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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우리 곁을 떠난 김준혁을 기억하며
발달장애인이 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은 언제 올까?
등록일 [ 2015년11월30일 17시50분 ]

어느 날,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전화가 한 통 날아왔다. ‘장애해방열사 단’의 박승하 활동가였다.


“형! 24일 날 김준혁 동지의 2주기 추모제가 있는데, 오셔서 발언 좀 해주세요.”


▲故 김준혁 활동가
맞다! 그 친구가 죽은 지 벌써 2년이 되었다. 준혁은 2년 전 자신의 아파트에서 그만 맹장이 터져 이웃 주민의 신고로 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복막이 너무나 많이 번져서 수술 중 사망했다. 그는 발달장애를 가진 친구였다. 그럼에도 집안에서 그를 돌봐줄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바로 1년 전, 함께 살던 그의 어머니가 암으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의 시신은 다음 날 그의 친척들에 의해서 벽제 화장터에서 재가 되어 조용히 사라졌다.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곳은 국가인권위원회 11층에서다. 처음 만난 준혁은 키가 크고 덩치도 매우 듬직했다. 부리부리한 눈썹을 가지고 있었으며 곱슬머리에 머리가 약간 벗겨졌지만 나이에 비해 늙어보이진 않았다. 그리고 그는 매우 친절했다. 그때 그에게 화장실 도움을 청했는데, 아이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도와줬던 기억이 난다. 2009년 11월 인권위원장 자격 없는 현병철의 퇴진을 요구하기 위해 장애계의 주도로 국가인권위원회 11층을 점거하던 날이었다.


준혁은 매우 순박한 친구였다. 당시 나는 장애인문화공간에서 활동하던 시기였고 단체가 크고 작은 장애인관련 집회에 자주 참석했었다. 그리고 준혁이 그는 항상 그곳에 있었다. 어떤 때는 규식이 형 활보를 했고, 또 어떤 때는 또 다른 중증장애인의 활보를 했다. 활동보조교육을 받고 서울의 모 IL센터 소속의 활동보조인이었지만 그의 처지가 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자였기 때문에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기 힘들었다고 한다.


그는 떳떳하게 자신이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고 싶어 했다. 하지만 수급자 처지였던 그가 정상적인 절차로 장애인활동보조의 대가를 받게 되면 수급권을 버려야 한다.


“야, 그럼 수급권 버리고 정식으로 활동보조 해!”


어느 날 준혁이 내게 와서 하도 툴툴대자 짜증나서 내뱉은 말이었다. 덩치가 산만했던 그는 의외로 겁이 참 많았다.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누가 자기를 꾸준히 써 주겠냐고 하며 차마 수급권은 버리지 못했다. 안타깝지만 맞는 말이었다.


그는 순박했지만 정의로운 친구였다. 그랬기 때문에 항상 장애인운동에도 적극적이었다. 이런 그가 잘살았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하지만 이 모진 세상은 그를 죽였다. 내가 사는 이 땅은 약삭빠르고 머리 잘 굴리는 놈이 잘사는 세상이다. 그는 대학까지 나온 고학력자다. 물론 대학 나왔다고 다 취직이 되는 건 아니지만, 만약 그와 같은 발달장애인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졌더라면, 그가 그런 시스템 속에서 직업교육을 받고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면 그의 죽음도 연기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뜩 든다.

 

▲장애인문화예술 활동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던 故 김준혁 활동가의 모습. 오른쪽에서 두번째.


성일중학교 내에 건립될 발달장애인 직업능력개발센터가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문득 준혁이가 생각났다. 준혁이는 세상을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던 친구다. 만약 그가 살아있었더라면 그곳에 한걸음에 달려왔을 거다. 이곳에 건립될 발달장애인 직업능력개발센터는 누구보다 준혁이와 같은 친구에게 필요한 시설이다. 하루빨리 순조롭게 지어져서 준혁이와 같은 발달장애인들이 열심히 일을 배우고 직업을 갖는 그런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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