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이지로 설정 즐겨찾기에추가 RSS에 추가
| Mobile icon 모바일모드 | 위치별광고안내 | 로그인 | 회원가입
2017년07월23일sun
기사최종편집일  최종뉴스편집일
비마이너로고
news
뉴스상세검색 버튼
기사등록 기사제보
전체메뉴 뷰 펼침
HOME 뉴스홈 > 기획연재 > 광인일기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미친 사람들’의 당당한 이름, ‘매드 프라이드’
정신장애인에게 씌워진 낙인의 이름을 전복하는 글로벌 축제
등록일 [ 2015년12월04일 18시01분 ]

‘매드 프라이드’? 조금 무식하게 직역해보자면, ‘미친 자존심’ 정도 되겠다. 다소 역설적인 조합처럼 보이는 이 단어를 내걸고 매년 성대한 축제를 여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여러분이 이미 낯설게 느끼고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런 이들이 없다. 하지만 이미 영국,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이 이름을 단 행사가 열리고 있다. 대체 누가 이런 행사를 한단 말인가? 바로 세상 사람들로부터 정말로 ‘미쳤다’고 손가락질 받고 있는 ‘정신장애인’들이다. 이들은 ‘매드 프라이드’를 통해 세상의 왜곡된 시선과 편견을 넘어 그들만의 ‘미친 자존심’, 그리고 ‘미친 존재감’을 과감하고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미친 게 자랑스럽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이건 그냥 ‘아픈 거’ 아닌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미쳤다’는 것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언제 위험한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매드 프라이드’를 통해 이들이 사회에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인지 차근차근 알아보자.
 

# "나는 존엄하다" 매드 프라이드(Mad Pride)를 아시나요?
 

이런 질문을 한번 던져보자. 우리는 왜 ‘정신장애인=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누군가 ‘여성=까다로운 사람’이라거나 ‘한국인=성질이 급하다’ 같은 이야기를 한다면 성급한 일반화를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유독 정신장애인은 위험하다는 부정적인 생각은 별다른 고민 없이 통용되고 있고,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국정신의학저널이 2010년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조현병(정신분열)을 가진 사람들이 자해나 타해의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한 미국인의 비율은 2006년에 각각 84%, 60%로 1996년 81%, 54%보다 더 높아졌다. 또한, 영국의 정신장애인 단체 타임 투 체인지(Time to Change)가 수행한 설문조사에 참여한 정신장애인 당사자 69%가 “정신장애로 인해 부정적인 대우를 받았다”고 답변했다.


USA투데이는 정신장애인이 직면한 심각한 낙인(Stigma)을 지적하며 “사회에 만연한 낙인효과 때문에 사람들은 삶이 망가져 갈지언정, 지원책을 찾기보다 부끄러움 속에 살아가는 것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또라이’라는 욕설부터 언제부턴가 살인사건 보도에서 빠지지 않는 ‘사이코패스’까지, 광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는 각종 매스미디어에서 거리낌 없이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사회가 덧씌운 낙인을 지우고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것은 자존감을 회복하고 당당한 사회 구성원으로 서기 위한 기본적 조건이다. 최근 화제를 모은 like a girl(여자아이처럼) 캠페인 영상이 좋은 예다. 영상은 “여자아이처럼 뛰어 보세요”, “여자아이처럼 야구공을 던져 보세요”와 같은 요구에 우스꽝스러운 동작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 후 “언제부터 ‘여자아이처럼 군다’는 말이 모욕적인 표현이 되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자, 이제 여기 ‘여자아이’의 자리에 ‘광인’을 넣어보면 매드 프라이드 운동의 기본 정신을 파악할 수 있다. “언제부터 ‘정신병이 있다’는 말이 모욕적인 표현이 되었는가?” 사회의 편견 아래 숨죽이고 있던 정신장애인들이 고개를 들고 되묻기 시작한다. 미친 게 뭐가 어때서? 왜 미친 사람과 위험한 사람이 동의어가 된 거지? 우리의 삶도, 우리의 노력도 모두 가치 있고 인정받을 만하지 않나?

 

▲토론토(왼쪽)와 파리(오른쪽)의 매드프라이드 포스터 ⓒMad Pride Toronto/Mad Pride Paris

 

# 미치광이, 광인, 싸이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조직한 첫 번째 자존감(pride) 고취 행사가 1993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렸다. 이 행사는 “정신질환 생존자 자존감의 날(Psychiatric Survivor Pride Day)”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매드 프라이드의 초기 형태였던 정신질환 생존자 운동(Psychiatric Survivor's movement)은 주로 강제 입원과 강제 치료(약물, 전기치료)등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에 반대하는 운동이었다. 그래서 운동의 방향도 정신장애인에 관한 법률과 제도를 향했다.


매드 프라이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광기’, ‘정신병자’, ‘싸이코’와 같은 단어들에 담긴 부정적인 의미들을 전복하는 시도를 한다. 마치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그들에게 부여된 ‘퀴어(Queer, 괴상한)'라는 단어를 성적 지향의 다양성을 뜻하는 말로 재정의하고 새롭게 확산시켰듯이 말이다.


