 그런 것보다는 진짜 가족이니깐 사는 거 같아요. 좋았던 부분, 있겠죠. 그런데 그런 부분을 생각해서 사는 건 아니라는 거죠.


▶ 선생님께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 가족은, 가족이죠. 식구. 친구는 슬플 때 나누려면 찾아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가족은 같이 있잖아요. 그게 그냥 되는 거죠. 굳이 어디 찾아가지 않아도 기대고 나눌 수 있고.


▶ 선생님도 다른 가족에게 의지하는 부분이 있다는 말씀이세요?
- 있죠. 물론 아이는 어리고 집사람은 집사람대로 아프니 잘 안 되긴 하지만 (웃음) 그래도 옆에 있으면 편안해지고. 제가 성격이 그래서 밖에 있었던 일을 막 이야기하진 않지만 옆에 있어 줌으로써 의지가 되죠.


▶ 이야기 들었을 땐 일방적 돌봄의 관계인 것 같기도 해서요. 그런데 같이 살다 보면 아, 서로 주고받는 게 있을 텐데.
- 아니, 주고받아서가 아니라 가족이 그런 거니깐. 한쪽이 심하면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거고. 그런데 그 기울어진 것에 대해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없는 게 가족이라는 거죠. 내 의무는 다른 가족이 나에게 의지할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주는 게 의무고. 돌보는 것도 이 선상에서 이야기되는 거죠. 내 가족이니깐 케어하는 거죠. 가족이니깐 옆에 있어 주고.


▶ 때로 그 가족의 무게가 너무 무겁진 않으신가요?
- 그건 누구나 무겁지 않을까요. 그런 걸 느끼긴 하는데 제가 남보다 더 심할 거라는 생각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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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민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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