매드 프라이드 운동가들도 ’미친(mad)‘, ’미치광이(nutter)‘, ’광인(crazy)‘, ’정신이상의(lunatic)‘, ’광기어린(maniac)‘ 그리고 ’싸이코(psycho)‘와 같이 그들을 적대하는 말들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즉, 정신장애인의 역사를 보존하고 이어감을 통해 그들만의 ‘매드 아이덴티티(mad identity)'를 긍정하고, 나아가 차별에 맞서 정신장애인의 권리를 강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토론토 매드 프라이드 부스 행사 모습. 정신장애인이 만든 물건이나 그림을 전시, 판매한다. ⓒMad Pride Toronto

▲2014 파리 매드 프라이드 거리 행진 모습. Le Figaro 홈페이지 갈무리.

▲2012년 아일랜드 매드 프라이드 행진의 '침대 밀기(Bed Push)'. Now Toronto 홈페이지 갈무리.

 

# 7월 14일, 세계 곳곳에서 "매드 프라이드"를 외치다


매드 프라이드는 전 세계 다양한 도시에서 7월 14일 전후에 열린다. 7월 14일은 프랑스 국경일인 바스티유 기념일(Bastille Day)이다. 1789년 7월 14일, 시민들은 바스티유 감옥 문을 열었다. 여기서부터 프랑스 혁명은 시작됐다. 단단한 벽 뒤에 갇혀있던, 힘없고 가난해 죄인이 된 사람들이 자유를 되찾았다. 그리고 그 무리 안에는 ‘미쳤다’는 이유만으로 자유를 빼앗겼던 사람들도 있었다. 매드 프라이드는 바스티유 기념일이 갖는 ‘권리와 자유의 회복’이라는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7월 14일을 선택했다.


올해 7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매드 프라이드 행사는 일주일 동안 진행됐다. 이 기간 동안 참가자들은 오후 네 시에 토론토 시에서 대여해준 공간에 모였다. 행사는 매일 함께 요가 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의 정신질환 증상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자작시 낭송, 음악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매드 프라이드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는 거리 행진이다. 보통 행사 일정 가장 마지막에 진행되는데 사람들은 ‘나 미친 사람이요’라고 부러 드러내듯이 알록달록하고 너무 작거나 너무 큰 옷을 입는다. 매드 프라이드는 국가마다, 사람마다, 해마다 다른 모양새지만 언제 어디서 하는 행진이든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화려하게 꾸민 병원 침대. 매드 프라이드의 핵심인 이 ‘침대 밀기(Bed push)' 퍼포먼스는 정신장애인이 자유로운 삶을 찾아 시설이나 병원을 나와 지역사회로 향하는 것을 상징한다. 뿌리 깊은 사회의 편견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운 삶, ‘사람다운’ 삶을 살겠다는 정신장애인의 결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퍼포먼스이다.


사회가 규격화된 정상성의 기준을 만들고 그에 자발적으로 사람들을 따르게 하는 것은 오래된, 그리고 언제나 효과적인 통치수단이었다. 사회에서 밀려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정상성’의 기준을 체화하여 안전한 체제 안에 머무르고자 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자리는 자발적 선택이기보다는 타인에 의해 밀려난 자리다. 이제 그 바깥으로 밀려나 있던 사람들이 경계 자체를 허물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매드 프라이드, 그것은 기존의 언어를 새롭게 정의하는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주 매드 프라이드 주최자인 몰리 스프렌젤마이어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일단 (정신질환) 진단을 받게 되면 그것은 곧 사회 주변부로 밀려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정신 질환 진단이 알려지는 것은 곧 직업적으로나 사회적인 사형선고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무기로 이제까지 정신장애인들을 낙인화했던 언어, 그 자체를 재정의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자신을 규정했던 언어를 당사자 스스로가 결정하고 의미를 바꾸고자 하는 시도는 분명 의미있다. 이것은 그 언어를 둘러싼 사회적 텍스트를 새롭게 직조해내는 싸움이기 때문이다. 언어를 둘러싼 사회적 의미를 바꾸는 것은 그 존재가 위치한 사회적 좌표를 새로 찍는 시도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바꿔나가는 과정은 지난하고 힘겨울 것이다. 그러나 더딜지언정, 그들은 변화를 향한 이 행진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정신병자’라는 사회의 조롱과 차가운 시선 속에서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았듯이.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올려 0 내려 0
최한별 기자 hbchoi1216@beminor.com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텔레그램 비마이너 구독하기 비마이너 paypal로 일시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비마이너 정기후원하기 새창으로열기
무통장입금 정보입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관련뉴스]
사회가 자살시킨 사람 반 고흐
이탈리아 공공정신병원 0, 어떻게 가능했을까?
건강한 정신, 생존하는 정신
당신을 입원시키고 난 죄책감 속에 쉬었다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약함의 연대’를 위하여 ① (2015-12-09 18:33:08)
이탈리아 공공정신병원 0, 어떻게 가능했을까? (2015-12-01 11:46:26)
Disabled People News Leader 비마이너 정기 후원하기
Beminor SNS 비마이너 페이스북비마이너 트위터비마이너 텔레그램
기고 칼럼 기자칼럼

기고 작은이미지
스웨덴의 장애인권리협약과 탈시설을 향한 여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는 6월 22일부터 7월 4일까지 스웨덴 발달...

앉아 있어도 벌금, 누워 있어도 벌금, 벌...
[카드뉴스] 장애인 성폭력사건 언론보도...
숨겨진 감각축제 ‘페스티벌 나다’를 ...
포토그룹뉴스 더보기